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동성 혼인(결혼) 허용 안 돼…사법부 아닌 입법부가 결단”

기사입력:2016-05-25 18:20:38
[로이슈 신종철 기자]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기된 남성 동성혼을 인정해 달라는 재판에서 법원이 현행 법체계에서는 동성 간의 결혼(혼인)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법원에 따르면 영화감독 김조광수(51)씨와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김승환(32)씨 두 사람은 2005년 만나 교제를 하다가 김조광수 감독이 2010년 4월 김승환 대표에게 평생 동안 사랑하고 동거하면서 서로 협조하며 살아갈 것을 제의했고, 김승환 대표가 이를 받아들였다.

이들은 2012년 1월부터 서울 서대문구에서 함께 거주하며 2013년 9월에는 양가 가족 및 친지를 초대해 두 사이의 혼인 합의가 성립됐음을 확인한 후 이를 대외적으로 선언하는 의식을 치렀다.

이어 두 사람은 혼인신고서를 작성해 2013년 12월 거주지인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서대문구청은 이 혼인신고에 대해 민법 조항을 근거로 불수리 사유로 해 신고불수리 통지를 했다.

그러자 두 사람은 “혼인의 합의에 따라 적법하게 혼인신고를 했음에도 구청이 법률상 근거 없이 혼인신고의 수리를 거부하는 처분을 해 신청인들이 서로 상속이나 의료보험, 국민연금의 수급권자에서 제외되고 상대방에 대한 의료과정의 의사결정에서 배제되는 등 불이익을 받고 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하고, 신청인들의 혼인신고는 수리돼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이들은 “헌법, 민법 및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가족관계등록법)에 규정돼 있는 ‘혼인’은 동성 간의 혼인에 관해 별도의 금지가 없는 한 헌법합치적 해석의 원칙과 기본권 최대 보장의 원칙에 따라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서 도출되는 혼인에 있어서 상대방 결정의 자유, 혼인에 있어서 이성혼이든 동성혼이든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평등의 원칙 등에 비추어 볼 때, ‘당사자의 성별을 불문하고 두 사람의 애정을 바탕으로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결합’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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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방법원 이태종 법원장은 25일 김조광수씨와 김승환씨가 혼인신고서를 불수리 처분한 서대문구청장을 상대로 낸 가족관계등록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에 대해 각하 결정했다.

이태종 법원장은 “혼인제도가 다양하게 변천돼 왔지만 혼인이 기본적으로 남녀의 결합관계라는 본질에는 변화가 없었고, 아직까지는 일반 국민들의 인식도 이와 다르지 않은 점, 혼인은 가족 구성의 기본 전제가 되고 다음 세대를 길러내는 기초가 되므로 사회나 국가제도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큰 점, 우리 헌법이나 민법 등 관련법에서 명문으로 혼인이 남녀 간의 결합이라고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구체적으로 성구별적 용어를 사용해 그것이 당연한 전제인 것으로 상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비록 동성 간의 혼인이 허용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쟁점을 직접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 일치해 혼인을 ‘남녀 간의 결합’으로 선언하고 있는 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보면 헌법, 민법 및 가족관계등록법에 규정돼 있는 ‘혼인’은 ‘남녀의 애정을 바탕으로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도덕적, 풍속적으로 정당시 되는 결합’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되고, 이를 넘어 ‘당사자의 성별을 불문하고 두 사람의 애정을 바탕으로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결합’으로 확장해 해석할 수는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따라서 일단 현행법의 통상적인 해석으로는 동성(同性)인 신청인들 사이의 합의를 혼인의 합의라고 할 수 없고 이 합의에 따른 신고를 적법한 혼인신고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불수리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태종 법원장은 “법적 의미에서의 혼인은 ‘남녀 간의 결합’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동성애적 성적 지향을 기초로 동성 간의 결합을 하고자 하는 사람의 성적자기결정권 속에는 동성 간의 결합을 할 자유와 동성 간의 결합에 있어서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있을 뿐이지, 이를 넘어서서 적극적으로 동성 간의 결합을 법적 의미의 ‘혼인’으로 인정받을 권리까지 헌법 제10조의 인격권이나 행복추구권으로 부터 곧바로 도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법원장은 “따라서 혼인의 성립요건으로 공동의 자녀 출산가능성 혹은 결혼제도나 전통을 붕괴시키지 않을 것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곧바로 동성 간의 결합이 남녀 간의 결합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는 없고, 양자 사이에는 기본적으로 동일시 할 수 없는 차이가 여전히 있다고 할 것이므로, 혼인을 남녀 간의 결합만으로 보고 동성 간의 결합을 배제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이를 달리 취급하는 것이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며 신청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사법의 역할이 비록 소수자라 할지라도 그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는 것에 있기는 하지만, 신청인들이 성적 소수자로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교육을 받거나, 취업을 하거나,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등의 개인적인 분야에서 가능한 것이지, 법률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현행 우리 법제에서 목적론적 해석론만으로 사회적 제도인 혼인제도로서 동성 간에 혼인할 권리까지 인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태종 법원장은 거듭 “동성 간의 혼인이 허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이태종 법원장은 “혼인 및 가족제도는 혼인 당사자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가족ㆍ친족관계의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이고, 우리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윤리적, 철학적, 종교적 사고와도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본질적인 제도”라며 “따라서 ‘동성 간의 결합’을 ‘혼인’으로 인정할 것인가와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일반 국민의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수렴, 신중한 토론과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쳐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입법적 결단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이것은 사법부의 새로운 해석 내지 유추해석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이유에서다.

이 법원장은 “만일 동성 간의 결합을 법률로 보호하게 된다면 이들에게 남녀 간의 결합에 의한 혼인과 완전히 동일한 법률효과를 인정할지, 또는 일부를 달리 규율할 것인지 여부, 보다 구체적으로 ①민법의 해석상 법률상 부부에게만 인정되는 공동입양을 동성 간의 결합에게도 인정할 것인지 여부, ②법률로 보호되는 동성 간의 결합을 해소하는 경우에 있어서 그 절차와 요건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③동성 간의 결합에 대하여 가족법 상의 인척관계를 인정할 것인지, 인척관계를 인정한다면 그 범위는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 여부 등 다양한 법률영역에서의 규율의 필요성이 예상되는데, 이는 법원이 법률의 해석권한의 범위 내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봤다.

이태종 법원장은 “동성 간의 결합과 같이 기존의 혼인제도로 포섭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를 적절하게 규율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새로운 입법을 통해 새로운 방식에 따라서 대처해야 할 것”이라며 “결국 시대적 상황 등이 다소 변경되기는 했지만 별도의 입법조치가 없는 한 현행법상의 해석론 만에 의해 동성 간의 혼인이 허용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를 다투는 신청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