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회 당사자 “보안관찰법 양심ㆍ사상의 자유 침해” 위헌심판 제청

기사입력:2014-10-16 23:42:47
[로이슈=신종철 기자] 국가보안법과 함께 대표적인 반인권 악법으로 지목받고 있는 보안관찰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이 지난 15일 서울남부지법에 제출됐다.

이번 소송은 천주교인권위원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전북평화와인권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5개 단체가 지원하며, 천주교인권위원회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이번 사건의 신청인 이정훈씨는 지난 2007년 이른바 ‘일심회 사건’으로 징역 3년을 선고 받고 복역하다가 2009년 만기 출소했다. 2012년 법무부 보안관찰심의위원회는 신청인에 대한 보안관찰처분을 의결했다.

보안관찰법 제18조는 보안관찰처분을 받은 자는 결정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주거와 교우 관계 등을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씨는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보안관찰법에 복종할 수 없다는 신념에 따라 신고를 거부했다.

이로 인해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된 이정훈씨는 정식재판을 청구했으나, 지난 7월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신중권 판사는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신청인은 항소심 중 보안관찰법 제18조와 함께 보안관찰처분의 근거 내지 효력 규정인 제4조 등을 대상으로 이번 위헌제청신청을 하게 됐다.

보안관찰제도는 1975년 박정희 정권에서 제정된 사회안전법이 1989년 보안관찰법으로 전부 개정되면서 보안감호처분은 폐지됐지만 보호관찰처분은 보강돼 신설된 것이다.

보안관찰법은 “(국가보안법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기합계가 3년 이상인 자로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받은 사실이 있는 자”를 ‘보안관찰처분대상자’로 규정하고 있다.

보안관찰처분대상자는 출소 전과 출소 후 7일 이내에 △가족 및 교우관계 △입소전의 직업ㆍ본인 및 가족의 재산상황 △학력ㆍ경력 △종교 및 가입한 단체 △출소 후의 거주 예정지 및 그 도착 예정일 등을 거주 예정지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피보안관찰자가 되면 3개월마다 △주요활동사항 △통신ㆍ회합한 다른 보안관찰처분대상자의 인적사항과 그 일시, 장소 및 내용 △여행에 관한 사항 등을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또한 주거지를 이전할 경우 △이전예정지 △예정일 △이전사유 등을, 국외여행의 경우 △여행대상국 △여행목적 △여행기간 △동행자 등을, 10일 이상 국내여행의 경우 △여행목적지 △여행목적 △여행기간 △동행자 등을 미리 신고해야 한다.

이러한 신고를 하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2013년 국정감사에서 법무부가 서기호 정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금도 2000여명의 보안관찰처분대상자와 40여명의 피보안관찰자가 있다.

위 단체들은 “보안관찰법은 국가보안법 등 위반자를 피보안관찰자로 분류해 이들의 사생활 전반에 관여함으로써 사상과 양심을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법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또 “보안관찰법은 ‘재범의 위험성’, ‘준법의식의 결여’ 등을 드러내는 어떤 회합ㆍ통신을 이유로 보안관찰처분을 부과하고 기간 제한 없이 갱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행위의 반사회성’이 아니라 ‘내심의 반사회성’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말했다.

담당 형사가 ‘민가협 주최의 집회나 모임은 가면 안 된다’고 강요한 사례, 출소 후 목장에 가서 한달 가량 일을 했는데 담당 형사가 목장 주인에게 “이 사람은 사상이 불순하고, 독침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니 조심하라”는 말을 해서 쫓겨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위 단체들은 “일반적으로 이미 형벌을 받은 자신의 범죄에 대해 그 혐의를 부인한다고 해 불이익 처분을 받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보안관찰처분은 당사자의 양심에 대한 판단을 내린 후 그 판단을 사후적으로 합리화할 수 있는 징표의 존재만으로 처벌한다는 점에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보안관찰처분과 기간갱신을 결정하는 보안관찰처분심의위원회는 법무부 소속으로 위원장은 법무부차관이 맡는다. 그동안 법무부는 보안관찰처분심의위원회가 준사법기관이라는 주장을 펼쳐 왔지만, 법무부 소속 위원회는 삼권분립의 요청에 따라 행정부와 독립된 객관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위치와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위 단체들은 “게다가 ‘재범의 위험성 판단’이 전적으로 행정부의 관할 하에 이루어져 법원의 관여가 배제돼 오남용의 위험이 매우 현저하다”며 “형벌과 마찬가지로 자유를 제한하는 처분은 사법부가 관할해야 한다는 원칙을 위배한 보안관찰법은 법관에 의한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흔히 보안관찰처분은 형벌이 아니라 보안처분의 일종이라고 말하지만, 보안관찰처분은 보안처분으로서의 일반적인 원칙인 사법권 관할 원칙과 비례성의 원칙을 위반한 위헌적 제재”라며 “보안처분은 그 실행 여부 및 정도에 관한 결정을 사법부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보안관찰법의 보안관찰처분은 보안처분의 기본 원칙도 갖추지 않은 채 행정청의 자의적, 편의적 판단만으로 국민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매우 반인권적인 것”이라며 “이미 형벌을 받은 사람에게 보안관찰처분을 병과하는 것은 헌법이 금지하는 거듭처벌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위 단체들은 “특히 피보안관찰자에 대한 신고 의무를 규정한 보안관찰법 제18조는 기본권 제한의 수단 또는 방법이 기본권 제한의 목적을 실현하는데 있어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며 “설사 신고 의무 위반이 보안관찰의 목적 달성에 직접적인 위협이 돼 제재가 필요하더라도, 이미 형벌 집행을 종료한 사람에 대해 사회복귀를 돕겠다는 보안관찰을 하면서 행정지도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해서 다시 형사처벌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지나친 기본권 제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도 1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2007~2011)에서 “보안관찰처분은 위법행위로 이미 처벌받은 사람들에 대해 재범행위로 인한 처분이 아닌, 재범의 위험성이라는 내심을 추지하여 불이익을 가하는 것으로 재범 위험성에 대한 자의적 판단과 행정처분 형식의 결정으로 오용의 가능성이 크다”며 보안관찰제도 폐지를 정부에 요구했다.

또 2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2012~2016)에서도 “보안관찰법의 즉각적인 폐지가 어려울 경우 행정담당자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남용될 수 있는 운용의 가능성을 축소하기 위해 명확한 규정으로 개정 등 단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보안관찰법의 폐지 또는 단계적 완화 계획 수립을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에는 아시아의 대표적 비정부기구인 아시아인권위원회(AHRC)가 보안관찰법의 개폐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급기야 지난 8월에는 정부의 승인 없이 북한을 방문했다는 이유로 복역한 한상렬 목사가 출소 후 보안관찰법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긴급체포되기도 했다. 이른바 ‘일심회 사건’으로 징역 3년6월을 선고 받고 복역한 최기영씨는 신고 의무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았지만 지난 7월 벌금 납부를 거부하고 노역장에 유치되는 등 보안관찰법에 대한 불복종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헌법재판소는 보안관찰법에 대해 거듭 합헌 결정을 해왔다. 그러나 합헌 결정 이후 10년 넘게 지났고 재판관도 모두 교체됐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고 있다.

위 단체들은 “보안관찰법이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헌재가 다시 심사할 수 있도록 법원이 위헌제청을 결정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헌재는 지난 5월 이른바 ‘민혁당 사건’의 김경환씨가 제기한 보안관찰법 헌법소원을 각하했다.

이와 관련 위 단체들은 “당시 헌재는 김씨가 보안관찰처분 기간갱신결정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승소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재판의 전제성이 사라졌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함으로써 보안관찰법에 대한 위헌 심사를 회피했다”고 헌재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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