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순수한 내기골프로 40억 잃었다면 사기죄 안돼” 무죄

기사입력:2016-11-24 12:57:33
[로이슈 전용모 기자] 순수한 내기골프(40억)를 통해 피해자가 돈을 잃은 것이라면 기망행위와 피해자의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돼 사기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의 무죄판결이 나왔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 E씨 소유의 EE리빙 공장 등을 매도해 줄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 공장을 매도해 줄 수 있는 것처럼 속이고 접대비 등 명목으로 재물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뒤 E씨에게 “EE리빙 공장은 폐기물사업허가를 받은 사업장이 있어 매각하면 140억 원까지 받을 수 있다. 공장 매수인이 될 사람은 대기업과 같은 큰 회사가 될 것인데 그러자면 회사의 임원을 섭외해야한다. 그러자면 중개비를 포함해 각종 접대비, 사례비 등 전체적으로 40억 원 상당의 사전 비용이 필요하다. 40억 원을 주면 140억 원에 공장을 매각하여 주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바로 돈을 주면 대기업 임원들이 받지 않을 것이니 40억 원은 내가 소개해 주는 대기업체 임원 및 간부들과 내기골프를 치면서 고의로 오비(O.B)를 내거나 퍼터를 실수하는 방법으로 게임에 진 것으로 하여 돈을 잃어주면 나머지는 다 알아서 하겠다”고 거짓말했다.

A씨는 피해자를 속인 다음 B씨, C씨 등 다른 공범들을 모집해 이들을 대기업 임원 으로 소개하고 적게는 1타당 5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까지 돈을 걸고 내기 골프를 치도록 하고, 그 과정에 피해자가 고의로 오비(O.B)를 내거나 퍼트를 실수하는 방법으로 내기 골프에서 돈을 잃게 만들었다.

A씨는 공범들과 이런 수법으로 내기 골프 수익금을 가장한 공장 매도 관련 접대비 및 수수료 명목으로 2009년 8월~2013년 4월까지 15억7500만원(8회)을, 10억원(5회)을, 14억8700만원을 각각 교부받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부산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성익경 부장판사)는 지난 11월 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법률위반(사기)혐의로 기소된 A씨, B씨, C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하지만 공소사실 중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법률위반(사기)의 점에 대해 무죄를 받은 B씨(대기업임원행세)에게는 EE리빙 공장 매각 관련 (공장매수)주주 접대비 명목으로 E씨에게서 3000만원을 송금 받은 혐의(사기)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월을 선고했다. 동종범행으로 수회처벌전력, 누범기간중 범행, 피해회복이 안된 점을 고려했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이유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형사소송에서는 범죄사실이 있다는 증거는 검사가 제시해야 하고, 피고인의 변소가 불합리하여 거짓말 같다고 해도 그것 때문에 피고인을 불리하게 할 수 없으며, 범죄사실의 증명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을 인정할 수 있는 심증을 갖게 하여야 하는 것이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3. 1. 16. 선고 2012도8641 판결 등 참조).

부동산 매매와 관련한 기망행위에 속아 형식적으로 골프를 하면서 돈을 잃어 주었다는 피해자의 진술보다는 통상의 사교·친목의 범위를 벗어나는 거액의 골프내기를 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만약 피해자가 이 사건 부동산 매도를 위하여 형식적으로 골프를 치면서 돈을 잃어 주기로 했다면 하루에 무리하게 45홀 라운딩을 하면서까지 골프를 칠 이유가 있는지 강한 의문이 든다는 것.

피해자의 주장과 같이 피해자가 골프를 치면서 일부러 오비(O.B)를 내거나 퍼팅실수를 하여 돈을 잃어주기로 되어 있었다면, 과연 피고인 A가 골프실력자를 수소문하여 일면식이 없는 J를 포섭해 범행을 공모할 필요가 있었을지도 의문이다.

피고인 A의 주장처럼 이들과의 순수한 내기골프를 통해 피해자가 돈을 잃은 것이라면 기망행위와 피해자의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돼 사기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다.

피해자(E)는 피고인이 제시한 140억 원 또는 150억 원 매매대금 중 100억 원만 받으면 되므로 매매 협의나 중개 등에 드는 비용 등은 모두 피고인(A)이 부담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부동산 거래관행상 이례적인 것도 아니다.

피해자가 이러한 거액(매매대금의 1/3해당)을 부동산 매매계약 체결 전에 미리 중개수수료나 접대비, 커미션 등의 명목으로 일괄 지급하기로 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일반적인 부동산거래관행이나 통념, 상식에 비추어 이해하기 매우 어렵다(피해자는 매매대금으로 100억 원을 받으면 자신이 설비 투자한 돈을 제외하고 약 20억 원 정도 이득을 본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20억 원 이득을 취득하기 위해 부동산의 매도인인 피해자가 그 2배인 40억 원 정도를 미리 지출하면서까지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할 급박한 사정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공소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은 2009년 8월경부터 2013년 4월 18일까지 약 3년 6개월에 걸쳐서 이루어졌는데 그 기간이 상당히 장기간이고, 그 기간 동안 통상 부동산거래에 수반되는 계약서의 작성이나 계약금·중도금 등의 지급이 전혀 없었음에도 피해자가 피고인 A에게 이 사건 부동산 매매와 관련 진행 상황을 확인하거나 독촉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피해자의 이러한 행동은 부동산 거래에서 일반적으로 흔하지 않은 데, 왜 그와 같은 태도를 취하였는지 이해할 수 없다(피고인 A을 믿었다는 피해자 진술은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대금, 위 기간, 피해자가 지출한 비용 등에 비추어 설득력이 없다).

피해자는 피고인 A로부터 소개받은 피고인 C, F, G, H, B, J이 모두 같은 회사(부동산을 매수할 대기업)에 소속된 임원들로 생각하고, 골프를 치면서 부동산의 매매에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더욱이 골프를 친 시기가 연속적이지 않는데,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가 피고인 C 등에게 명목을 불문하고 15억7500만 원의 거액을 지급했다면 그
이후 약 1년 8개월이 지난 후 나타난 H, 피고인 B에게 최소한 부동산의 매매관련 진행상황이나 F, 피고인 C 등의 근황을 물어보는 것이 일반적이며 자연스러운데, 이러한 사항을 전혀 물어보지 않고 골프만 쳤다는 것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F, G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 C를 통해 피해자를 소개받았다고 진술한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적어도 피고인 C는 2008년 7월 14일 이전부터 피해자와 알고 지냈다고 봄이 맞다. 알고 지낸 시점으로부터 1년이 더 지난 2009년 8월경 새삼스럽게 피고인 A가 피고인 C를 대기업 임원 겸 부동산 중개
전문가로 피해자에게 소개했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은 시간적 선후관계에도 맞지 않다.

15억7500만 원을 지급한 후인 2010년 8월 16일 또는 2010년 12월 13일에 피고인 C를 만났을 때 부동산 매매 관련진행 상황을 물어볼 수 있는데, 이렇게 하지 않은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이러한 모든 사정과 사실을 종합하면, 과연 피해자가 피고인 A, C 등에게 속아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방법의 골프를 쳐서 돈을 편취 당했는지 강한 의문이 든다(더욱이 피해자는 피고인 C 등의 환심을 사서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해야 하는데, 이러한 처지에 있는 피해자가 G와 골프규칙을 놓고 다투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약 40억 원을 한도로 하는 정해진 수수료 등만 지급하면 되기 때문에 동반자들과 골프규칙을 놓고 다툴 이유도 없고 서로 감정을 상할 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이처럼 골프규칙을 놓고 다투었다는 것은 골프타수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 또한 내기골프를 했다는 피고인 A, C 주장에 설득력을 보태준다).

피고인 B는 골프를 친 후 피해자에게 이른바 개평 명목으로 천 몇 백만 원을 돌려 준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러한 진술과 위에서 본 사정들을 종합하여보면, 피고인들의 이 사건 부동산 매매와 관련한 기망행위에 속아 형식적으로 골프를 하면서 돈을 잃어 주었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재판부는 “이러한 모든 사정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피고인 A로부터 피고인 C, F, G 등을 소개받은 일시·경위·연유 등에 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피해자가 피고인 A에게 속아 피고인 C, F, G 등이 EE리빙 공장을 매수할 대기업 측 임원이라고 오인하여 함께 골프를 치면서 일부러 돈을 잃어 주었다는 취지의 이 부분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입증되었다고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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