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자는 끊어진 관계를 회복하고 생계와 주거를 마련하며 달라진 사회에 적응해야 한다. 출소자가 마주하는 과제는 한꺼번에 밀려오지만 국내 사회복귀 지원은 출소가 임박한 시점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수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교정연구〉에 발표한 논문 '출소예정자의 사회복귀 지원의 개선방안'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최근 10년간 매년 5만 명 이상이 교정시설에서 출소했다. 2024년 출소자는 5만1610명이었다.
출소자의 상당수는 사회에 안착하지 못한 채 다시 교정시설로 돌아왔다. 출소 후 3년 이내에 재범으로 다시 수용된 비율인 재복역률은 2019년 26.6%까지 올랐다가 2024년 집계 기준 22.6%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20%대에 머물렀다. 출소자 5명 중 1명 이상이 3년 안에 다시 교정시설에 수용된 셈이다.
논문은 재복역률만으로 사회복귀의 성패를 모두 판단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성공적인 사회정착은 범죄를 다시 저지르지 않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가족관계를 회복하고 직업과 주거를 확보한 뒤 사회 구성원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권수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교정연구〉(2026) 논문에 따르면, 매년 5만 명 이상이 교정시설에서 출소하지만 사회복귀 교육은 출소 약 2개월 전 15시간에 그치고 출소자 5명 중 1명 이상이 3년 안에 재복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출소 직전에 집중된 지원만으로는 사회정착을 돕기 어렵다며 입소 초기부터 개인별 사회복귀 계획을 세우는 통합 지원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본 이미지는 대전교도소 청사전경을 바탕으로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것입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교도소 밖 첫 2~3개월이 고비
출소 직후의 환경이 수감 전과 달라지지 않으면 출소자는 2~3개월 안에 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선행연구 결과가 있다.
가족과 지인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생계를 유지할 기술이나 소득원이 없는 출소자는 당장의 의식주부터 해결해야 한다. 범죄경력 때문에 취업이나 인간관계에서 거부당하면 사회적 고립도 깊어진다. 수형생활 중 알게 된 사람에게서 불법적인 제안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가족은 출소자의 사회정착을 좌우하는 버팀목이다. 그러나 수감 전부터 가정이 해체돼 있거나 오랜 수형생활로 배우자·자녀와의 관계가 끊어진 출소자도 적지 않다. 가족관계가 유지되더라도 경제적 빈곤과 사회적 고립으로 가족 전체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출소자에게는 막연한 자립 요구보다 일자리와 주거를 포함한 현실적인 생활 기반이 먼저 필요하다. 일자리와 주거, 가족관계, 건강 문제를 함께 살피지 않고 지원이 끊기면 출소자는 사회에 정착하지 못한 채 다시 범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 직업훈련 받은 수형자 11%... 취업 지원 실적은 4% 수준
안정적인 취업은 재범을 막고 사회정착을 돕는 대표적인 보호요인이다. 교정시설도 수형자의 구직 능력을 높이기 위해 직업훈련과 취업 지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직업훈련의 범위와 규모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2024년 직업훈련을 받은 수형자는 5890명으로, 같은 해 미결수용자를 제외한 전체 수형자 5만4502명의 약 11%였다.
훈련 내용이 변화한 산업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자격증 취득이 실제 취업에 필요한 숙련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직업훈련 기회 자체가 적은 데다 교육을 받아도 출소 후 일자리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수형자의 근로 의욕을 높이고 사회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지급하는 작업장려금도 출소 후 생활 기반을 마련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작업장려금은 작업 성적과 교정 성적 등을 고려해 지급되지만 임금은 아니다.
2024년 작업장려금은 1인당 하루 평균 5362원이었다. 논문은 수형자가 작업장려금을 장기간 모아도 출소 뒤 몇 달을 버틸 생활자금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작업장려금을 시설 안에서 쓰는 용돈이 아니라 출소 초기의 자립을 뒷받침하는 재원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교정당국은 구인·구직 정보시스템,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의 일자리 프로그램 등으로 취업을 지원한다. 2024년 취업 지원 실적은 1896명으로, 같은 해 전체 출소자 규모의 약 4%에 그쳤다.
자격증 취득 인원을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산업 수요에 맞는 훈련을 제공하고, 교정시설에서 받은 교육이 출소 후 실제 채용과 직장 정착까지 이어지도록 민간기업과 연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사회복귀 교육은 출소 2개월 전 15시간
현재 교정시설은 출소예정자에게 형기 종료 약 2개월 전 15시간의 석방 전 교육을 실시한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도 출소 약 1개월 전 전문 직원이나 자원봉사자를 교정시설에 보내 사전상담을 진행한다.
사전상담에서는 주거와 취업, 생활지원 등 필요한 서비스를 파악해 출소 후 지원으로 연결한다. 논문에 따르면, 2024년 상담 대상자 가운데 절반가량이 보호를 희망했고, 보호 희망자의 약 60%가 출소 후 실제 지원을 받았다.
문제는 시기와 시간이다. 수년 또는 수십 년 동안 사회와 격리됐던 수형자가 출소 후 삶을 설계하기에 1~2개월은 지나치게 짧다. 한 차례 또는 제한된 시간의 상담만으로 가족관계와 취업, 주거, 건강, 채무 문제를 모두 점검하기도 어렵다.
권수진 연구위원은 사회복귀 준비를 출소 직전의 부수적인 교육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수형자가 교정시설에 입소한 때부터 개인별 사회복귀 계획을 세우고, 형기 동안 계획을 계속 수정·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 정작 더 필요한 장기수형자는 가족·사회 접촉 적어
교정시설은 수형자가 가족관계와 사회적 접촉을 유지하도록 귀휴, 가족 만남, 사회견학, 봉사활동 등 '사회적 처우'를 운영한다.
그러나 일부 제도는 형기가 짧은 수형자에게 집중돼 있었다. 2024년 귀휴 이용자 1397명 가운데 형기 3년 미만 수형자는 782명으로 56%를 차지했다. 교정시설 밖에서 진행되는 사회견학과 봉사활동도 단기수형자에게 허용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가족만남의 집 이용자 역시 가족관계가 비교적 유지된 중·단기수형자의 비중이 컸다. 장기수형자는 오랜 수감으로 가족관계가 이미 해체됐거나 만남을 신청할 가족이 없어 제도를 이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사회와 오래 단절된 수형자일수록 출소 전 사회 적응 기회가 더 필요하다. 하지만 도주 위험과 교정 성적 등을 중심으로 대상자를 선정하다 보니 지원이 절실한 중·장기수형자가 기회를 얻기 어려운 역설이 생긴다.
논문은 가족관계 회복과 외부 사회 접촉이 필요한 중·장기수형자에게 귀휴와 가족 만남, 사회견학 기회를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정의 목적이 재사회화라면 장기간의 격리로 생긴 단절부터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 교도소에서 곧바로 사회로.. '중간 완충지대' 필요
수형자는 출소하는 순간 교정시설이라는 통제된 환경에서 곧바로 일반 사회로 옮겨간다. 오랜 기간 수감된 사람일수록 교도소와 사회 사이의 간극은 크다. 장기수형자는 달라진 정보기술과 금융, 교통, 구직 환경 등 일상의 변화부터 새로 익혀야 한다. 가족과 주거가 없는 출소자는 교정시설 문을 나선 당일부터 머물 곳을 찾아야 한다.
연구는 교정시설과 지역사회 사이에 '중간 완충지대'를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출소자가 일정 기간 머물며 취업과 주거를 준비하고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중간처우시설' 또는 '하프웨이 하우스(halfway house)'가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중간 완충지대는 숙소 기능에 그쳐서는 안 된다. 생활 관리와 상담, 취업 지원, 가족관계 회복, 정신건강·중독 치료를 통합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출소자가 사회에 단계적으로 적응하도록 교정시설과 지역사회의 지원을 잇는 역할도 필요하다.
■ 교도관에게 출소 후 정착까지 맡기기에는 한계
현재 출소자의 사회정착 지원에는 교정본부와 교정시설, 보호관찰기관,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고용·복지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이 관여한다.
하지만 기관별 업무가 나뉘어 있고 지원이 출소 전후로 끊길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교도관의 주된 업무는 교정시설 안에서 수형자를 관리하고 보호하는 일이다. 교도관에게 출소자의 취업과 주거, 건강, 채무, 가족 문제까지 담당하도록 요구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권 연구위원은 사회복귀 지원을 전담할 전문 인력이 교정시설에 상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직원과 사회복지·심리·고용·의료·법률 분야 전문가가 팀을 이뤄 입소 초기부터 출소 후까지 개인별 사례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출소예정자의 수요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일자리가 가장 급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정신질환 치료나 채무조정, 가족관계 회복이 먼저일 수 있다. 획일적인 교육보다 개인별 위험과 필요를 파악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 출소자 지원은 '특혜' 아닌 재범 방지 정책
출소자 지원을 두고 범죄자에게 혜택을 준다는 반론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출소자의 사회복귀 실패로 생기는 피해는 출소자 개인에게만 돌아가지 않는다.
출소자가 주거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다시 범죄에 연루되면 새로운 피해자가 생긴다. 수사와 재판, 수용에 들어가는 국가 비용도 늘어난다. 출소자의 사회정착 지원은 복지를 넘어 재범을 줄이는 공공안전 정책이다.
논문은 정부 기관만으로 사회복귀 지원을 완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출소자를 고용하는 민간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고용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덜어줄 보증·보험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가족관계 회복과 사회 적응 프로그램에도 민간 전문가와 지역사회가 참여해야 한다.
외국 사례의 공통점은 지원의 연속성이다. 독일 일부 지역은 교정시설 입소 초기부터 개인별 사회복귀 계획을 세우고 출소 후 일정 기간까지 지원을 이어간다. 일본은 교정시설에 취업 지원 전문인력을 배치해 출소 전부터 지역 고용기관과 연계한다. 두 나라 모두 교정시설 안팎의 지원이 끊기지 않도록 제도를 운영한다.
출소자의 사회복귀는 교도소 문이 열리는 날 시작되지 않는다. 출소 직전 몇 차례 교육만으로 재범의 고리를 끊기도 어렵다.
입소 초기부터 출소 후의 삶을 준비하고, 가족과 사회의 연결을 유지하며, 일자리와 주거를 실제로 확보하도록 돕는 체계가 필요하다. 교정시설에서 사회로 나가는 문턱을 낮추는 일이 결국 시민이 다시 범죄 피해를 볼 위험을 줄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연구논문
권수진(2026). 출소예정자의 사회복귀 지원의 개선방안. 교정연구, 36(1), 25-52.
김지연(Jee Yearn Kim) Ph.D.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University of Cincinnati)에서 형사정책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법심리연구소 박사후 연구원으로, 생성형 AI 기술 역기능 및 사용자 위험 요인 대응 정책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 범죄자 위험 평가, 교정 개입 원칙, 형사사법 실무자 조직행동, 스토킹 범죄자 개입 등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