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①] 무심코 던진 그 말, 명예훼손입니다 | 웃고 넘긴 한마디가 '모욕'이 되는 순간

[제작지원] 언론진흥재단 기사입력:2026-09-16 1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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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편도욱 기자] "'한남충'은 한국 남성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특정인을 모욕한 것이 아니다."

2015년 12월 한 여성 커뮤니티 이용자가 여성 비하 논란을 빚은 웹툰 작가를 지칭하며 인터넷에 쓴 표현이었다. 피고인은 '한남충'이 한국 남성을 재미있게 부르는 신조어일 뿐 특정한 개인을 가리킨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서부지법은 피해자의 필명과 함께 사용된 표현의 구체적인 내용과 작성 경위 등을 종합해 피해자 개인을 대상으로 한 모욕이라고 판단하고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온라인에서 집단을 가리키는 말처럼 유통되던 표현도 특정한 한 사람에게 사용되면 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법원은 표현의 일반적인 의미뿐 아니라 실제 게시물에서 누구를 향해 어떤 방식으로 사용됐는지를 살폈다.

이 사건이 나온 2015년 이후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명예훼손과 모욕 사건은 적지 않은 규모로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사건은 1만2900건으로, 별도 집계를 시작한 2014년 이후 가장 많았다. 2014년 3702건과 비교하면 11년 사이 248.5% 증가했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별도로 집계되는 모욕 사건도 최근 5년간 매년 2만건 이상 발생했으며, 대면·온라인을 합산하면 하루 평균 60건을 넘었다.

문제는 같은 인터넷 표현이라도 법원의 판단이 항상 같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2015년 한 포털사이트 영화 기사에는 당시 '국민첫사랑', '국민여동생' 등의 수식어로 불리던 여성 연예인을 겨냥한 댓글이 달렸다. 피고인은 '언플이 만든 거품', '그냥 국민호텔녀', '영화폭망 퇴물'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국민호텔녀'는 당시 피해자가 '국민첫사랑', '국민여동생' 등으로 불리던 상황에서 남성 연예인과의 열애설 및 호텔 관련 보도를 소재로 기존 호칭을 비튼 표현이었다. 1심은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2022년 12월 15일 선고한 2017도19229 판결에서 판단을 달리했다. '거품'이나 '퇴물' 등은 연예인의 공적 활동에 대한 비판이나 풍자의 범위로 볼 여지가 있다고 본 반면, '국민호텔녀'는 피해자의 사생활을 들춰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모멸적 표현이라고 판단했다.

1심 벌금 100만원, 2심 무죄, 대법원 파기환송, 환송심 벌금 50만원. 댓글 한 줄을 두고 유죄와 무죄가 오갔다.

반면 '기레기'라는 표현이 문제된 사건에서는 대법원이 유죄 판단을 뒤집었던 사례도 있다. 대법원은 2021년 3월 25일 선고한 2017도17643 사건에서 인터넷 기사에 "이런걸 기레기라고 하죠?"라고 댓글을 단 사건의 유죄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기레기'가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모욕적 표현이라고 판단하면서도, 해당 댓글이 작성된 기사와 앞뒤 댓글의 내용, 작성 경위 등을 종합하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봤다.

언론사 대표를 SNS에서 '거물급 기레기'라고 표현한 별도의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2024년 4월 25일 선고한 2022도6987 사건에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표현 자체가 모욕적일 수 있다는 점과 별개로, 공적·사회적 활동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과정에서 사용된 표현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남충', '국민호텔녀', '기레기'는 모두 인터넷에서 이미 사용되던 표현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표현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경우라면 법적 책임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표현이 만들어진 경위뿐 아니라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맥락에서 사용했는지도 판단의 대상이 됐다.

온라인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조롱성 표현과 밈은 어디까지 허용되는 표현으로 볼 수 있을까. 특정인을 향한 부정적 표현이 모욕이나 명예훼손의 문제가 되는 기준은 무엇이며, 실명을 사용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이 만든 밈을 따라 사용한 경우에는 어떤 법적 쟁점이 발생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모욕죄와 명예훼손죄 관련 사건을 다뤄온 법률 전문가들의 설명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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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세담 권준우 변호사

법무법인 세담 권준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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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극혐'과 같은 표현을 특정인을 향해 사용한 경우, 어떤 조건에서 모욕죄 성립 여부가 문제되는가.

A. 법원은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지만, 그것만으로 모욕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어떤 상황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사용했는지 등 구체적인 사용 경위와 맥락을 함께 살핀다. 대전지방법원 2017. 12. 1. 선고 2017고정1313 판결에서도 피고인은 '참젖'이라는 표현의 사전적 의미를 근거로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사전적 의미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실제 사용 경위와 정황을 종합해 모욕 여부를 판단했다.

Q. 특정인의 실명이나 계정명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더라도 사진, 직업, 소속, 별명, 기존 게시물의 맥락 등을 통해 제3자가 대상을 알 수 있는 경우 특정성이 인정될 수 있는가.

A. 특정성은 해당 표현을 접한 일반적인 제3자의 입장에서 판단한다. 피해자 본인이나 피고인이 주관적으로 누구를 지칭했는지가 아니라, 제3자가 표현의 내용과 주변 사정을 보고 대상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우연한 사정으로 특정인을 알아차린 것만으로는 특정성의 근거로 삼기 어렵다.

Q. 특정인을 비난하는 표현이 한 번 사용된 경우와 여러 이용자에 의해 반복적으로 사용돼 특정인의 별명처럼 자리 잡은 경우에는 법적 판단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는가.

A. 여러 이용자가 반복해서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표현을 사용한 사람의 책임이 무조건 무거워지거나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특정 표현이 여러 이용자에 의해 반복적으로 사용돼 특정인을 가리키는 별명처럼 굳어졌다면, 이를 사용한 사람이 그 표현의 의미와 대상을 알고 있었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유행하는 표현을 따라 썼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 책임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Q. 모욕죄와 명예훼손죄의 가장 기본적인 차이는 무엇인가.

A. 두 죄를 가르는 가장 핵심적인 기준은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했는지 여부다. 특정인에 대한 경멸적인 표현이나 평가를 한 경우에는 모욕죄가,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는 명예훼손죄가 문제될 수 있다.

Q.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이 문제될 수 있는가. 사실의 적시와 의견·평가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A.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공연성, 사실의 적시, 피해자의 특정, 해당 표현으로 사회적 평가가 저하될 가능성 등이 문제된다. 여기서 '사실의 적시'는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과 구별된다.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나 진술로서, 그 내용이 증거에 의해 입증될 수 있는 경우 사실의 적시에 해당할 수 있다. 반면 '의견'은 사실관계나 사람에 대해 어떤 인식이나 견해를 갖거나 평가하거나 판단하는 등의 정신적 활동을 표현한 것을 말한다.

Q. 최초 게시자가 아닌 사람이 특정인을 조롱하는 밈이나 게시물을 다시 게시하거나 일부 내용을 추가해 새로운 게시물로 작성한 경우 법적으로 어떤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가. '이미 인터넷에 널리 퍼진 표현이었다'는 사정은 책임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A. '이미 널리 알려진 내용'을 다시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공연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재게시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해당 내용을 전달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다만 처음 게시물을 만든 사람과 이를 다시 게시한 사람의 행위와 경위가 반드시 같다고 볼 수는 없다. 구체적인 게시 경위나 표현의 내용 등에 따라 책임의 정도를 판단할 때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권준우 변호사는 법무법인 세담 파트너 변호사이자 로이슈 고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경기도파크골프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 대한법률구조공단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대구지부 심사관, 울산광역시 시민신문고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기업 경영과 회생·도산 분야 실무 경험도 갖췄다. 주식회사 스카이아이앤디 대표이사와 대우조선해양건설 대표이사 겸 관리인을 역임했으며, 법률사무소 성원 대표 변호사로도 활동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도산변호사회 이사와 전세사기피해 법률지원단 변호사를 지냈고, 서울특별시 공익변호사 및 대법원 국선변호인으로서 공익 법률지원 업무에도 참여했다.


※ 이 기사는 기사 작성 과정의 일부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했으며, 기사 내용의 정확성과 책임은 본사에 있습니다.

편도욱 로이슈 기자 toy1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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