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신종철 기자]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사회적으로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정규직 전환을 거절하며 근로계약의 종료를 통보하더라도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판시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다.
또 하나는 기간제법 시행 전은 물론 시행 후에 신규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갱신기대권이 형성될 수 있다는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다.
법원에 따르면 A재단법인은 실업자의 사회적 일자리 지원 사업 등을 운영하는 비영리법인이고, B씨는 이 법인에 2010년 10월 입사해 사회적 기업 설립지원팀장 등으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그런데 A재단법인은 2012년 9월 24일 B씨에게 한 달 뒤에 근로계약 기간이 종료된다는 내용을 통보했다.
계약기간이 종료된 B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부당해고구제 신청을 했는데, 서울노동위원회는 2013년 1월 정당한 계약기간 만료 통보라고 봐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B씨가 초심판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 재심신청을 했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13년 5월 “B씨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됨에도 A재단이 부당하게 근로관계를 종료했다”고 판단해 재심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A재단법인은 “B씨에 대해 재단 상임이사가 1, 2차 평정권자의 평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최종결정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B씨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그러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재단이 통보를 한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재심판정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2013년 11월 A재단법인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청구소송에서 A재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씨에 대한 1, 2차 평가 결과를 고려해 최종 평정권자인 상임이사가 B씨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기로 결정한 인사평가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잃었다거나 자의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면서 “A법인에 인사평가 등을 통해 기간제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는 근로자의 경우 해당 근로관계는 기간만료에 의해 종료됨에 있어 아무런 차이가 없다”며 부당해고로 판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2심(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제7행정부(재판장 민중기 부장판사)는 2014년 11월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씨는 담당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했음이 인정되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은 적법하다”며 “그렇다면 이와 결론을 달리한 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취소하고 원고(A재단법인)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직제ㆍ인사ㆍ복무규정 제14조 및 제15조에 의하면 직원의 임면을 위해서는 인사위원회의 심의가 필요한데, 이 같은 절차를 거쳐 직원을 임면하도록 하는 것은 임면 대상자가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그런데, 원고는 B씨에 대해 인사위원회의 심의 없이 통보를 해 B씨가 공정한 절차에 따라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B씨와 함께 인사평가 대상자였던 K씨의 경우 인사위원회를 거쳐 2012년 11월 정규직으로 전환됐는데, 정규직 전환 당시 K가 소속돼 있던 팀장들은 모두 K에 대한 인사평가를 실시한 적 없이 없다고 진술했다”며 “B씨 이전의 기간제 근로자들에게는 별다른 인사평가도 없이 곧바로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정규직으로 전환해 줬던 것으로 보이는 등 B씨에 대해 실시된 인사평가 절차가 과연 공정하게 이루어진 것인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기간제 근로자에는 일반직에 속하는 기간제 근로자와 프로젝트 계약직에 속하는 기간제 근로자가 있는데, 이 중 B씨와 같은 일반직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정규직 채용 전 검증기간이 필요하다는 인사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우선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한 후 계약기간 만료 시 인사평가 등을 거쳐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하기 위해 마련한 고용형태”라고 밝혔다.
또 “이와 같은 일반직 기간제 근로자들은 정규직 근로자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원고 측에서도 B씨를 비롯한 일반직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규직으로 채용될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말해 온 점, 실제로 B씨 이전 정규직 전환을 원했던 일반직 기간제 근로자 3명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이후에도 기간 만료된 일반직 기간제 근로자 전원에게 인사평가 실시 및 인사위원회 개최와 같은 정규직 전환의 기회가 제공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는 B씨에게도 정규직 승격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계약만료일 1개월 전에 인사평가를 실시했던 점, B씨의 경우 근로계약 만료일 이후까지 사업추진이 예정돼 있는 고용노동부 주요위탁사업의 실무총괄을 담당하는 고위직으로 근무했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B씨에게는 정당한 인사평가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A재단법인이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시행 후에도 갱신기대권 법리가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다. 또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다.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권순일)은 지난 11월 10일 기간제근로자 B씨에 대한 A재단법인의 근로계약 종료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에 대한 취소청구 사건에서 원고(A재단)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즉 B씨에 대한 A재단법인의 근로계약 종료 통보를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 판결을 확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2007년 7월부터 시행된 기간제법은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2년의 기간 내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기간제근로자의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위 규정들의 입법 취지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데에 있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따라서 기간제법의 시행만으로 그 시행 전에 이미 형성된 기간제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이 배제 또는 제한된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위 규정들에 의해 기간제근로자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 형성이 제한되는 것도 아니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갱신기대권 법리와 기간제법의 규정 내용,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하기로 하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근로자에게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거절하면서 근로계약의 종료를 통보하더라도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고, 그 이후의 근로관계는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된 것과 동일하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법원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보호와 처우개선이 중요한 사회경제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데,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위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면서 가급적 정규직의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간제법이 기간제근로자 및 단시간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면서(제8조) 사용자에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할 의무를 부과(제5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판결은 기간제법의 입법 취지와 규정 내용, 갱신기대권 법리 등을 토대로, 일정한 경우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정규직(이 사건의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전환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형성될 수 있고, 그러한 경우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정규직 전환을 거절하며 근로계약의 종료를 통보하더라도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판시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간제법 시행 후 신규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갱신기대권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2007년 7월부터 시행된 기간제법은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2년의 기간 내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기간제근로자의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할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어,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해 실무상 혼선이 있어 왔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 판결은 기간제법의 입법 취지 등을 근거로 ‘기간제법의 규정들에 의하여 기간제근로자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 형성이 제한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명시적으로 판시함으로써, 기간제법 시행 전은 물론 시행 후에 신규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갱신기대권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대법원, 기간제근로자 ‘정규직 전환 기대권’ 인정한 첫 판결
기사입력:2016-11-15 08: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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