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황 역시 심각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발표한 2023년 마약류 폐해인식 실태조사 중 청소년(만 14~18세) 2천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6%가 13종의 마약류(예: 진정제, 대마초, 암페타민, 코카인, 마약성 진통제 등) 중 최소 하나 이상을 사용해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의 84%가 '인터넷 사이트, SNS, 지인 소개 등'을 통해 마약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실제 사용 경험 여부를 떠나, 청소년이 마약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매우 위험한 수준임을 시사한다.
청소년기의 마약 경험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뇌의 발달 상태와 관련이 있다. 청소년의 뇌는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았으며, 특히 보상 회로가 쉽게 자극에 반응하고 재구성될 수 있는 상태다. 이로 인해 청소년은 성인보다 쾌락에 민감하고 충동에 쉽게 휘둘리며, 위험을 감수하려는 성향도 강하다. 단 한 번의 호기심에 의한 시도조차 뇌 기능의 변화와 행동 양식의 왜곡을 초래해 향후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
따라서 청소년의 약물 사용 원인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위험 요인과 보호 요인을 면밀히 분석하며, 약물 남용의 초기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시에 부모가 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예방 전략과 교육적 접근법을 숙지함으로써, 가정과 사회가 함께 청소년 마약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본 기사에서는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중독 전문기관 애딕션센터(AddictionCenter),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 등에서 제공하는 과학적 정보를 바탕으로, 청소년 약물 남용의 원인과 실태, 그리고 예방 및 개입 방안을 심도 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청소년 마약 남용이 국내외에서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12학년까지 46.6%가 불법 약물을 경험했고 국내도 2.6%가 사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 심각한 것은 국내 청소년 84%가 인터넷 사이트나 SNS를 통해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어 접근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청소년기 뇌 발달이 미완성 상태라 성인보다 중독 위험이 높은 만큼, 부모의 세심한 관찰을 통한 조기 발견과 가족 내 정서적 유대 강화가 최고의 예방책으로 제시됐다. / 이미지 디자인 : 로이슈 AI 디자인팀
이미지 확대보기■ 청소년 마약 남용, 복합적 원인으로 확산
청소년의 마약 사용은 단순한 아이들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와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에 따르면, 청소년 약물 사용은 가족 구조, 정신건강 상태, 또래 압력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된다.
특히 부모나 형제 등 가족 내 약물 사용 이력이 있을 경우, 청소년은 이를 모방하거나 약물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낮아질 수 있다. 또한 부모의 감독이 느슨하거나 약물 관련 규칙이 모호할 경우, 청소년이 약물을 접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친구 중 마약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또래와의 유대감을 중시하는 청소년 특성상, 그 무리에 속하기 위해 약물을 시도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청소년기 특유의 충동성과 위험 감수 성향도 주요한 요인이다. 스트레스 해소, 호기심, 가족 규칙에 대한 반항 등의 이유로 마약을 접하는 사례가 많으며, 특히 자존감이 낮거나 소외감을 느끼는 청소년은 그 유혹에 더 취약하다.
정신적 외상도 청소년 약물 남용의 강력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아동기 성적 학대, 교통사고 목격 등 외상 경험이 있거나 우울증·불안장애·ADHD 같은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마약 사용 위험이 높아진다.
■ 중독 시 치명적 결과 초래…판단력 저하부터 생명 위험까지
약물 남용은 단순한 일탈이 아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반복적인 약물 사용은 결국 '의존(dependence·중독)' 단계로 이어지며, 사용을 멈추면 갈망(craving)과 금단 증상(withdrawal)이 동반된다. 청소년기의 약물 의존은 이후 성인기까지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주요 요인이 된다.
또한 약물은 청소년의 판단력과 자제력을 약화시켜 학업 성취도 하락, 무단결석, 학교 부적응 등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성관계에 대한 충동 조절 실패, 비보호 성관계, 원치 않는 임신 등으로 이어지며,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 등은 본인과 타인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약물은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건강 문제를 초래한다. 예컨대, 마리화나는 기억력·집중력 저하 및 정신증(환각·편집증 등) 위험을 높이고, 코카인은 심장마비와 뇌졸중, 메스암페타민은 장기 사용 시 정신병적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펜타닐과 같은 오피오이드는 과다복용 시 치명적인 호흡 정지를 유발하며, 흡입제는 심장·폐·간·신장에 장기적 손상을 입힌다.
■ 조기 발견 신호 포착이 핵심…부모 관찰력이 관건
청소년의 약물 남용은 초기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부모가 세심하게 관찰하고 관심을 기울인다면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특히 사춘기 특성상 나타나는 감정 기복이나 행동 변화와 혼동되기 쉬운 만큼, 부모는 자녀의 일상과 태도를 면밀히 살피고, 평소와 다른 낌새가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중독 전문기관 애딕션센터(AddictionCenter)는 청소년의 약물 남용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대표적인 경고 신호(red flags)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이 신호들은 하나하나가 단독으로 확정적인 증거는 아닐 수 있으나, 복합적으로 나타날 경우에는 반드시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자녀가 갑작스럽게 기존의 관심사나 취미 활동에 흥미를 잃고 무기력한 태도를 보인다면 의심해볼 만하다. 친구 관계가 급격히 바뀌거나, 평소보다 지나치게 많이 먹거나 식욕이 현저히 줄어드는 등 식습관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수면 패턴도 중요한 단서다. 눈이 충혈돼 있거나 만성 피로처럼 보이는 경우, 또는 밤낮이 바뀌는 수면 습관의 변화가 지속된다면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외모에서도 변화가 감지될 수 있다. 개인 위생 관리가 소홀해지거나, 외모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은 청소년 약물 남용에서 자주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다. 또 부모에게 평소보다 자주 돈을 요구하거나, 금전 사용처에 대해 모호한 답변을 반복하는 경우도 주목해야 한다. 운동 능력 저하, 집중력 부족, 갑작스러운 성적 하락 역시 마찬가지다.
행동에서도 미묘한 변화들이 드러난다. 이유 없이 혼자 웃거나, 눈을 피하고 가족과의 대화나 시선을 회피하는 등 비정상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보이는 경우, 또는 사소한 가정 규칙을 반복적으로 위반하거나 가족 간의 유대감을 회피하려는 태도는 모두 경고 신호로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자녀의 입이나 옷에서 낯선 담배나 화학물질, 마약류 특유의 냄새가 나는 경우, 비밀스럽고 은폐적인 행동이 늘어난 경우, 질병도 없는데 약병이 많아지거나 방에서 주사기·파이프 등 약물 사용과 관련된 도구가 발견된다면 단순한 징후를 넘어서 보다 명확한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청소년의 약물 사용은 초기에 개입할수록 회복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의 정서적·행동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작은 이상 징후도 무심히 넘기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 같은 주의와 개입이 청소년을 중독으로부터 지켜내는 가장 효과적인 첫 걸음이다.
■ 가족 보호막이 최고 예방책…정서적 유대가 핵심
청소년이 약물에 노출되거나 유혹에 휘말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족'이라는 보호망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다양한 국내외 연구들은 고위험 행동(약물 사용 포함)에 노출된 청소년일수록 그 행동을 완충해주는 이른바 '보호 요인(Protective Factors)'의 존재 여부가 중대한 변수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 중심에는 부모와 가족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자녀와 자주 대화하며 일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가정일수록 약물 사용 가능성이 낮아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자녀가 자신의 감정을 안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약물에 대한 부모의 명확한 반대 입장을 자녀가 인지하고 있는 경우에도 예방 효과가 크다. 부모가 자녀의 일상과 행동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관심을 보이면, 청소년은 유해한 외부 자극에 노출되더라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내적 힘을 갖게 된다.
이와 더불어, 자녀가 학교라는 사회적 공간 속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있다고 여기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보호 요인으로 작용한다. 교사나 친구들과의 긍정적인 관계, 학업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과 만족감은 청소년이 외부 스트레스 상황에서 회피적 행동(약물 남용 등)에 빠지는 것을 막는 정서적 안전장치가 된다.
결국, 청소년이 약물 남용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핵심은 부모의 적극적인 개입이다. 자녀의 삶에 관심을 갖고 정서적 유대감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약물 사용에 대한 분명한 반대 태도를 평소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 문제는 가정과 무관한 특별한 일이 아니다. 우리 자녀 모두가 직면할 수 있는 현실적인 위험이라는 점에서, 부모는 언제나 '조금 더 관심 있는 보호자'가 돼야 한다.
▶원문 기사 출처
- 식품의약품안전처: 보도자료 ‘성인 100명 중 3명은 마약류 불법 사용경험 응답’ (배포: 2024.4.12).
- National Center for Drug Abuse Statistics(NCDAS): Teenage Drug Use Statistics [2023]: Data & Trends on Abuse.
- Mayo Clinic: Teen drug abuse: Help your teen avoid drugs.
- AddictionCenter: Teen Drug Abuse - Signs Of Teenage Drug Use.
-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CDC): Substance Use Among Youth | Reducing Health Risks Among Youth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