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건업무 부담 ‘상고법원’ 설치로 해결? 대법관 증원은 반대

‘상고제도 개선 공청회’ 개최…“상고법원은 차선책” 상고허가제, 대법관 증원 목소리도 나와 기사입력:2014-09-25 20:15:16
[로이슈=신종철 기자] 대법원은 24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4층 대회의실에서 대법관 업무부담 경감을 위한 ‘상고제도 개선 공청회’를 개최했다.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에 반대하며, 상고법원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연간 3만 6000건에 달하는 대법원의 과중한 사건처리 부담은 대법원이 최고법원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초래하고, 당사자의 신속하고 적정한 권리보호 기능을 수행하는 데에도 큰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에서열린상고제도개선공청회(사진=대법원)

▲대법원에서열린상고제도개선공청회(사진=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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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청회는 사법정책자문위원회(위원장 오연천 전 서울대 총장)가 지난 6월 대법원에 건의한 ‘상고법원 도입방안’에 관해 국민과 사회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병대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개회사에서 “대법원이 사회적 갈등을 종국적으로 해소하고, 시대정신의 방향타 역할을 하는 사법부 본연의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상고제도의 실효적 개선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며 “대법원은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들을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새로운 상고제도를 구체화해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에서열린상고제도개선공청회에서인사말을하는박병대법원행정처장(사진=대법원)

▲대법원에서열린상고제도개선공청회에서인사말을하는박병대법원행정처장(사진=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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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에 나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이상민 위원장은 “대법원이 법률심으로서 개개 당사자를 뛰어넘어 사회에 영향이 큰 사건을 대법관 사이에 치열한 논박을 거쳐 판단하고 국민과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적시에 설정해 줄 때 국민의 권리는 전체적으로 크게 보장될 것이며, 충실한 권리구제 기능에 대한 주권자인 국민의 기대에 맞도록 상고법원 도입방안뿐만 아니라 하급심 충실화를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 법원행정처 한승 사법정책실장이 밝힌 상고법원 설치방안

공청회 발표자로 나선 법원행정처 한승 사법정책실장은 구체적인 상고법원 설치방안을 밝혔다.

한승 실장은 “상고제도는 첫째, 법령 해석 통일을 통해 사회의 가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정책법원 기능), 둘째, 하급심의 법령 적용이 올바르게 됐는지를 판단해 진정한 권리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권리구제 기능)을 한다”며 “현재 대법원은 과중한 사건부담으로 인해 두 가지 역할 수행이 약화되고 있거나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상고법원이 도입되면, 대법원과 상고법원의 역할은 확실하게 구분돼, 대법원은 새로운 법리를 선언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추구할 가치 기준을 제시하고 사회 및 개인 간의 갈등을 해결하며, 상고법원은 확립된 법리를 적용함으로써 대법원이 확인한 가치 기준을 준수하고 개인 간 갈등을 해결한다”고 상고법원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대법원과 상고법원이 심판하게 될 사건을 분류함에 있어서는, 소가나 형량 등 획일적 기준으로는 사건 내용의 법률적ㆍ사회적 중요성을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스스로 사건의 중요성을 심판할 필요가 있고 모든 사건이 대법관을 거친다는 점에서 대법원 심사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또 “모든 상고사건은 대법원에 접수돼 대법관들이 사건을 심사해 새로운 법령해석이 필요하는 등 법령해석 통일에 관련되거나 재판 결과가 국민 다수의 권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가져오는 등 공적 이익과 관련이 있는 사건은 대법원 심판 결정을, 그 이외의 사건은 상고법원 심판 결정을 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승 실장은 “심사를 거치지 않더라도 공적 이익과 관련이 있는 사건 즉, 재판 결과에 의해 보궐선거를 하게 되는 공직선거법에 의한 당선무효 사건, 또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등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 형사사건 등은 필수적 심판사건으로 심사 없이 대법원이 심판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심판은 원칙적으로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게 되고, 소부는 주로 사건 심사와 사실 심리가 필요한 대법원 단심제 사건 등을 맡게 된다고 한다.

상고법원의 구성에 대해 한승 실장은 “법령해석 통일 기능의 확보와 사건 관리의 효율성에 비춰, 상고법원은 대법원 소재지인 서울에만 설치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상고법원 판사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의 경력자를 엄격한 절차를 거쳐 보하되, 외부 의견을 듣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법조일원화로 인해 외부 법조경력자가 배치될 가능성도 있고, 재판부는 현재 대법원 소부와 같이 4인으로 대등하게 구성되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승 실장은 “상고법원 판사 4인으로 대등하게 구성된 재판부 전원의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에만 종국판단을 할 수 있고, 만일 상고법원 재판부 법관들 사이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대법원의 기존 판례와 상반되는 결론에 도달하는 때에는 사건을 대법원으로 이송하게 된다”고 진행 절차를 설명했다.

한 실장은 “상고법원은 상고심 즉 ‘종심’이므로, 상고법원에서 판단을 내리면 이는 종국적인 것으로 불복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며 “다만, 헌법 위반 또는 명령ㆍ규칙ㆍ처분의 위헌ㆍ위법 판단이 부당하거나, 결론이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상고법원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다시 심판을 구할 수 있는 특별상고 제도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한승 사법정책실장은 “상고법원이 도입되면, 상고법원의 목적인 법적 가치 기준의 제시는 대법원에 의해, 권리 구제는 상고법원에 의해 확실하게 보장된다”며 “대법원은 분쟁 해결의 기준을 적시에 세우고, 상고법원은 그 기준이 적용되는 사례를 풍부하게 해 충실한 설명을 제공함으로써 하급심 법원이 분쟁을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판단 기초를 마련해 주게 된다”고 기대했다.

한 실장은 “대법원과 상고법원 양쪽에서 사회 정의와 국민의 권리 보호를 강화하고, 나아가 하급심에 의한 조기 분쟁 해결을 도모해 전체적인 사법제도의 효율성과 합리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 대법원, 대법관 증원하면 안 되는 이유?

대법관을 증원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한승 사법정책실장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대법원 본연의 기능은 법령 해석 통일 및 정책법원 기능”이라며 “이러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법관 전체에 의한 연구, 검토와 진지한 토론이 요구되는데, 사람이 많으면 진지한 토론과 설득이 전제되는 진정한 합의체를 이룰 수 없으므로, 대법관이 증원되면 전원합의체에 의한 심리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한 “대법관 3~4명으로 이루어진 소부가 다수 구성됨에 따라 소부에서 선고되는 판결들 사이에 모순과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대법원이 법령해석 통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한편 대법관들 중 소부의 대표를 뽑아 합의체를 구성하는 방식은, 동일한 헌법적 절차를 거쳐 임명된 대법관에게 서로 다른 역할을 하게 하는 것으로, 우리 헌법이 예정한 모습이 아니고, 또한 대법관들 각자의 소부 사건 부담은 여전하므로 전원합의체가 활성화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 실장은 그러면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도의 대법관 증원을 하더라도, 대법원이 권리구제 기능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정책법원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여건이 마련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대법원에서열린상고제도개선공청회(사진=대법원)

▲대법원에서열린상고제도개선공청회(사진=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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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선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상고법원은 차선책, ‘상고허가제’ 주장

하지만 ‘상고제도 개선의 기본방향’에 관한 주제를 발표한 정선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고허가제를 주장했다.

정선주 교수는 “최고법원의 임무는 개별사건에서 개인의 권리구제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법과 판례의 통일, 법관에 의한 법의 형성발전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상고를 제한하는 방법으로서 보편화되고 검증된 것은 상고허가제”라고 밝혔다.

그는 “중요한 법률문제가 있는 사건에 대해 상고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상고심을 법률심으로 하고 있는 상고제도 본래의 모습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며, 이러한 제도는 대륙법국가 뿐 아니라 영미법국가에서도 이미 정착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이 본래의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법령 해석적용의 통일과 법의 형성발전에 필요하고 기여할 수 있는 사건에 에너지를 모으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어야 하고, 상고심 본래의 역할과 기능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상고허가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법관 수의 증원,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안, 대법원의 이원적 구성 방안 등 과거 논의됐던 개선방안들은 모두 상고제도 본래의 목적에 상응하지 않는다”며 조목조족 지적했다.

정 교수는 “대법관 수 증원은 법령 적용해석의 통일과 판례 통일이라는 상고심법원 본래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중요하고도 필요한 전원합의체 판결이 원활하게 행해지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안은 고등법원 소재지마다 상고부가 설치되면 판례 통일과 법의 통일이라는 상고심 본래의 주된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행해지고 있고, 대법관이 재판장이 되고 법원장급 판사 2인이 배석하는 형태의 재판부를 구성하는 대법원의 이원적 구성은 대법관과 대법원 판사 사이에 실질적인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지, 법원장급 판사가 배석판사의 지위를 갖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다”고 설명했다.

정선주 교수는 “상고허가제에 대한 지금까지 경험에 비춰 실현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가 많고 ‘상고법원 도입안’ 역시 그러한 점을 의식해 나온 차선책이라고 생각되나, 상고허가제가 상고제도의 본질과 목적에 가장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에서열린상고제도개선공청회(사진=대법원)

▲대법원에서열린상고제도개선공청회(사진=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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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자들 다양한 의견 쏟아져

이날 토론회 제1부의 좌장은 이진강 전 대한변협회장이 맡았고, 제1주제는 정선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상고제도 개선의 기본방향’에 대해, 제2주제는 한승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이 ‘상고법원 도입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 주제발표에 대한 지정토론자로는 서보학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서봉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6부장검사, 여현호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한변협 상고심개선연구위원인 이재화 변호사, 하명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참여했다.

서보학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상고심 기능의 정상화를 위해 원칙적으로 상고허가제가 바람직하지만, 국민들의 법감정을 고려할 때 상고법원의 설치가 문제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소장은 다만 대법원에 대해서는 ▲원칙적 전원합의부 운영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 ▲대법원에 의한 사건 분류 ▲하급심 강화방안의 시행 등의 조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상고법원 설치운영에 있어서는 ▲상고법원의 지방 분권화 ▲다양한 법조인의 상고법원 판사 보임 ▲전문재판부 운영 ▲철저한 법률심화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봉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는 “상고심 제도 개편 방안은 큰 주제로서 법조계와 법학계를 비롯해 사회 전반이 참여해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하고, 상고심 제도 개편 방안으로 검토 가능한 여러 방안 중 어떠한 방안을 채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과거 시행된 여러 가지 제도들의 실제 성과 등을 바탕으로 충분한 여론수렴을 거쳐 주권자인 국민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여현호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은 “상고법원 제도는 상고심 제도의 개선방안을 둘러싼 여러 기존 논의의 어중간한 절충이지만, 그럼에도 지금 상황에서 대법원이 선택 가능한 현실적 대안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부인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라며 “도입하더라도 상고사건이 폭증하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하급심 강화와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 및 ADR 활성화 등 근본적 문제해결을 위한 다른 종합대책도 함께 추진돼야 하며, 관련 문제 전반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를 통해 법조계의 컨센서스와 국민적 이해를 얻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는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복원하고 국민에게 효율적인 재판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전면적인 상고허가제 - 사실심으로서의 1심 획기적 강화 - 2심의 법률심화’이지만, 현시점에서 당사자의 상고심 재판에 대한 요구가 있다는 현실론에 비춰 상고법원은 불가피한 차선책”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법원의 최고법원성 복원을 위해서는 대법원 심판사건 수의 혁신적 감축과 대법관 구성의 획기적 다양성 방안 등 전제조건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협 상고심개선연구위원인 이재화 변호사는 “대법원의 정책법원으로서의 기능을 회복하고, 과도한 사건 부담을 해소하면서도 하급심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사건 심리를 원하는 국민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한 대법관 구성을 통한 대법관 증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최고법원으로서의 권위는 숫자의 희소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사회구성원이 수긍할 수 있는 판결을 할 때 비로소 생기는 것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명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이 사회의 다양한 이해와 가치관을 반영하고, 소수자 약자를 보호하기 바라는 국민적 요구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사건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대법관 증원안은 지속가능한 해결책은 아니고 상고허가제는 국민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실패한 경험 있어 상고법원 도입방안이 유력한 방안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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