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법무부가 작량감경 사유를 구체화해 법관의 양형재량을 제한하는 형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번 개정안에는 벌금형에 대한 집행유예 제도가 도입되고, 형의 집행을 받지 않은 자가 국외에 체류하는 기간 동안에는 형의 시효가 정지되도록 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법무부는 2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을 25일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지난 1953년 형법이 제정된 이래 여러 차례 부분적인 정비가 이루어져 왔으나, ‘형법의 적용범위나 죄의 성립, 형의 종류’ 등을 규정한 총칙 부분에 대한 개정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었다. 그 결과 상당수 형법 총칙 조항들이 발전된 형법이론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 법의식과 괴리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법무부는 2007년 6월 형사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이재상 위원장을 비롯한 법학교수 16명, 실무가 8명 등 형사법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 24명을 위원으로 위촉한 후 형사실체법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정비작업을 진행해 왔다.
법무부는 지난 8월 25일 학계와 실무계 전문가, 일반국민을 두루 초청해 형사법개정특위에서 마련한 형법총칙 개정시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으며, 공청회 결과와 각계의 의견을 반영하여 개정시안 내용 중 일부 규정을 수정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마련한 후 이번에 입법예고를 하게 된 것.
◈ 정상감경 요건 구체화
기존 형법에서는 ‘작량감경’ 요건을 법률에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판사의 일방적 재량에 의한 감경이 가능했다.
이에 따라, 형법이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미리 정해놓은 형벌의 범위가 법관의 양형재량에 좌우돼 법률효과를 불명확하게 하고, 유력 변호사 선임 여부 등에 따라 작량감경 여부가 달라지기도 하는 등 ‘전관예우’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때문에 이번 형법 개정안은 작량감경 사유를 구체화해 법관의 양형재량을 제한하게 된 것이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정상감경’(형법 제49조)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형을 감경할 수 있어 종래와 같이 ‘국가 경제 발전 등에 기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없음’, ‘음주’, ‘부양할 자녀’, ‘추행정도 경미’, ‘재범 가능성 낮음’, ‘후유증이 없음’, ‘국가유공자’, ‘집행유예 기간 중에 실형이 선고되면 종전 집행유예가 실효되는 점’, ‘일부 범죄사실이 무죄인 점’ 등의 불명확한 이유로 작량감경을 할 수 없게 된다.
특히 법관으로 하여금 판결문 작성시 정상감경 사유를 구체적으로 설시하도록 해 자의적인 감경사례를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법무부는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산 여중생 살해사건 피고인 김길태의 경우 이전의 2회의 범죄에서 모두 ‘반성을 하고 있으며 동종 전과가 없다’, ‘죄질은 나쁘지만 성폭행을 제외하면 피해자의 신체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은 점 등이 인정된다’ 등의 이유로 판사가 작량감경을 했으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러한 사유로는 정상감경을 할 수 없게 된다.
정상감경되는 경우는 ▲범행의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 ▲피고인의 노력에 의하여 피해자의 피해의 전부 똔느 상당 부분이 회복된 경우 ▲피고인이 자백한 경우한 경우로 제한했다.
농아교육의 발달에 따라 농아자도 일반국민과 마찬가지로 사물을 변별하고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충분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농아자에 대한 형의 필요적 감경 규정을 삭제했다.
형법개정이 이루어질 경우 종전과 같이 농아자라는 이유만으로 바로 형을 감경할 수는 없으며, 행위 당시의 책임능력 정도를 구체적으로 판단해 형의 감경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 형벌 제도 정비
이와 함께 실무상 잘 활용되지 않는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과료를 삭제하는 등 형의 종류를 기존 9종류에서 4종류로 축소했다. 형의 종류에는 사형, 징역, 벌금, 구류만 남게 됐다. 몰수는 보안처분으로서의 성격도 가지고 있어 따로 분류했다.
구류를 삭제할 경우 즉결심판처리법에 따라 간이하게 처리될 수 있는 사건들이 정식 형사절차에 따라 처리돼야 하는 등 경미한 범죄가 형사범화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해 구류는 존치시키기로 했다.
◈ 집행유예ㆍ선고유예 제도 개선
또한 형법상 징역형에 대한 집행유예가 인정되고 있으므로 그보다 가벼운 벌금형에 대해서도 집행유예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에 따라 벌금형에 대해서도 집행유예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집행유예 제도가 도입될 경우 벌금형의 위하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벌금형의 집행유예 선고 시 보호관찰, 사회봉사명령, 수강명령 등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뇌물범에 부과되는 고액벌금형까지 집행유예를 부과하는 것은 국민의 법감정에 반한다는 의견에 따라 그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집행유예를 부과할 수 있는 벌금형의 상한을 500만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벌금형 집행유예 제도가 도입될 경우 실무상 벌금형보다 단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호하는 형벌의 역전현상을 해소할 수 있음은 물론 벌금 납부능력이 부족한 서민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줄여 정부의 친서민 정책 기조에 부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앞으로 벌금형에 대한 집행유예가 가능하게 됨에 따라 선고유예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조정했고, 이 경우에도 보호관찰 이외에 사회봉사명령과 수강명령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피고인의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해 1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할 경우 1회에 한정해 집행유예기간 중에도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 형의 집행력 강화
국외체류자에 대한 형의 집행이 사실상 쉽지 않아 시효도과로 확정된 형을 집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을 방치할 경우 국민의 건전한 준법의식을 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국외도피자에 대한 공소시효 정지 규정과 마찬가지로 형의 집행을 받지 않은 자가 국외에 체류하는 기간 동안에는 형의 시효가 정지되도록 했다.
국외 체류로 인한 형 미집행자가 2006년 25%, 2007년 24%, 2008년 28%, 2009년 34% 등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종래 고액 추징금을 미납하는 사례들이 자주 발생해 그 징수 실적이 상당히 낮은데다가, 시효도 3년의 단기로 규정돼 있어 추징금 규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아. 현행 3년인 몰수ㆍ추징금 시효를 5년으로 확대해 추징금 등 집행실적을 높일 수 있도록 조치했다.
법무부는 추징금 시효연장 규정은 형의 시효정지 규정과 함께 추징금과 벌금의 집행실적을 높이고, 국가 세수 증대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 위헌 규정 정비
이밖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된 규정에 대한 국민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판결 확정 전 미결구금일수 전부를 형기에 산입할 수 있도록 개정하고, 혼인빙자간음 규정을 삭제했다.
법관 양형재량 제한…법무부, 작량감경 사유 구체화
벌금형에 대한 집행유예 제도 도입…국외체류자 형 시효 정지 도입 기사입력:2010-10-25 22: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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