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매표행위 벌어지는 강남 재건축 현장을 가다

여전히 변치 않는 구시대적 수주행태…민낯 드러나 기사입력:2017-10-01 21:53:27
[로이슈 최영록 기자] 돈으로 표를 사는 매표행위는 더 이상 과거 자유당 시절의 모습이 아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도 이같은 매표행위가 만연한 형국이다. 그것도 돈 많은 부자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의 재건축 현장에서 말이다.
이곳 조합원들은 우리 단지의 시공사가 누가되든지 크게 중요치 않은 눈치다. 최고의 상품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메이저 건설사들이 최상의 사업조건을 제시하고 수주경쟁을 벌일 것이란 확신이 있어서다. 때문에 이들은 홍보요원이 내일 아침 초인종을 누르고 건네주는 돈 봉투에 얼마가 담겨있는지에 관심이 더 크다고 현직 OS요원들은 털어놓는다.

“내 집의 운명을 내 손으로 결정하는 일에 매표행위가 통하냐”는 질문에 현직 OS요원은 “당연히 통한다”고 답했다. 그래도 미심쩍어 “우수한 학벌에 돈 많기로 소문난 사람들인데도 그러냐”는 질문에 그는 “배울 만큼 배우고, 있을 만큼 있는 사람들이 더하더라”며 “심지어 재건축을 경험했거나 실태를 잘 아는 사람들은 아예 대놓고 바라기도 한다”고 폭로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재건축 수주전에서 통상 30% 정도의 지지율만 갖고 있어도 매표행위에 의해서 승부를 뒤집을 수 있다고 본다. 상대의 대응이 약하면 더 심한 경우도 가능하다. 그들은 유독 정에 약한 한국인들의 성향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겉으로 다혈질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마음이 약한 게 한국인의 심성이라는 얘기다. 그 틈을 파고들어 독버섯 같은 재건축 매표작전의 치밀성과 대담함은 다단계 따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어차피 돈은 다 조합원 자신의 주머니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재건축 수주전에서 시공사들은 하나같이 “우리는 여러분과 이 단지를 위해서 투자를 목적으로 온 것이기에 회사의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최고로 짓겠습니다”고 홍보한다. 손해를 보며 짓겠다는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반포는 반포라서, 압구정은 압구정이라서, 개포는 개포라서, 이 지역에 수주깃발을 꽂지 못해서, 본사나 그룹이 있는 지역이라서 등이다. 하지만 모두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현직 OS요원은 지적한다.

수주를 전담하는 홍보사 기획팀이나 시공사의 기획팀들은 프로다. 20년 넘게 도시정비사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같은 경험을 수십년 동안 해오면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한 전문기술자가 된 것이다. 때문에 어떻게 하면 표를 얻을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수주전에서 시공사의 브랜드나 설계도 필요 없고 돈 봉투와 선물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결과를 보면 지금껏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그 마음이 엿보여서는 절대 안된다. 이들이 두려워하는 점은 미운털 박히는 것, 조합원을 바보로 아느냐는 소리를 듣는 것, 경쟁사로부터 저들이나 그렇지 우리는 아니라고 공격당하는 것 등이다. 이들은 조합원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조합원들의 마음을 선물과 봉투로 잡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며 능력이다.

사실 조합원들이 만나는 OS로 불리는 홍보요원은 본부에서 매일 그 지시와 각본을 받아 이행하는 하부조직에 불과하다. 홍보요원의 목표는 간단명료하다. 부재자 투표 당일 조합원을 데리고 투표장으로 가는 것이다. 조합원의 손을 잡고 같이 가서 건설사 직원이 멀리서 지켜보는 가운데 조합원을 들여보내 자기 실적을 확인시키는 게 그들의 목표다. 어느 단지에서는 인증샷을 요구했다는 말도 나온다. 휴대폰을 소지하지 못하니까 볼펜이나 안경 형태의 몰래카메라로 인증샷을 찍게한 후 보너스까지 줬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런데 매표는 절대 사전과정 없이 지나가는 조합원을 붙잡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반드시 사전작업을 통해서 매표행위가 통할만한 유대관계를 만들어 두고 그것이 먹혀든 조합원만이 대상이라는 것이다. 마지막 결정적 순간에 설득이 잘되지 않을뿐더러 비밀유지 문제도 있고 반도고 반대로 찍는 경우가 있어서다.

실제로 현직 OS요원에 따르면 처음에는 1만~2만원짜리도 받기 싫어하는 조합원, 내가 왜 남의 것을 공짜로 받느냐고 화를 내던 조합원 등을 단계적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처음에는 선물 없이 10분 정도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시간이 30분에서 1시간으로 늘고, 집안으로 들어가 간단한 찻잔 청소에서 대청소나 설거지로 발전한다. 또 어머니가 담근 된장이라고 갖다 주고, 고향에서 딴 고추라고 건네는데 이 된장단지나 고추봉지가 나중에는 5만원권 뭉치로 진화한다.

이 과정을 거쳐 친분이 쌓인 조합원, 이른 바 작업이 된 조합원이 매수의 대상이 된다. 간혹 전문성이 있는 조합원이 확실하게 어느 시공사 쪽으로 마음이 굳어 있으면 상당히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건설사의 입찰조건이 복잡하기 때문에 빈틈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어차피 매표는 자기가 승산이 적다고 생각하는 시공사가 주도한다. 브랜드나 설계가 불리하다고 생각되면 제안 단계에서도 속임수를 과감하게 쓰는 것이다.
시공사가 인허가가 불확실한 설계를 제안했어도 별 걱정이 없다. 일단 선정이 되면 시간을 좀 끌면서 쇼를 하다가 적당히 둘러대고 시간에 쫓기기 시작하면 다 그냥 넘어가고 수습이 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가끔 일이 커져 갈등이 표면화되는 경우도 있지만 과거 경험상 확률적으로 자신이 있다. 제안 내용에 실현가능성이 없는 것을 넣어서 획기적이게 만드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심지어 상대방에 대해 깎아 내리는 데 있어서도 과감한 거짓말이 들어간다. 최근에는 설계가 복잡해지고 고도화되면서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후 최대한 상대방이 접촉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문제를 지적하는 상대방은 조합원을 위한 의지가 없는 무성의한 시공사로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조합원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다. 심지어 건축업 종사자인 조합원조차도 수많은 홍보물에 시달리다 보니 어디가 나은지 분간이 안된다고 했다. 이만하면 준비는 완벽히 된 것이다.

부재자투표일이 다가오면 기획팀이나 홍보요원들은 초긴장 상태로 들어간다. 이제부터 화룡정점의 시간이다. 일단 우리편, 중립, 상대편으로 나누고 공략방법을 준비한다. 물론 이 단계에서 논리나 설득은 필요 없다. 조합원 성향에 맞춰 상품권, 선물 또는 현금을 준비한다. 선금과 잔금으로 구분하는 경우도 많다. 적게는 200만원에서 만께는 1000만원까지 상대에게 먹힐 수 있는 금액을 정확히 제시한다. 홍보과정을 통해 시공사 영업과 홍보대행사는 매일 저녁 조직전체 또는 단위조직이 모여 타겟(조합원)별 분석을 통해서 정한다.

매일 저녁 당일 접촉내용과 시간, 화제, 활동 등이 본부에 보고되고 이를 기초로 다음날 어떻게 해당 조합원에게 어떤 활동을 할지가 전문가에 의해서 결정돼 우리들에게 개별지시가 내려온다. 사후 확인도 불시에 이뤄진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본사의 오더가 떨어지면 일제히 매표작업에 들어간다. 이때 건설사는 조합원 특히 연고있는 조합원을 중심으로 조합원 안에도 일종의 조직을 만들어 매표작업에 동원시킨다. 이 조직은 다단계 업체와 유사한 형태를 갖는다. 하위 조합원을 포섭하면 건설사가 확인하고 상위 조직원에 대해서 수당을 지급하기도 한다. 수당의 규모는 경쟁의 강도 등에 따라 다른데 기백만원은 기본이다.

가끔은 부드럽고 세련된 협박도 함께 들어간다.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다른 단지에서 또는 해당단지에서 있지도 않은 사건사고를 가십거리로 슬쩍 던지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달 부단 어느 재건축에서 어디서 누가 선물을 받았다가 적발돼서 망신을 당했더라”, “타 건설사를 찍으면 귀신 같이 안다더라” 등의 협박이 흔한 유형이다. 나아가 “아이가 아파서 어쩔 수 없이 나왔는데 이번에 언니가 안도와주면…”, “두달, 석달 고생했는데 수당이고 뭐고 다 날아가게 생겼는데…” 등의 인간적인 호소도 더해진다. 또 말동무가 되어줬다, 궁금한 건 득달같이 알려줬다, 누구보다 정감있고 친절하게 도와줬다, 세심하게 신경 써줬다, 같이 여행도 다녀왔다, 집에 가서 청소도 해줬다 등의 말로 사정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받고 같이 가서 찍는 건 마음대로 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실제로 돈을 받고 다른 데를 찍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차피 확률게임이기 때문에 시공사는 개의치 않는다. 몇 명쯤 반대로 찍어도 손잡고 온 이상 대부분은 정 때문에 또는 겁이 나서 자기를 찍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시공사는 잘 알고 있다.

부재자투표 전날 저녁에는 홍보요원이 조합원을 찾아가거나 전화로 내일 있을 부재자투표 약속을 받는다. 조합원과 부재자투표 직전에 만날 약속장소와 데리고 갈 차량 등 방법까지 확답을 받는다. 이제 돈이 나간다. 조합원들도 사실은 지친 상태다. 무언가 꺼림직 했던 감정은 1만원 짜리 선물에서 시작해 가전제품, 여행, 핸드백 등으로 진화해 오는 동안 이미 많이 둔감해져 있는 상태다. 돈 봉투 500만원 짜리를 쓱 찔러줬을 때 어차피 내 한표로 좌우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리저리 생각해 봐도 이 불쌍한 동생을 도와주는 게 맞아 보인다. 아니 그렇게 안하면 다시는 이 동생 눈을 마주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작업이 끝나면 우리들은 전부 다른 단지로 이동해 갈 사람인 줄은 알지만 그래도 인간관계라는 게 알 수 없다는 판단에서 그러는 것이다. 홍보요원들도 사람이다 보니 이런 모습을 보면 “결국은 조합원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인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부재자투표날 하루 종일 현장팀에서는 현장에 숨어 카운트를 한다. 홍보요원이 데려온 부재자 몇 명, 상대방 몇 명, 중립 몇 명 등 성향분석을 통해 판세를 판단한다. 어느 날 대세가 끝났다고 생각되면 이런 활동들을 마무리되고 단지는 거짓말처럼 조용해진다.

한 조합원은 “총회가 끝나고 정적이 감도니 마치 꿈에 취했던 것 같았다. 총회결과에 불만을 품고 다들 미쳤다고 불평하는 조합원을 보면서 비로소 내 집이 어떻게 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귀신에 홀린 기분이다”고 심정을 내비쳤다.

최영록 기자 rok@lawissue.co.kr

주식시황 〉

항목 현재가 전일대비
코스피 2,734.30 0.00
코스닥 865.12 ▼6.14
코스피200 372.64 ▼0.16

가상화폐 시세 〉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88,343,000 ▲317,000
비트코인캐시 659,000 ▲500
비트코인골드 48,110 ▲420
이더리움 4,264,000 ▲11,000
이더리움클래식 38,690 ▲240
리플 738 ▲1
이오스 1,116 ▲2
퀀텀 5,100 ▲30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88,461,000 ▲351,000
이더리움 4,270,000 ▲12,000
이더리움클래식 38,710 ▲200
메탈 2,415 ▲21
리스크 2,610 ▲1
리플 740 ▲2
에이다 626 ▲3
스팀 394 ▲4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88,371,000 ▲374,000
비트코인캐시 658,000 ▼500
비트코인골드 48,500 ▼1,050
이더리움 4,267,000 ▲13,000
이더리움클래식 38,820 ▲360
리플 739 ▲1
퀀텀 5,070 ▲5
이오타 306 0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