[로이슈 진가영 기자] 배우자가 끝까지 이혼을 거부한다고 해서 재판상 이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협의이혼과 달리 상대방이 이혼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는 민법이 정한 재판상 이혼사유가 존재한다는 점을 법원에 입증해야 한다.
특히 외도나 폭행처럼 명확한 물적 증거가 부족한 사건에서는 혼인관계가 이미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됐다는 사실을 어떻게 재판기록으로 남기느냐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최근 수원가정법원 이혼소송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의뢰인은 여성으로, 배우자와 오랜 기간 경제적인 문제와 성격 차이 등으로 갈등을 겪었다. 결국 혼인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혼을 요구했지만 남편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고, 소송 과정에서도 계속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문제는 혼인관계의 파탄을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에 성현우 변호사는 이미 확보된 자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변론 과정에서 부부의 실제 혼인생활과 별거 경위, 현재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방향으로 사건을 진행했다. 특히 상대방에 대한 질문과 답변 과정에서 혼인관계의 실질적인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진술을 이끌어내고 이를 재판기록에 남겨 입증자료로 활용했다.
수원가정법원의 판단에서도 주목할 부분이 있다. 법원은 원고가 주장한 모든 이혼사유를 그대로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 민법 제840조 제2호 및 제3호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제출된 증거만으로 해당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법원은 오랜 혼인생활 중 이어진 갈등, 별거 상황, 원고의 확고한 이혼 의사, 피고가 혼인관계 회복을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했다. 결국 두 사람의 혼인관계는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려운 정도로 파탄됐다고 보고 민법 제840조 제6호에 따른 재판상 이혼사유를 인정해 원고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였다.
법무법인 태온 성현우 변호사는 “상대방이 이혼을 거부하는 사건에서는 단순히 ‘더 이상 함께 살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며 “혼인생활이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 현재 부부관계가 어느 정도까지 단절돼 있는지, 실제 관계 회복 가능성이 존재하는지를 법원이 판단할 수 있도록 자료를 구성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명확한 물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사건에서는 재판 과정 자체가 새로운 입증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상대방이 법정에서 어떠한 진술을 하는지, 기존 주장과 실제 진술 사이에 모순은 없는지, 별거 이후 부부가 실제로 어떠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등도 혼인관계의 파탄 여부를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배우자가 이혼을 거부한다고 해서 모든 사건에서 이혼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별거기간이나 성격 차이 등 하나의 사정만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성 변호사는 “이혼소송 역시 혼인기간, 갈등 발생 경위, 별거 상황, 자녀관계, 혼인회복 가능성 등 개별 사정을 종합해 판단한다”며 “상대방이 이혼을 거부하거나 확보된 증거가 부족하다면 소송 전부터 어떤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지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jky1977@lawissue.co.kr
이혼소송, 배우자가 이혼을 거부하고 증거도 부족하다면? 법원이 이혼을 인정한 사례
기사입력:2026-09-26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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