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노동위원회, 전원 프리랜서’ 주장한 애견미용샵에 부당해고 인정

순수익 1,500만원 벌면서 월 130만원 지급해... 가짜 3.3 위장해 최저임금 위반 회피
제3자의 “나는 프리랜서” 주장에도 객관적 실질 우선…애견미용사 근로자성 첫 인정
기사입력:2026-09-13 11:00:00
(제공=샛별노무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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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지난 8월 4일 이 사건 구제신청을 각하한 초심(서울지노위)판정을 뒤집고 서울 강남구 소재 D애견미용샵에서 해고된 애견미용사 A씨의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을 했다.

초심 지노위는 이 사건 사업장의 상시근로자 수는 5명 미만으로 근로기준법에 따라 해고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중노위는 이 사건 사업장의 근로자 수는 5명이상이므로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 및 같은 법 제28조에서 정한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봤다.

중노위는 '이 사건 사용자가 2025. 10. 25. 이 사건 근로자(A씨)에게 행한 해고는 부당해고임을 인정한다. 이 사건 사용자는 이 사건 근로자를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무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고객의 애완견 목욕과정에서 발생한 사고 및 이에 따른 병원비(약 350만 원)부담문제로 2025. 10. 25. 당사자 간 언쟁이 발생했고, 이 사건 사용자는 이 사건 근로자에게 “오늘까지만 하세요, 짐 챙겨서 나오세요, 유니폼도 놓고 가세요.”라고 명시적으로 말한 사실이 인정된다.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이상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것으로서 이 사건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재심판정에 불복이 있을 때는 이 정본을 송달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서울행정법원 또는 대전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애견미용을 포함한 전 산업에 만연해 있는, 노동법 회피를 목적으로 사업장을 쪼개 5인 미만으로 위장하거나 근로자를 프리랜서로 둔갑시키는 일명 ‘무늬만 프리랜서’(가짜 3.3위장계약)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이번 판정은 중앙노동위원회가 애견미용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첫 사례이며, 신청인을 포함한 제3자(동료 근로자)인 애견미용사 전부를 근로자로 보아 상시 근로자수는 5인 이상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번 판정은 ① 헤어디자이너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판정과 판결은 종종 있었지만, 비교적 새로운 산업인 애견미용사의 근로자성을 최초로 인정했다는 점, ② 부당해고 구제신청 이후 일괄 작성된 ‘프리랜서 선택’ 서류의 작성 시기와 경위를 고려해 처분문서의 효력을 제한하거나 배척했다는 점, ③ 부원장의 직책을 가진 송00 애견미용사가 참고인으로 직접 심문회의에 출석해 “나는 프리랜서가 맞다”라고 주장했음에도 본인의 주관적 의사 대신 객관적 실질을 기준으로 근로자성을 판단해 5인 이상 사업장으로 인정했다는 점, ④ 해고사실의 존부를 판단하는 과정을 2단계로 구분하고, 증명책임의 대상을 ‘표시행위의 존재’로 제한해 세분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A씨는 온라인 카페에 게시된 애견미용 견습생 모집 공고에 지원해 입사한 뒤,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D애견미용샵에서 근무했다. 사용자는 A씨가 독립적으로 일하는 프리랜서라고 주장했지만, 중노위는 A씨가 “독자적으로 고객을 관리하거나 예약 일정을 조정하지 않았음”을 먼저 짚은 뒤, 사용자가 지정한 업무만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상시근로자 수 관련, 사용자는 초심 지노위에서부터 동료 미용사 4명이 자발적으로 프리랜서 계약관계를 선택했다며 ‘프리랜서 계약관계 선택신청 동의서’, ‘프리랜서 계약관계 선택 신청서’, 사실확인서 등을 제출했다. 그러나 중노위는 해당 서류들이 작성된 시기와 경위에 주목했다. 동료 미용사들의 입사 시기는 서로 달랐지만, 해당 서류들은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제기된 후(2025. 10. 28.) 같은 달 31일에 일괄적으로 작성됐다. 이에 중노위는 “상시근로자수 기준을 회피할 목적으로 사후에 일괄 작성된 것으로 보여져 진정성을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아가 중노위는 애견미용사들의 담당 업무 범위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근무형태에서 근로자성 판단에 영향을 미칠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고 보았으며(판정문 18면), ① 독자적인 영업망이 있는지, ②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격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지, ③ 기업가로서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의 위험을 부담하는지 등 독립사업자의 실질을 갖고 있지 않다며 다른 애견미용사들 모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판단했다.

한편 해고 존부에 대한 증명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그동안 논쟁의 대상이 됐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올해 6월 발간한 『주제별 판례 분석집(개별적 근로관계)』에서 ‘근로관계의 종료 원인에 대한 증명책임은 근로기준법이나 대법원에 의해 명확하게 입장이 정리된 바가 없다’고 명시했다. 일부 노동위원회 판정이나 견해에서 주장하는 ‘해고 사실의 존재’에 대해서 근로자에게 증명책임이 있다고 보지 않은 것이다.

이번 중노위 판정에서도 해고의 존부를 판단할 때 ‘표시행위의 존재’와 ‘표시행위에 대한 해석’의 2단계로 해석했는데, 증명책임의 대상을 세분화하여 해고의 존부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순수익 1,500만원을 가져가면서 정작 애견미용사들에게는 견습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보다 낮은 130만원의 급여를 지급한 D애견미용샵을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한 A씨는 “열정페이를 당연하게 강요받거나, 퇴사 과정에서 '동종업계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압박으로 부당한 대우를 참고 견디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고 구제신청을 제기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사회초년생 애견미용사들이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으며 애견미용의 길을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프리랜서로 위장된 애견미용사들이 많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번 사건을 공동으로 대리한 하은성 노무사(샛별 노무사사무소)는 “이번 판정은 애견미용이라는 비교적 새로운 산업에서도 기존의 근로기준법으로 보호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처분문서의 효력’법리는 양 당사자가 대등한 관계에 있음을 전제로 하는 민사관계에서 유효한 것으로, 고용관계 부존재 내용이 담긴 각종 서류의 진정 성립이 의심되는 사정을 근거로 효력을 제한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중노위 판정의 의의를 설명했다.

하 노무사는 “계약의 명칭이나 당사자의 인식과 관계없이, 독립사업자의 실질을 갖지 않고 종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했다면 노동관계법령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그것이 사회법으로서 노동법이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번 판정을 계기로 애견 미용현장의 노동자들이 계약의 형식으로 노동법의 보호에서 배제되는 문제가 사라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을 공동으로 대리한 이준명 노무사(피안 노무사사무소)는 “이번 사건은 노동자를 프리랜서로 분류하는 문제가 당사자 한 명의 권리 박탈에 그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근로자 수에서 제외되면, 사업장 자체가 ‘5인 미만’으로 취급되어 해고된 노동자의 구제신청까지 가로막힐 수 있다”면서 “중노위가 적극적으로 노무제공 실질과 관련된 자료를 근거로 제3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여 노동자의 구제신청이 인용될 수 있었다”고 판정의 의의를 해석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국회의원은 "청년 노동자들이 가짜 3.3 위장계약과 5인 미만 사업장 쪼개기로 눈물 흘리지 않도록, 오는 국정감사에서 관련 실태를 지적하고 위장을 통해 이익을 보는 관행을 막을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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