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컨템포러리’ 정재인 작가, 주얼리 신한류 주도하다

기사입력:2017-08-11 10:11:37
[로이슈 이가인 기자]
디자이너의 아트워크가 곧 상품이 되는 시대가 되면서 스타성을 지닌 아티스트 형 디자이너가 주목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민휘아트주얼리 정재인 작가의 활약은 독보적이다. 현재 한국 대중문화계에서 그녀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의 콜라보레이션을 펼치는 디자이너가 또 있을까. 그녀는 드라마와 영화, KPOP을 넘어 화장품 케이스, 의자, USB, 가구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독특한 아름다움이 담긴 작품 세계를 펼치고 있다. 스타 마케팅에 공들이지 않았음에도 한류 스타들이 앞 다퉈 그녀의 주얼리를 착용한 덕분에 정재인 작가는 ‘주얼리 외교관’이라는 키워드로 대중에게 각인된 스타 디자이너가 됐다.

민휘아트주얼리 정재인 작가 (사진=이종하)
민휘아트주얼리 정재인 작가 (사진=이종하)

대박난 드라마와 영화, 케이팝 앨범의 주얼리는 모두 그녀의 손을 거쳤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 비녀, 영화 ‘아가씨’의 김민희 귀걸이 등이 그녀의 손을 거쳤고, 그녀는 엑소와 트와이스의 무대 장신구도 작업한 바 있다. 그녀는 금속과 원석을 넘어 섬유, 아크릴, 자수, 나무 등 다양한 소재로 주얼리들을 선보였는데,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모든 드라마의 장면이 조화를 이룬 데는 상황에 맞는 디자인을 창조해낸 그녀의 공이 컸다.

매번 새로운 그림을 그려낸 그녀는 ‘주얼리’라는 일반 소비재를 ‘예술품’을 넘어 ‘관광객을 유치하는 한류스타’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녀가 만든 빛이 담긴 주얼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추억을 만들었고, 그녀가 만든 주얼리는 박물관에 전시되어 월 3,000여명의 관광객을 증가시키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드라마 작업을 하면서 주얼리라는 빛으로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작품을 통해 또 다른 문화가 탄생하고, 캐릭터와 공간이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즐겁다고 한다. 비단 한류 스타가 착용해서 그녀의 주얼리가 빛나는 것은 아니다. 그녀의 작품은 그 자체 특유의 아름다움과 스토리가 살아 있기 때문에 더욱 더 눈부시게 빛난다. 주얼리 안에 살아있는 강력한 스토리는 그녀의 작품이 셀러브리티를 넘어 대중에게까지 ‘착용 가치’와 ‘소장 가치’를 인정받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일 것이다.

대중 문화계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는 창조자의 가치만을 중시하는 아티스트나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해 제품을 만드는 제품 디자이너보다 요구되는 사항이 많다. 어떤 창작물을 만들어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가 즉각 만천하에 드러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동네이니만큼 주변의 평가도 가지각색이기 마련이다. 또한, 시시각각 변화하는 대중 문화계에서 계속해서 불특정 대중이 공감하고, 환호하는 히트작을 만들어 냈는지의 여부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판단 요소가 된다. 정재인 작가는 이 모든 어려운 사항들을 충족시키는 유일무이한 작가로 손꼽히고 있다.

‘미씽나인’, 정재인 작가가 디자인한 백진희의 뫼비우스 목걸이 (사진= MBC)
‘미씽나인’, 정재인 작가가 디자인한 백진희의 뫼비우스 목걸이 (사진= MBC)


Q. ‘화랑’을 시작으로, ‘엽기적인 그녀’, ‘품위 있는 그녀’, ‘왕은 사랑한다’ 등 올해만 해도 정재인 작가가 참여하여 미술적으로 호평 받고 있는 작품이 여러 편이다. 한류 스타들이 꾸준하게 민휘아트주얼리를 찾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정재인: 일단 우리를 찾아줬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다. 우리 주얼리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뭘 착용해도 예쁘신 분들이다. 덕분에 우리 주얼리가 예뻐 보이고 특별해지고 있다. 나도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있다. 우리 주얼리로 인해 더 예쁘고, 멋진 모습이 보여 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Q. ‘역적’, ‘그 여자의 바다’, ‘완벽한 아내’ 등 사극과 시대극, 현대극을 경계 없이 넘나들며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 작업한 작업물 중에 가장 대표할만한 사극 장신구와 현대 주얼리를 소개한다면?

정재인: 사극 장신구는 KBS 월화드라마 ‘화랑’에서 삼맥종(박형식 분)의 상징으로 나오는 ‘쌍룡팔찌’, 현대 주얼리는 MBC 수목 드라마 ‘미씽나인’에서 라봉희(백진희 분)가 사건의 단서로 착용한 ‘뫼비우스 목걸이’

Q. ‘화랑’의 쌍룡팔찌, '미씽나인‘의 뫼비우스 목걸이 모두 스토리의 중심을 이끈 매개체였다. 두 주얼리 모두 아름답기도 했지만, 흔하게 볼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이라서 큰 화제를 모았다.

정재인: 두 가지 다 이전에 시도 해보지 않았던 스타일이다. 관계자 분들께서 좋은 아이디어 내주시고 잘 비춰지도록 도움을 주셔서 호평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두 아이템 모두 방송 직후, 바로 연관 검색어 1위에 올랐고, 방영 내내 많은 분들께서 관심 가져주셨다. 대본에 잘 써주신 작가님, 화면에 예쁘게 담아주신 감독님, 예쁘게 착용해주신 배우 분들, 좋은 아이디어 많이 내주신 스태프 분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하다.

Q. 일반 대중으로부터 주문도 많이 받았는지?

정재인: 주문 관리를 내가 하지 않아서 수치는 잘 모른다. 두 아이템 다 화면에 너무 잘 나와서 그게 너무 좋았다.(웃음) 기억나는 주문이 있기는 한데, 순금으로 쌍룡 팔찌 두 쌍을 제작 의뢰한 분이 계셨다. 박서준 씨와 박형식 씨에게 커플 아이템으로 하나씩 선물한다고 하셨다. 드라마 작업할 때 측정해 놓은 팔목 사이즈가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제작할 수 있었다.(웃음) ‘화랑’ 11회 마지막에 ‘쌍룡팔찌’가 잘 나온 장면들만 편집한 부분이 나갔는데, 너무 감동이었다. 큰 선물 받은 느낌이었다. 감독님께서 작품 내내 주얼리에 정말 많이 신경써주셨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Q. ‘미씽나인’은 캐릭터 별로 신선한 디자인이 돋보였다. 백진희 목걸이를 비롯해, 이선빈 귀걸이, 윤소희 이어커프, 양동근 반지, 감상호 셔츠 장식, 정경호, 최태준, 엑소 찬열 드리머즈 밴드 장신구 등 다양한 주얼리가 등장했다.

정재인: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부터 연출부, 미술팀 함께 모여서 주얼리 회의를 열심히 했다.(웃음) 연예인들의 이야기기 때문에 추락하기 직전에는 캐릭터 별로 설정할 수 있는 주얼리들이 많았다. 이선빈씨와 윤소희씨는 극 중 탑 여배우지만 이선빈씨는 심플하고 세련되게, 윤소희씨는 더 화려하게 디자인을 잡았다. 김상호씨는 큰 엔터테인먼트의 수장임을 드러낼 수 있도록 다이아몬드가 박힌 독수리 날개 장식을 셔츠에 달았다. 바스트 샷에 셔츠 장식이 계속 함께 잡혀서 캐릭터 성격을 드러내는데도 효과적인 장치로 작용했다.

백진희 씨의 목걸이는 뫼비우스 띠 형태로 만들었다. 안과 밖의 구분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는 영원히 탈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절망, 고통, 카오스 등을 암시하기도 한다. 또한, 사람들이 무비판적으로 모든 것을 수용하는 상황을 비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런 의미들이 드라마 속의 상황들과 잘 맞았다. 그리고 목걸이에 신비로움과 여성스러움을 더하기 위해 뫼비우스의 띠 안에 보일 듯 말 듯 한 크기의 아고야 진주를 넣어 디자인했다.

양동근씨의 반지는 원래 대본에 없던 아이템이었다. 백진희씨의 목걸이가 워낙 중요하게 나오다 보니까 그 목걸이를 어떻게 더 부각시킬지를 고민하다가 설정하게 됐다. 미술 회의 때 커플 목걸이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는데, 약지에 착용하는 반지로 정해졌고, 대본에도 반지가 녹여지게 됐다. 양동근씨께서 반지 때문에 우리 숍에 오시기도 했다. 반지에 뫼비우스의 모티브를 그대로 가져가되 남자가 착용하는 것이므로 면을 좀 더 넓게 썼고, 진주를 넣지 않았다. 방영 내내 화면에 반지가 너무 잘 나왔고, 연관 검색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양동근씨께서 반지에 신경 많이 썼다고 말씀해주시는데 정말 든든한 마음이 들었고, 또 감사했다. 반지는 급작스럽게 설정된 아이템이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그 과정과 결과가 정말 좋아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미씽나인’, 정재인 작가가 디자인한 양동근의 뫼비우스 반지 (사진=MBC)
‘미씽나인’, 정재인 작가가 디자인한 양동근의 뫼비우스 반지 (사진=MBC)


최태준씨께는 캐릭터의 이중성을 드러내는 장치로 투톤의 블랙 크리스탈 부토니에와 이중 표면 처리한 반지를 설정했다. 감독님께서 태호가 섬에서 돌아온 뒤에는 좀 더 화려하게 그 존재감이 부각됐으면 좋겠는데, 워낙 악역이라서 브랜드 이미지에 손상 갈까봐 요청하기 미안하다고 하셨다. 그 말씀을 듣자마자 큰 박스에 주얼리들을 담아서 현장으로 갔다.(웃음) 태호가 주얼리를 착용하기 전에는 정말 별로였다. 드라마를 보면서도 ‘너무 못됐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근데 주얼리를 착용하게 된 다음부터는 태호가 욕을 먹으면 ‘말이 너무 심하다. 태호 불쌍하다’고 했다. 내 마음가짐이 그렇게 변하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웃음)

Q. 감독의 우려대로 보통 악역에는 브랜드들이 협찬을 꺼린다. 그런 부분에 대한 염려는 없나?

정재인: 나는 (악역과 같은) 그런 부분은 크게 상관없다. 주얼리가 중요하게 나오면 다 좋다.(웃음) 원래 그렇기는 하지만 ‘미씽나인’이 좀 특별하기도 했다. 정말 많은 분들의 배려를 받으면서 작업했던 드라마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현대극인데 캐릭터 별로 다양한 주얼리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었던 작품이다.

Q. 이야기만 들어도 ‘미씽나인’에 대한 애정이 큰 것 같다. 시청률이 높거나 대중적으로 호응이 있던 드라마는 아니었다.

정재인: 작품 안에 좋은 사람들과 좋은 추억들이 있으면 외부의 평가와 관계없이 애정이 생긴다. 얼마 전에 ‘역적’ 때문에 상암동에 갔는데 프로듀서님께서 “여기가 ‘미씽나인’ 사무실이었잖아요.” 하셨다. 벌써 다른 드라마의 포스터가 붙어있었는데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그런 것들을 보면 좀 서글프기도 하다.

Q. ‘역적’을 통해서도 좋은 사람들을 만났나? 작품적으로 어땠나보다 좋은 사람을 만났는지를 물어봐야 될 것 같다.

정재인: ‘역적’을 통해서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사실 처음에는 내가 옥구슬에 대한 콘셉트를 잘못 잡았다. 양반 세력을 상징하는 구슬이라고 해서 화려하고 부티 나게 디자인했다. 근데 감독님께서 한 번에 아니라고 하시지 않고, 그 느낌을 잘 설명해주셔서 차분하게 디자인을 다시 잡아볼 수 있었다. 다시 잡은 디자인을 너무 마음에 들어해주셔서 감사했고, 또 클로즈업이 정말 많이 됐다. 드라마를 본 사람이면 다 떠올릴만한 아이템이 생성됐기 때문에 작품적으로도 성과가 있었다고 느낀다. 사실 내가 한 일은 크게 없는데도 작가님께서 고생 많았다며 따뜻하게 말씀해주시고 내 손을 몇 번이나 잡아주셨다. 윤균상 씨께서는 반대 세력 것이지만 가지고 싶었다고 말씀해주셨고, 김지석 씨께서도 주얼리 클로즈업이 너무 많이 되지 않았냐고 말씀해주셨다. 여러 가지로 따뜻하게 신경써주신 프로듀서님, 조감독님, 제작사 분들께도 정말 감사했다.

Q. ‘역적’ 종방연 현장을 SNS에 올린 것을 봤다. 윤균상, 채수빈, 김지석 등 배우들과 다정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정재인: 우리 주얼리가 등장한 작품이나 우리 주얼리를 착용한 분들과 사진을 남기는 것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내가 디자인을 대중문화 콘텐츠로 선보이는 작업을 하면서 디자인이 널리 알려지는 것이 좋기도 하지만 너무 쉽게 카피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 내가 작품 사진을 다 올리지 않다 보니 도리어 내가 카피한 것으로 오해 받기도 했다. 카피 문제를 막기 위해서 재료 시장에서 내가 사용한 재료를 다 사버린 적도 있다. 근데 재료 자체가 카피되기도 하더라. 그 때 정말 좌절했다.(웃음) 원작자로서 함께 했던 분들과 사진을 남기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 같다.

Q. ‘엽기적인 그녀’도 정재인 작가가 참여한 작품이다. ‘엽기적인 그녀’는 어땠나?

정재인: 함께 한 분들께서 많이 신경써주신 것은 알았지만, 화면 보면서 그 마음들을 더 느끼고 있다.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다. 감독님께서 원래 대본보다 장신구를 더 잘 찍어주셨다. 장신구와 관련해 없던 대사도 추가됐고, 타이트샷도 계속 나온다. 화면을 볼 때마다 정말 공들여서 찍어주신 것을 느끼고 있다. 장신구의 실물보다 훨씬 더 예쁘게 나오는 것 같다. 보면서 ‘주얼리 CF같다’고 했다.(웃음) 현장에 갈 때마다 스태프 분들께서 장신구 너무 예쁘다는 인사들을 해주셔서 정말 행복했다. 분장 미용 팀에서 눈사람을 만들었다며 단체 톡 방에 사진을 올려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추울 때 촬영했는데, 항상 따뜻한 느낌이었다. 얼마 전에 다른 일로 감독님과 통화할 일이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대뜸 ‘크레딧은 잘 나왔는지 확인했니? 나도 한번 확인해 봐야 겠다’ 하셨다. 그 때 ‘뭘 그런 것 까지 다 신경 쓰세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했는데 속으로 ‘역시 감독님 최고다’ 했다. 정말 끝까지 감동을 주신다.(웃음)

Q. 배우들은 어땠나?

정재인: 내가 현장에서 주원 씨와 연서 씨만 만나게 됐는데, 두 분 다 정말 좋으셨다. 연서 씨는 ‘장신구가 너무 예쁘다. 장신구가 없으면 못 생겨 보인다’며 장신구들을 잘 챙겨주셨다. 내가 현장에 갔을 때, 그런 말씀을 해주셨다. 사실은 장신구가 하나도 없어도 예쁘신 분인데, 그렇게 배려하는 말씀들을 해주셨다. 장신구가 잘 나온 예쁜 사진들도 많이 올려주셨다. 주원 씨도 정말 좋으셨다. ‘용팔이’ 일과 관련해서도 너무 예쁜 말씀들을 해주셨는데, 이번에도 잘해주셨다. 직접 고르신 장신구들이 있었는데, SNS에 잘 보이는 사진들을 또 올려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Q. 특히, 오연서의 머리 장식들이 정말 예쁘다. 매 장면 바뀌어서 보는 재미도 있다. 텀 없이 사극들에 계속해서 참여하고 있는데, 극마다 디자인의 콘셉트가 명확해 보인다. 특별히 염두에 두고 디자인하는 부분이 있다면?

정재인: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배려심 깊은 연서 씨 덕분에 나도 좀 더 신경 쓰고 싶었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 드는 사람에게 더 신경 쓰고 싶기 마련인 것 같다. 분장 미용팀에서도 많이 신경써주셨다. 연서 씨께서 장신구에 대해 좋게 코멘트한 부분들도 매번 잘 전달해주셔서 더 애정을 가질 수 있었다. 극마다 관계자 분들과 콘셉트에 대해서 많이 의논한다. ‘엽기적인 그녀’는 감독님께서 전체적으로 드라마의 색감을 다른 드라마보다 한 단계 높게 잡으셨다. 그렇게 색감을 한 단계 높게 잡으셨던 것이 ‘엽기적인 그녀’라는 타이틀에도 잘 어우러졌다고 생각한다. 극 자체가 주는 발랄함이 있기에 디자인 모티브도 너무 무겁게 가지 않으려고 했다. 자연스러운 모티브로 디자인하였고, 색감을 화려하게 주었다. 연서 씨께서 거의 모든 색감을 다 잘 소화해내셔서 나도 특정한 컬러를 배제하지 않고 자유롭게 디자인해볼 수 있었다. 연서 씨께서 장신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명확해서 나도 작업하기가 수월했다. 얼굴이 작으시기 때문에 장신구의 크기도 너무 크지 않게 디자인했고, 옆에 꽂아도 앞에서도 보일 수 있는 정도로 라인을 잡아 제작했다. 연서 씨의 의견이었는데 좋은 의견 덕분에 장신구가 예쁘게 제작될 수 있었다. 인터뷰 상으로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감독님과 연서 씨께서 마음써주신 부분이 있다.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다. 작업 과정이 정말 좋았기 때문에 드라마도 더 재밌게 느껴지고, 혜명공주(오연서 분) 볼 때마다 예쁘고 고맙고 그런 마음이 있다.

‘엽기적인 그녀’, 정재인 작가가 디자인한 오연서의 머리 장신구 (사진=SBS)
‘엽기적인 그녀’, 정재인 작가가 디자인한 오연서의 머리 장신구 (사진=SBS)


Q. 그간 정재인 작가의 인터뷰들을 보면 작업한 사람들이 얼마나 신경 써 줬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보통 기업인의 인터뷰는 매출이 얼마고, 매출을 높이기 위한 노력 등이 주를 이루는데 이와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사실 정재인 작가가 대화하는 화법 자체가 비즈니스 화법도 아니고 비즈니스적인 질문을 해도 진심으로 잘 모르는 것 같아 보이기는 하다.

정재인: 솔직히 아주 잘 알지는 못한다. 그런 질문 받으면 내가 좀 멍한데 그런 모습에 기자님들도 답답해하시는 것 같아서 늘 죄송하다. 오히려 가르쳐주시고, 내가 배우기도 한다. 근데 사실 그런 마음들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다른 사람들도 누군가가 이런 말이나 행동을 해줘서 감동이었다고 하지, 매출이 많이 났기 때문에 좋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 않나. 나는 그렇게 배려 받은 일들이 다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다.

Q. 매장에서 작품들을 보면 종류도 정말 다양하고, 또 종류 별로 작품의 수준이 대단하다. ‘아트 주얼리’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홈페이지에는 많은 부분이 드러나 있지 않아 실물로 접했을 때, 더 놀랍게 느껴진다. 홈페이지를 봐도 ‘물건 좀 사주세요’ 하는 느낌이 전혀 없다. ‘사고 싶으면 사. 아님 말고’ 하는 느낌이다.

정재인: ‘물건 좀 사주세요’는 내 스타일 아니다.(웃음) 하지만 홈페이지를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사실 홈페이지가 매우 중요하다. 판매가 아니더라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난 손을 놨다.(웃음) 당장 하고 있는 일만으로도 너무 벅차다. 사진부터 인터넷까지 건드리기 시작하면 한 숨도 못잘 것 같다. 하기 시작하면 또, 다 바꿔야 되기 때문에 아예 손을 못 대겠다. 직접 손을 안 대고 있기는 하지만 꼭 해야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늘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하기는 하다. 내가 이런저런 아이디어는 많은데 컴퓨터적인 능력이 없다. 컴퓨터 능력이 뛰어나고 센스 있는 분을 만난다면 놓치지 않고 싶을 것 같다.

Q. 본업인 디자인 외에 홈페이지 등 비즈니스 적인 것 까지 신경 쓰는 것이 어렵기는 할 것 같다.

정재인: 사실 그것이 가장 큰 문제기는 하다. 부수적으로 할 일들이 있으니 가장 중요한 일에 백프로 매진할 수 있지는 않다. 근데 혼자서 해결해야 될 문제들이 있고,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는 생각한다. 많이 겪다 보면 노하우가 생기겠지. 그런 일들조차 디자인해나가야 한다. 내가 많이 부족한 사람인데 믿음을 바탕으로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각자 역할 분담을 하여 한 팀으로 움직이니까 내가 잘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는 편이다. 분업화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콜라보레이션 등 외부 활동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방송 일을 동시 다발적으로 문제없이 해나갈 수 있게 됐다. 우리처럼 적은 인원으로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을 것 같다.

Q. 경영에 관여하고 있지는 않나?

정재인: 지금은 그렇다. 주로 어머니께서 관리해주신다. 내가 별도로 갤러리 겸 주얼리 숍을 3년 넘게 운영했다. 내가 디자인한 주얼리와 소품,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형태로 구성한 숍이었다. 위에 주거 공간과 작업실이 있었고, 호텔 상가 아케이드에는 쇼룸이 있었다. 집과 작업실 밑에 매장이 있으면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스트레스가 컸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 라기 보다는 내가 작업을 하고 전시를 하기 위한 독립적인 공간으로 만들었는데도 손님이 많았다. 정말 늦은 시간에도 손님들이나 친구들이 계속 찾아와서 열어달라고 할 때, 솔직히 힘들었다. 집이 바로 위인 것을 다 아니까 안 내려가 볼 수도 없었다.(웃음) 그런 일이 반복되니까 엘리베이터로 바로 내려가면 되는 내 매장인데도 전혀 나가보지 않게 됐다. 직원에게 전적으로 숍 운영을 맡겼다. 그러던 와중에 다이아몬드가 분실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 매장이 호텔과 이어져 있어서 보완이 철저하다고 믿었는데, 그런 일이 생겼다. 처음에는 여러 상황들을 원망했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숍에 나가지 않아서 벌어진 상황이었다. 내 책임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숍에 정기적으로 출근하며 숍을 관리할 자신도 없었다. 그 때 숍을 그만두기로 결단을 내렸다. 앞으로 내가 책임지지 못할 일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나중에 가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지만, 지금은 경영에 관심이 없다. 내가 한 두 개의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디자인만 하기에도 시간이 바쁘다. 사실 나는 경영보다 디자인이 더 재밌기도 하다.

Q. 그래도 본인의 잘못으로 다이아몬드를 분실한 것이 아닌데, 허망한 마음도 들었을 것 같다.

정재인: 결국 범인이 잡히기는 했지만, 피해자가 변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전혀 없더라. 이전에 엄마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보석하는 사람 다 그런 일을 한 번씩 겪는다고 한다. 평소에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스타일이 아닌데, 어쩔 수 없나보다 했다. 그 때 다이아몬드를 분실한 그 자체 보다 직원 분께서 내 속상한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는 것 같아서 허망한 마음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그 때 내가 숍에 잘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대화의 부재로 생긴 오해였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내가 숍에 잘 나가지 않더라도, 직원 분들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하고, 진심을 나누려고 한다. 항상 같이 있지는 않지만 모두 함께 한 곳을 보면서 걸어가고 있다.

Q. 함께 일하는 직원을 소중히 여기는 것 같다

정재인: 함께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니까 소중하다. 우리 회사에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내가 더 좋은 일들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가족 같은 회사가 안 좋다는 말도 있지만, 가족 같이 따뜻한 마음으로 믿음을 바탕으로 서로 위하고 챙겨주면서 지내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지내는 시간이 가족보다 더 많을 때도 있으니까 말이다. 기본적으로 정해진 약속은 지키고, 각자의 할 일은 열심히 하면서 서로에게 좋은 마음을 가지고 좋은 일들을 만들어 가고 싶다. 지금 함께 하는 사람들 모두 정말 좋다. 새로 들어온 친구들도 좋다. 둘 다 여자고, 나보다 동생들인데도 자기 일에 책임감이 있고 심성이 곱다. 내가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스타일이다. 근데 내가 이야기하면 바로 ‘맞는 말이다. 이야기 해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편하게 이야기해주면 고치겠다.’고 한다. 둘 다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말을 했다. 그 말을 듣고 내가 오히려 미안해졌고, 또 고마웠다. 진심이 있는 친구들이라서 정말 예쁜 친구들이다. 앞으로도 함께 발전해나가고 싶다.

Q. 디자인 주얼리와 소품,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형태로 숍을 만들었다는 것은 지금 정재인 작가가 다양한 활동을 하는 부분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사실 주얼리가 크기로 보면 작은 아이템인데 정재인 작가는 좀 더 큰 그림으로 주얼리에 접근한다.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작품의 종류가 다양해서 소품 등으로까지 확장되어 있다. 주얼리가 예술을 넘어 생활 산업까지 확장되도록 변모시키고 있다. 연예인, 기업들과 콜라보레이션 작업 등을 통해 주얼리 외의 생활 소품 등의 다른 카테고리와도 융·복합 작업을 계속 펼치고 있다.

정재인: 주얼리라는 소재를 다루면서 미술 작품, USB, 의자 등 가구, 화장품 케이스 등 다양한 업체와 협업할 수 있는 것이 참 행운이다. 가능성을 보고 새로운 제안들을 해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해서 꼭 잘해내고 싶어진다. 나는 디자인을 할 때, 주얼리 그 자체에 집중해서 출발하기 보다는 전체적인 콘셉트와 캐릭터, 상황, 의상, 소품, 스타일링 등 큰 틀을 먼저 보고 거기에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디자인을 하려고 한다. 주얼리 그 자체만이 훌륭한 것보다 그 상황과 사람에 맞게 전체적으로 잘 어우러지는 것이 더 좋은 주얼리다.

우리가 여러 채널을 통해서 전개하는 주얼리 라인은 다양하다. 그리고 주얼리라는 카테고리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제품들도 있고, 판매가 아예 불가능한 것들도 있다. 그런 작업들을 화면을 통해 선보일 때, 누군가는 ‘왜 많이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을 노출시키지 않았냐’며 소중한 기회를 놓쳤다고도 한다. 하지만 꾸준하게 그런 작업을 하는 이유는 민휘아트주얼리가 단순히 ‘주얼리’만을 판매하기 위한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얼리를 ‘스토리가 있는 디자인’이라는 큰 맥락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것은 시장 자체가 그 맥락만큼 확장될 수도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당장은 (판매가 불가능한) 콘텐츠가 소용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도 큰 맥락에서 보면 꼭 필요한 존재가 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차곡차곡 쌓인 콘텐츠들이 하나의 큰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그 자체가 강력한 브랜드의 힘이 되는 것이다.

‘미씽나인’, 정재인 작가가 디자인한 이어커프, 셔츠 장식 (사진=MBC)
‘미씽나인’, 정재인 작가가 디자인한 이어커프, 셔츠 장식 (사진=MBC)


Q. 이 이야기를 들으니까 정재인 작가의 디자인 전개 방식에 대한 이해가 생긴다. 그리고 대중이 정재인 작가의 작품에 열광하는 이유도 알 것 같다. 감성적인 스토리텔링, 디자인적인 사고가 각광받는 시대다.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스토리를 만드는 능력을 지닌 디자이너가 흔치 않다.

정재인: 오늘날의 우리는 상품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단순히 어떤 제품이 부족하다고 해서 구매하지 않는다. 특히, 주얼리는 더 그렇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원하고, 특별한 의미와 감성을 바라기 때문이다. 큰 흐름 안에서 적재적소의 디자인들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우리 디자인이 사극 드라마에서도, 시대극 영화에서도, 모던한 케이팝에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 디자인 역시 일종의 취향이기 때문에 다양한 스타일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실제로 나는 패션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에서 디자인의 영감을 받기도 한다. 디자이너는 평소에도 시야를 넓히고 유연하게 사고해야 한다.

Q. 그런 마음으로 디자인을 한다면, 기존에 있는 다른 주얼리들을 참고하지 않고, 디자인하는 일이 많겠다.

정재인: 대체로 그렇다. 시안이 있으면 참고한다. 하지만 주어지는 상황이 매번 다르니까 내가 하는 디자인도 다르게 나오게 된다. 영화 ‘아가씨’ 귀걸이처럼 중요한 의미와 스토리가 담겨서 주얼리 그 자체만이 부각되면 주얼리의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인다. 보통 착용되는 주얼리 특히, 실험적인 케이팝 무대 장신구의 경우에는 늘 100점짜리만 보내지 않는다. 의상도 계속 새로운 스타일이 시도 되니까 어우러지는 주얼리에도 변수가 크다. 주얼리 그 자체의 완성도만 보면 50점짜리인데 전체적인 착장에는 100점짜리 보다 더 잘 어우러지는 주얼리도 있다. 생각에는 안 그럴 것 같나? 그런 생각도 버리는 것이 맞다. 그래야 더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

Q. 발표하는 주얼리 라인이 일정하지가 않다. 엑소와 트와이스가 착용한 모던한 K-POP 액세서리부터 진주와 레이스로 만든 영화 ‘암살’ 전지현의 머리핀, 영화 ‘아가씨’ 김민희의 엔틱한 스피넬 귀걸이, 고풍스러운 궁중 사극 장신구 등 상당히 다양한데 또, 모든 것이 다 아름답다. 계속해서 새로운 작업을 선보이지만 트렌드를 쫓는 느낌은 아니다. 오히려 여러 작품을 하기 때문에 트렌드를 ‘만들 수 있는’ 위치인데도 계속해서 보여주는 일관적인 이미지가 없다.

정재인: 트렌드를 따르는 것보다는 각자의 개성과 스타일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강요받는 것도 싫고, 강요하는 것도 싫다. 내가 소비자일 때도, 내 의견과 스타일을 존중 받고 싶기 때문에 나도 그런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꼭 드라마와 영화 일이 아니라도 그렇게 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면세점에 납품하는 상품과, 호텔에 전시하는 작품은 디자인과 가격대를 완전히 다르게 구성한다. 업체 별 성격과 원하는 스타일, 가격대 등을 모두 고려하면서 담당자와 충분한 대화를 나눈다. 새로운 에디션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렇게 일하면서 작품의 수가 계속해서 다양해지고 있다. 어떤 일을 할 때마다 분명하게 발전하는 느낌이 든다.

Q. 주로 대중문화를 통해 디자인을 소개하고 있는데, 다수의 호응을 이끌어 내야 하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정재인 작가는 일반적인 디자이너와는 작업에 접근하는 마인드가 조금 다를 것 같다.

정재인: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보다 기존의 것을 바탕으로 조금 더 신선한 디자인을 해야 다수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라도 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고, 어떤 익숙함이 있어야 한다. 이번에 콜라보레이션 제의가 들어온 소리와 관련된 아이템이 있다. 나도 그 브랜드와 콜라보를 하게 되면서 그 브랜드, 그리고 그 아이템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는데 공부하면서 전에 몰랐던 새로운 지식들을 습득하고 있다. 공부하고 나니까 그 브랜드가 지난 시즌 선보인 광고가 이해가 갔다. 이해가 되고 나서 다시 보니 너무 좋은 취지의 광고였다. 그렇지만 그 아이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을 때는 그 광고가 전혀 와 닿지 않았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자, 그 브랜드의 대표님께서 ‘바로 그것이 실패의 이유였다. 그래서 대중과 호흡하는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민휘아트주얼리가 꼭 필요했다’고 말씀해주셨다. 내가 방송을 통해 주얼리를 선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단순히 누군가가 착용했다는 것보다는 왜 착용했고, 그 주얼리에는 어떤 스토리가 담겨 있는지 하는 것들이 중요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단 하나밖에 없는 스토리들이 디자인에 담기는 일들이 의미 있다.

Q. 앞서, 실험적인 디자인이 많은 케이팝 무대 장신구의 경우, 실험적인 디자인을 많이 한다고 했는데, 정재인 작가 하면 남성 주얼리의 새로운 트랜드를 제시하는 선구자로도 유명하다. 엑소 첸백시, 신화, 갓세븐, BAP, 틴탑 등 많은 남자 아이돌 그룹의 주얼리를 디자인하면서 남자가 착용하는 초커, 길게 늘어지는 십자가 귀걸이 등을 디자인 해 유행을 몰고 오기도 했다. 케이팝 무대 장신구는 고려해야할 사항이 조금 다를 것 같다. 인체 미학적 디자인을 한다고 들었다.

정재인: 나는 기본적으로 착용감이 편한 것을 중시하는데, 무대 장신구는 특히, 구조적으로 움직임이 제한 받지 않도록 배려하여 제작하려고 한다. 인체 구조나 안무도 참고하는데 안무에 불편하지 않도록 무겁지 않게 제작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대에서 손끝으로도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섬세한 동작을 하는데 있어서 주얼리가 부담주지 않아야 한다. 무대 장신구는 눈에 띄도록 존재감 있게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다. 구조적이고 입체적으로 디자인해서 주얼리 디자인 그 자체에도 재미를 주려고 노력한다. 또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레이어드 되고, 여러 방식으로 착용할 수 있는 스타일을 선호한다. 목걸이나 귀걸이는 대부분 길이 조절이 가능하게 디자인한다. 장식을 바꿀 수 있게 디자인하여 같은 주얼리지만 다른 형태로 보여 지는 멀티 기능의 디자인도 한다. 또, 여러 개를 착용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하나로 착용되는 실용적인 디자인도 한다. 2곡 이상 부를 경우, 주얼리를 교체할 시간이 거의 없다. 그래서 무대 주얼리는 빨리 착용하기 편해야 한다. 그리고 무대에서는 동작이 크기 때문에 실제로 여러 개를 레이어드해서 착용하다 보면 주얼리가 엉킬 수가 있다. 여러 개를 하나의 주얼리처럼 만드는 것이 착용하기 편하다.

Q. 정재인 작가와 작업한 아이돌 그룹들을 보면서 ‘무대 활동 콘셉트에 맞춰 디자이너와 협업 하다니 우리나라 연예계도 인식이 발전했다.’ 생각했다. 새롭게 제시하는 디자인 주얼리의 양이나 퀄리티가 상당하기 때문에 마치 살아 있는 룩북(lookbook) 혹은 컬렉션을 보는 것 같다. 그리고 함께 작업한 아이돌 그룹은 패션 아이콘, 혹은 트렌드 세터로 급부상한다. 새로운 아이템들을 보면서 보여 지는 이미지의 수준도 한 차원 높아졌다.

정재인: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주얼리 디자이너가 함께 참여하는 것이 아직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내가 참여했을 때 뭔가 달라야 하니까 나도 더 노력한다. 내 노력이 더 좋은 무대를 만드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내가 무슨 일들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내 역할에 대해 질문하시는 분들도 있고, 내가 특별하게 일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다. 누군가가 했던 일이 아니고, 이전에 있었던 방식으로 일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몇 배로 더 노력하고 더 열심히 하는 것도 있다. 그건 나 스스로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나를 믿고 선뜻 기회를 준 사람들을 위해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 근데 이런 일들이 앞으로는 특별하게 보이지 않고, 당연해졌으면 좋겠다. 한 앨범과 무대가 구성될 때, 포토그래퍼,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헤어는 누가 할 지 등을 정하지 않나. 앞으로는 주얼리 디자이너도 한 팀으로 함께 구성되는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 좋겠다. 주얼리는 MD 상품군에 포함시켜 새로운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가 있다. 앨범마다 소속사 차원에서 새로운 MD 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가수 ‘비’ 서울대학교 강연 당시 정재인 작가가 디자인한 팬던트
가수 ‘비’ 서울대학교 강연 당시 정재인 작가가 디자인한 팬던트


Q. 처음 가수의 주얼리를 디자인한 것이 슈퍼주니어 ‘마마시타’ 앨범이라고 들었다

정재인: 처음이라고 하면 ‘비’였다. ‘비’ 씨께서 타임지에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면서 서울대학교에 강연 오신 적이 있었다. 그 때 추천을 받아서 학생의 신분으로 ‘비’의 이미지를 담은 주얼리를 디자인 및 제작하게 됐다. 단상에서 수 백 명의 같은 학교 학생들과 ‘비’ 씨 앞에서 내 디자인을 발표한다는 것이 떨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내 디자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등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서 준비한 말을 다 못했던 기억이 난다.

Q. 지금은 수 백 명이 아니라, 드라마 등의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 수 억 명에게 디자인 발표를 매 달 하고 있다.

정재인: 그러게 말이다. 그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웃음)

Q. 최근에 디자인한 케이팝 주얼리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템은?

정재인: 틴탑 ‘재밌어?’를 통해 새로운 장신구 디자인에 많이 도전했다. 특히, 니엘 씨께서 착용한 하네스 주얼리는 처음 도전한 디자인이었는데, 니엘 씨께서 예쁘게 소화해줘서 고마웠다. 이번에 전체적으로 주얼리 착용이 많았다. 특히, 단추나 셔츠 깃에 하는 장식, 허리 장식, 하네스 등 규모가 큰 주얼리들이 많았다. 일반적인 주얼리가 아니었기에 직접 사이즈를 체크하고 핏도 보면서 제작했어야 하는데, 요새 워낙 바쁘다 보니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래서 새롭게 제작한 주얼리들이 제대로 보여 질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틴탑 멤버 분들 모두가 잘 소화해줘서 기뻤고, 또 고마웠다. 항상 잘 챙겨주는 스타일리스트 팀 분들께도 고맙다.

Q. 틴탑이 착용한 하네스 주얼리는 정말 신선했다. 디자인 자체도 매우 특이해서 ‘저 주얼리는 도대체 뭐지?’ 싶었다.

정재인: 바로 그거다. 나는 그런 일들을 하고 싶다. 내가 참여하는 매 앨범, 매 드라마와 영화마다 새로운 디자인을 제시하고 싶다. 그래서 함께하는 가수 분들도 전에 없던 새로운 아이템과 트랜드를 제시하고,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무대를 만들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은 아니다. 착용하는 가수, 스타일리스트 팀과 함께 머리를 맞대야 가능한 일이다. 얼마 전에 방송된 MBC ‘쇼 음악중심’ 무대는 정말 못 잊을 것 같다. 앞뒤로 우리 로고가 반짝반짝 거리는데 정말 감동받았다. 음악방송에서 그렇게 로고가 잘 나오니까 드라마에서 로고가 잘 나올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Q. 민휘아트주얼리 로고가 참 예쁘게 생겼다.

정재인: 민휘아트주얼리 로고 자체를 내가 디자인했다. 내가 만들어서 더 뿌듯하다.(웃음) 큰 테두리는 우리 브랜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누금세공 기법의 은알갱이를 작은 원들로 형상화 시킨 것이고, 가운데 기호는 민휘(Minwhee)의 M과 W를 합쳐서 무한대 기호로 만든 것이다. 한국 전통 기법을 활용한 디자인을 통해 무한대로 발전하고 사랑 받고 싶다는 염원을 담았다. 이번에 선보여진 우리 로고 하네스 디자인은 내가 아주 나중에 발자취를 되돌아보게 되더라도 베스트 10 안에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고마웠다.

‘쇼 음악중심’ 정재인 작가가 디자인한 틴탑 하네스 주얼리 (사진=MBC 예능연구소)
‘쇼 음악중심’ 정재인 작가가 디자인한 틴탑 하네스 주얼리 (사진=MBC 예능연구소)


Q. 발자취라는 말을 듣고 보니 정재인 작가는 짧은 시간 내에 정말 많은 일을 해냈다.

정재인: 내 생각보다도 많은 일을 하게 됐고, 더 잘 됐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덕분이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안 한다. ‘이렇게까지 해서 이 일을 해야 하나’ 싶었다면 바로 그만뒀을 것 같다. 근데 계속해서 내가 일을 열심히 하고 싶도록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기본적으로 주어진 일들을 열심히 하는 성격이기는 한데, 생각보다 큰 욕심은 없다. 욕심 없는 성격에 비해서 너무 잘 된 것 같다. 처음 일 시작할 때 목표한 바는 이미 다 이뤘다.

Q. 처음 일 시작할 때 목표한 바가 무엇이었나?

정재인: ‘민휘아트주얼리’ 이름이 단독으로 나가는 드라마를 3년 안에 10편 하는 것이었다. 근데 2년 만에 이뤘다. 그래서 우리 주얼리로만 꾸며지는 영화도 10편, 우리 주얼리로만 꾸며지는 케이팝 앨범에도 10번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10 이라는 숫자를 잡은 것은 10번 정도 참여하면 내가 일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감이 생길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은 누군가가 찾아줘야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 정도 일을 하게 된다면, 어느 정도 인정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Q. ‘민휘’가 정재인 작가의 이름은 아니다

정재인: 내 이름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 엄마고, 우리 회사다.(웃음) 혼자 하는 것을 권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엄마와 함께 하는 것이 진심으로 좋다. 엄마가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누군가와 믿음을 바탕으로 함께 이뤄나가는 것들이 좋다. 우리 직원들, 그리고 협력 업체,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기업 등 함께 작업하는 일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나의 지향점은 신뢰를 바탕으로 모든 구성원이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Q. 엄마 이름을 세워 드리고 싶은 마음에서 일을 시작했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요즘에도 많은 드라마에 민휘아트주얼리의 이름이 올라가고 있다.

정재인: 그 목표는 이뤘기 때문에, 계속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다. 드라마 일을 하면서 일할 수 있는 방식이 정말 다양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나 자신도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같이 일해 왔던 분들로부터 계속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자는 제안들을 받고 있다.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중이다. 원래 생각이 많은 편이다. 그래도 드라마 일은 재밌다. 어제 ‘별별 며느리’ 주얼리 패션쇼 장면을 촬영했다. 감독님께서 정말 CF의 한 장면처럼 너무 섬세하게 잘 찍어주셨다. 모니터 보다가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순간 사람들이 다 쳐다봤는데 너무 창피했다.(웃음) 정말 많은 분들께서 신경써주셔서 촬영 내내 정말 감사했고, 또 행복했다. 감독님께서 다음에 볼 때는 더 잘되어있으면 좋겠다며 이런저런 덕담을 해주셨는데 정말 감동 받았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일이 더 좋은 것 같다.

Q. 20대의 대부분을 일에 쏟았는데 일에만 몰두한 시간들에 대해 후회는 없나?

정재인: 그런 것에 대해 후회가 있지는 않은데 가끔 나만 쳇바퀴 돌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내 시간은 대부분 일로 채워져 있고, 그런 사이클로 살아간 지가 오래 됐다. 근데 같은 기간 동안 주변 사람들은 이직도 하고, 결혼도 하는 등 많은 변화들을 겪었다. 그래서 요즘에 더 생각이 많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 생활에 크게 불만은 없다. 지금 나이와 시기에 해야 할 일이 있는 것 같다.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체력 관리를 잘 못했다는 것이다. 내가 거의 매일 밤샘 작업을 하다 보니까 건강이 많이 상했다. 타고난 체력이 좋은 편이라 그것을 너무 맹신하고 관리를 안했다. 사람들이 ‘그러다가 몸 상해’라고 많이 했는데, 눈앞에 일들이 쌓여 있으니까 항상 다음으로 미뤘다. 그게 너무 후회된다. 시간이 없기 때문에 지금도 따로 운동은 못 하지만, 밤늦게라도 한강 주변을 열심히 걷고 있다.

Q. 그런 고민이 있는 줄 몰랐다. 일에 관하여 이야기를 할 때, 진심으로 일을 즐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정재인: 나는 늘 신나고 재밌고 그렇다.(웃음) 사이클이 비슷하게 흘러간다는 느낌은 있지만, 그 사이클 안에서 늘 새로운 일들이 생기고, 또 재밌는 일들이 생긴다. 주얼리 패션쇼를 하고, 커플 주얼리 화보를 기획하는 일 모두 드라마를 통해서 하게 됐다. 그리고 드라마 속 캐릭터와 관련된 소품과 의자 등 가구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늘 새로운 상황이 주어지고 내가 더 발전하게 되는 일들이 생긴다. 드라마에 비춰진 작품들을 눈여겨 본 한 호텔 관계자 분께서 호텔 분위기와 우리 작품이 잘 맞겠다며 재밌는 콜라보레이션을 제안해주시기도 했다. 사실 디자이너로서 이렇게 다양하고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끊임없이 주어지기가 쉽지 않다. 축복 받았다고 생각한다. 재밌게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보고 싶다.(웃음)

Q. 그동안 정말 많고 다양한 채널로 민휘아트주얼리가 조명됐다. MBC, KBS, SBS를 비롯해 각종 티비 채널, 드라마, 영화, K팝, 패션쇼, 매거진, 전시회 등 셀 수도 없다. 게다가 현대극, 사극, 시대극 등 장르도 넘나들었다.

정재인: 많은 채널로 우리 일들이 보여 지는 것은 꼭 필요했던 일이다. 안 그래도 기존의 방식대로 일하고 있지 않은데 특정 매체로만 우리 일들이 비춰지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아서 더 열심히 했다.

Q. 참여하고 있는 드라마는 모두 모니터링 하나?

정재인: 한다. 아침의 시작도 KBS ‘그 여자의 바다’와 거의 매일 함께 하고 있다. 우리 주얼리가 많이 나오는 드라마기도 하지만 드라마 자체가 따뜻하고 정말 재밌다. 내가 너무 재밌어 하니까 관계자 분들께서 우리 드라마 시청 층이 아줌마라며 역시 내가 아줌마스럽다고 한다.(웃음) 남자 주인공 성격이 진짜 멋있다. 목걸이 하나를 주려고 4년 동안 간직하고 있는 등 사람이 너무 진심이다. 물론 내가 만든 목걸이라 더 특별하기는 하다.(웃음) 배우 분들도 그렇고 스태프 분들도 그렇고 너무 많은 배려를 받으면서 참여하고 있는 드라마다. 드라마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다.

Q. 방송 일을 하면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나?

정재인: 엄마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드라마나 영화를 선물하고 싶다. 예전에 우리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고 싶다는 제의가 왔었다. 근데 뭐가 많이 더해져야 되더라. 진짜 우리 이야기를 담은 것을 남기고 싶어졌다. 내가 이런 생각을 했을 무렵에 내 친구의 할머니의 일대기가 담긴 영화가 만들어졌다. 정말 멋졌다. 우리 이야기도 그렇게 남으면 좋을 것 같았다.

Q. 현재 민휘아트주얼리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에 현대적인 미감을 가미한 고급 주얼리 브랜드’로 인식되어 있다. 그런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다면 매순간 좋은 일들만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다. 앞으로 선보여지게 될 브랜드의 스토리를 써 나가는 것이 중요할 테니까 말이다.

정재인: 그렇다. 스스로 후회하지 않을 일들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현재의 역사가 중요하다. 매일 매일이 모여서 하나의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아름다운 영화가 되길 바란다.

Q. 그 시기는 언제쯤으로 생각하고 있나?

정재인: 아직은 멀었다. 지금 만들면 한 4부쯤에서 끝나지 않을까 싶다.(웃음)

Q. 함께 작업한 배우, 가수들이 카메오로만 나와도 그 수가 엄청나겠다.

정재인: 그렇네요.(웃음)

Q. 서울대에서 의상을 공부했고, 매거진을 통해 의상 디자인을 선보인 적이 있는데,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 의상을 겸업할 생각은?

정재인: 의상과 관련한 제안들을 정말 많이 받는다. 의상과 함께 하면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듣는데 나는 주얼리에 좀 더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현재,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얼리가 의상의 하위 카테고리로 설정되어 그런 이야기들을 자꾸 듣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주얼리는 해외 명품 패션 브랜드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시도할 정도로 엄청난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고, 큰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고부가가치 미래 산업이다. 주얼리만 독립적으로 하더라도 할 일이 많고, 할 수 있는 일들이 정말 많다. 세계 주얼리 시장의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주얼리 시장은 감소 추세에 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Q. 이전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주얼리가 사치품이라고 여겨져 주얼리에 대한 관심도가 적었으나, 의상을 공부하면서 주얼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 적이 있다. ‘패션의 화룡점정은 주얼리’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주얼리가 사치품으로 분류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재인: 주얼리는 사치품이라기보다는 가치품이라고 생각한다. 보석이라고 꼭 비싼 것만 사야 될 필요는 없지 않나. 본인의 경제 수준에 맞춰서 본인에게 어울리는 디자인의 주얼리를 사면된다. 잘만 관리한다면 평생 착용할 수도 있는 것이 보석이니 보석이 오히려 경제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반지를 착용하면 항상 좋은 일이 생긴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어떤 사람에게 좋은 기운이 주는 주얼리가 있다고들 하는데 나는 그 말이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고 본다. 우리가 보는 아름다운 빛의 원석들은 오랜 세월 땅 속에서 결정체를 형성하고, 색깔을 내면서 형성된 것들이다. 최고의 보석으로 평가받는 다이아몬드는 탄소 결정체이고, 루비나 사파이어도 산화알루미늄 덩어리다. 모든 탄소가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데, 그 세월을 견뎌낸 다이아몬드는 대단한 기운을 지니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지구의 에너지가 담겨 있는 원석 주얼리에는 치유 등의 신비한 힘이 있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보석이 생성된 과정을 생각하다 보면 원석 하나하나가 정말 대단하고 멋지게 느껴진다. 보석은 말 그대로 자연이 준 선물이다. 그 안에는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담겨있다. 보석이 사치품이라는 인식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이런 인식 때문에 귀금속 업계가 발전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경기 침체 혹은 사회적인 이슈가 생기면 사치품으로 취급받는 주얼리 시장이 가장 먼저 타격 받는다. 그리고 보석은 사치품으로 분류되어 다른 품목보다 높은 관세가 붙기 때문에 수출에도 어려움이 있다. 우리나라 귀금속 산업이 더 발전하려면 합리적이지 못한 세제 규제가 개선되어야 한다. 귀금속 업계에 있는 분들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 일하다 보니까 여러 가지 문제점이 보인다. 불합리한 제도 개혁 등 정부 차원에서 수정되어야 될 부분들이 있다. 까르띠에나 티파니 등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키워 준 브랜드다. 보석 산업이 발전하면 국가적으로도 훨씬 좋을 것이다. 작은 보석 하나 수출하는 것이 자동차 100대 수출하는 것 보다 국가에 더 큰 이익을 남겨줄 수도 있다.

Q. 우리나라의 귀금속 업계가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정재인: 한국은 귀금속 보석 산업이 훨씬 더 발전할 수 있는 나라다. 제도적으로 뒷받침만 된다면 그 가능성은 우리나라를 넘어선다. 세계 일류로도 자리매김할 수 있다. 외국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산업군이다. 한국 전통 장신구를 공부하면서 더욱 큰 믿음이 생겼다. 유물 장신구를 연구하다 보면 한국 고유의 귀금속 공예기술, 제조력, 미적 감각 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절대 흉내 내지 못할 우리만의 독특한 아름다운 세계가 있다. 그리고 우리 회사는 그것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좋은 기회들을 통해 우리 작품들이 조명되고, 한국 주얼리의 아름다움이 세계로 알려져 기쁘다.

Q.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들은 정말 많은 채널로 보여 지고 있다. 그 비결로 한 관계자는 정재인 작가의 정직한 마음과 성실한 자세를 알아본 사람들이 계속해서 정재인 작가와 일하기를 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민휘아트주얼리의 활발한 활동으로 한국 주얼리가 전 세계로 알려졌고, 현재 주얼리 한류를 선도하고 있다.

정재인: 한류 드라마의 힘이 크다. 외국인들이 전통 장신구들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아직도 정말 신기하고 감사하다. 정기적으로 우리 숍을 찾는 단골 외국인 고객 분들도 많이 생겼다. 드라마를 통해 장신구를 접하게 됐지만, 이제는 전통 공예 그 자체에 매료된 것 같다. 우리 공예에는 그런 힘이 있다. 한류를 바탕으로 우리 고유의 콘텐츠 시장을 정비하고 외국과 국제적인 교류를 활성화시킨다면 새로운 형태의 문화 창조산업으로 발전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우리나라 내에서 인식이 더 자리 잡기를 바란다. 우리나라에선 주얼리를 ‘제품’으로 보는데 외국에서는 ‘작품’으로 바라본다. 우리가 우리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인정 해주고, 발전 가능성을 믿는다면 앞으로 충분히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Q. 민휘아트주얼리는 학교와 MOU를 맺은 뒤, 강연 및 취업 등을 통해 대학 차원에서의 후진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협력 체제 구축을 통한 주얼리 디자인의 고부가가치 산업화 노력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정재인: 우리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사람들과 좋은 일들을 계속 해나가고 있다.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 업계 발전에 작게나마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MOU를 맺은 학교를 통해 우리 회사에 취업한 친구도 있다. 정말 예쁜 친구라서 앞으로도 쭉 함께하고 싶다. 사실 주얼리 관련 계통은 공부부터 창업까지 매우 힘든 점이 많다. 보석이라는 재료자체가 너무 비싸기도 하고, 작업 공구나 환경 등을 갖추기에 어려운 점들이 있다. 우리 회사는 그와 관련하여 풍부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려고 한다.

이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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