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엄상필)는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버스회사)의 재고용 거절, 즉 원고가 참가인들(버스기사)과의 촉탁직 근로계약 체결을 거절한 것이 부당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대전고법)에 환송했다(대법원 2026. 8. 12. 선고 2025두32673 판결).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정년 후 재고용 기대권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원고는 시내버스운송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들은 원고 회사에서 버스기사로 근무한 사람들이다. 참가인들은 노동조합 소속으로, 참가인 B는 2022. 2. 9. 정년에 도달했고, 참가인 C는 2022. 2. 14. 정년에 도달했다.
이 사건 노조는 2022. 2. 4. 원고에게 ‘참가인들의 정년 연장을 요청하고, 연장을 거부하고자 할 경우 계약직으로 근무를 희망하니 이에 대한 회신을 요청하며, 재계약을 거부할 경우 거부사유를 이 사건 노조 또는 참가인들에게 서면 통지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이하 ‘이 사건 공문’)을 보냈다. 원고는 이에 대하여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고, 참가인들의 각 정년 도달일에 참가인들과의 근로관계를 종료했다.
참가인들은 2022. 2. 15.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주위적으로, 원고가 정년을 이유로 참가인들과의 근로계약을 종료하고 계약직(촉탁직)른로자로 재고용을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고 예비적으로, 정년연장을 하지 않은 것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했다.
이에 대해 전남지노위는 2022. 5. 24. ‘참가인들에게 정년 연장 기대권은 없으나,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됨에도 원고가 합리적 이유 없이 재고용을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이에 원고가 2022. 6. 27.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 8. 25. 전남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과 같은 취지에서 원고의 재심 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
1심(대전지방법원 2024. 6. 13. 선고 2022구합105824 판결)은 부당해고를 인정한 중노위의 재심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참가인들에게 촉탁직 재고용의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고, 원고가 이를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가 참가인들을 촉탁직으로 재고용하지 않은 채 근로계약을 종료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하고, 이와 같은 취지의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하지만 원심(2심 대전고등법원 2025. 1. 9. 선고 2024누11738 판결)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참가인들에게 정년 도달 직후 곧바로 원고와 다시 근로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고의 취업규칙 제83조 제2항에 ‘업무상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된 자는 퇴직 후 촉탁직 근로자로 고용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기는 하나, 이는 원고에게 퇴직자를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할 수 있는 재량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 정년퇴직자를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할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없다. 취업규칙상 촉탁직 근로자 재고용 여부를 심사하는 기준이나 절차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2021년과 2022년에 정년 도래한 원고 소속 버스기사 38명 중 약 47%에 불과한 18명만이 촉탁직 근로자로 채용됐다. 이들은 ‘단기간 근로자 승무사원 모집 공고’에 응시해 이력서를 제출하는 절차 등을 거쳐 채용된 것으로 보이며, 정년 도래 직후 곧바로 채용되지 않고 정년일 기준으로 23일부터 112일 이후에 채용됐다.
원심은, 설령 참가인들에게 재고용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보더라도, 원고가 참가인들에 대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재고용을 거절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노조가 원고에게 참가인들의 재고용을 요구하며 보낸 이 사건 공문의 구체적 내용은 ‘정년 연장 요청’이다. 이는 ‘정년에 도달한 자에 대해서는 노사합의에 의하여 촉탁직으로 근로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고 정한 2017년 단체협약에 근거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단체협약은 2021. 5. 19. 실효됐다. 원고로서는 이미 실효된 단체협약을 근거로 한 정년 연장 요청에 응할 의무가 없다.
-해당 사업장에 그에 준하는 정도의 재고용 관행이 확립되어 있다고 인정되는 등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근로자가 정년에 도달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는 그에 따라 정년 후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진다. 이처럼 재고용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기간제 근로자로의 재고용을 합리적 이유 없이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에게 효력이 없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두62492 판결 등 참조).
2021년과 2022년에 정년퇴직하고 촉탁직으로의 재고용을 신청한 원고 소속 버스기사들 중에서 참가인들과 H를 제외하고는 예외 없이 재고용되었으며, 그 이전에도 원고가 정년퇴직자의 재고용 신청을 거부한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원고가 참가인들의 재고용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이 사건 노조의 요구에 원고는 채용 공고 절차가 예정되어 있다거나 이력서 제출 등이 필요하다는 안내를 하지 않았고, 아무런 회신 없이 정년 도달을 이유로 참가인들과의 근로관계를 종료했다. 이를 고려하면 참가인들이 채용 절차에 응시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원고의 재고용 거절사유였다고 보이지는 않고,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재고용 거절의 합리성을 인정할 수 없다.
참가인들의 재고용 요청에 대하 원고가 촉탁직 근로자로의 재고용 기준 충족 여부 또는 타당성을 심사했다는 등의 사정도 찾아 볼 수 없다. 이 사건 노조가 2017년 단체협약만을 근거로 하여 원고에게 참가인들의 촉탁직 재고용을 요청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공문에 그 근거가 2017년 단체협약으로 명시되지도 않았다. 정년 도달 후 촉탁직으로 재고용되리라는 참가인들의 기대권은 원고와의 신뢰관계에 기초한 것이므로, 2017년 단체협약이 실효되었다는 사유만으로 원고가 참가인들의 촉탁직 재고용 요청에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은 것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대법원, 버스기사들과 촉탁직 근로계약 체결 거절이 부당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 파기환송
정년 도달 후 촉탁직으로 재고용 되리라는 버스기사들의 기대권은 원고와의 신뢰관계에 기초 기사입력:2026-09-13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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