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무고죄, 합의된 성관계 뒤 누명을 쓰는 케이스도 있어

기사입력:2026-08-26 11:00:00
법무법인 태림 부산 분사무소 정백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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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진가영 기자] 성폭행 혐의로 입건되었다는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게 되면 당사자는 상당한 혼란과 당혹감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 상호 합의에 따라 성관계를 가졌다고 인식했음에도, 상대방이 이를 강제적인 성폭력으로 주장하면서 동일한 시간과 공간을 두고 완전히 상반된 주장이 대립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성폭행’이라는 포괄적인 표현이 널리 쓰이지만, 실제 형사 실무에서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행위 태양에 따라 적용되는 죄명이 세분화됩니다.

대표적인 죄명은 형법 제297조의 강간죄입니다.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사람을 강간한 경우 성립하며,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벌금형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합니다. 피해자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한 경우에는 형법 제299조 준강간죄가 적용될 수 있고,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한 경우라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특수강간 등이 적용되어 처벌 수위는 더욱 무거워집니다.

유죄 판결이 확정될 경우 따르는 법적 불이익 역시 징역형에 그치지 않습니다. 강간죄 등 일정 성범죄는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고지 명령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사건 내용과 선고 결과에 따라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등 중대한 보안처분이 수반될 수 있습니다. 다만 개별 제도마다 적용 요건과 판단 기준이 다르므로, 유죄가 인정된다고 하여 모든 처분이 일률적으로 부과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허위의 성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면 경찰 수사 단계에서 단순히 결백이나 억울함만을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특히 성관계 사실 자체에는 다툼이 없고 오직 ‘강제성의 존부’가 핵심 쟁점인 사안일수록 객관적인 자료와 증거의 확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만남에 이르게 된 경위부터 성관계 전후에 걸쳐 교환된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 숙박업소 및 이동 동선 주변의 CCTV 영상, 카드 결제 내역, 통화 기록, 이동 경로 등이 고소인의 진술 내용과 일치하는지 면밀히 대조해야 합니다. 사건 직후 양 당사자가 어떠한 대화를 나누었는지 역시 전체적인 사실관계를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예를 들어 고소인은 ‘처음부터 강제로 숙박업소에 끌려갔다’고 주장하나, 실제로는 양 당사자가 사전에 장소를 상호 협의해 결정했거나 속칭 원나잇으로 불리는 일회성 만남에 자발적으로 동의한 메시지 기록이 남아 있다면 이는 고소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핵심 정황이 됩니다. 특정 시간대에 연락이 불가능했다는 주장과 객관적인 통화 기록이나 이동 동선이 충돌하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성관계 이후 상대방이 통상적인 연락을 유지했거나 재차 만났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성범죄가 없었다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성범죄 피해 이후 나타나는 반응 양상은 개인마다 상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피해자라면 이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관적인 편견에 기대기보다는, 고소인의 진술 내용과 객관적인 증거 사이에 존재하는 물리적·논리적 모순을 정밀하게 짚어내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실무상으로는 성관계 당시에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존재했으나, 이후 관계 악화나 결별, 금전적 분쟁 등 2차적인 갈등을 거치면서 강간 혐의로 고소되어 성관계 당시의 합의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비화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스로 억울하다고 판단되더라도, 상대방에게 사적으로 연락하여 고소 취하를 종용하거나 무고죄 고소를 빌미로 압박하는 행위는 2차 가해나 증거인멸 의심을 초래할 수 있어 철저히 지양해야 합니다.

우선 자신에게 제기된 강간이나 준강간 혐의에 대해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철저히 방어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특히 성관계 사실 자체를 부인할 것인지, 아니면 성관계는 인정하되 강제력이 없었음을 명확히 설명할 것인지 최초 경찰 조사 단계부터 진술 기조를 분명히 정립해야 합니다. 실제 성관계가 존재했음에도 당황하여 이를 전면 부인했다가 숙박업소 기록이나 CCTV, 디지털 포렌식 등을 통해 뒤늦게 관계가 입증된다면, 이후의 정당한 주장까지 신빙성을 잃어 방어권 행사에 치명적인 불이익을 입게 됩니다.

반대로 허위 고소임을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충분히 확보되었다면, 성범죄 혐의에 대한 방어와는 별개의 절차로 무고죄 고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156조의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나 공무원에게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경우 성립하며,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그러나 강간 혐의에 대해 불송치(혐의없음)나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거나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여 상대방에게 무고죄가 자동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범죄 혐의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판단과 고소 내용 자체가 허위라는 점은 별개의 법적 평가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신고 내용이 객관적 진실에 반할 뿐만 아니라, 신고자가 그 내용이 허위임을 확정적으로 인식하면서도 상대방을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성범죄 혐의를 벗어났다는 사정만으로 무조건적인 맞고소에 나서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실재하지 않는 강제력이나 폭행·협박 사실을 악의적으로 꾸며냈음을 보여주는 메시지, 녹취록, 객관적 이동 기록 등이 명확하다면 무고죄 성립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범죄 허위 신고는 피무고자에게 심각한 사회적·법적 고통을 초래하는 중대 범죄이므로, 허위 고소의 경위와 동기, 피해 정도에 따라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결국 억울한 성폭행 피소 사건은 다음과 같이 두 단계로 명확히 나누어 접근해야 합니다.

첫째는 성범죄 피의 사실에 대한 철저한 방어입니다. 고소인의 진술을 감정적으로 비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메신저 대화, 숙박업소 출입 내역, 카드 결제 기록, 통화 및 위치 데이터 등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고소 진술의 모순을 입증해야 합니다.

둘째는 무고죄 성립 요건에 대한 독립적인 검토입니다. 성범죄 혐의를 벗어났다는 결과에만 머무르지 않고, 상대방이 허위 사실임을 인지한 상태에서 형사처분을 목적으로 신고했는지에 관한 물적 증거를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법률전문가의 조력이 필수적인 이유 역시 이 두 절차를 초기부터 유기적으로 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남긴 진술 조서는 향후 무고죄 고소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증거로 원용됩니다. 최초 조사에서 성관계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가 이후 합의된 관계였다고 말을 바꾸거나, 객관적 기억과 배치되는 진술을 무리하게 이어간다면 성범죄 방어는 물론 향후 무고죄 추궁에서도 심각한 불리함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성폭력 피해자의 신고권은 온전히 보호받아야 마땅하지만, 부당한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된 피의자 역시 법률에 따라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고 방어할 권리가 있습니다. 합의된 성관계 이후 성범죄 혐의에 직면했다면 감정적 대응을 지양하고, 최초 경찰 조사 단계부터 일관된 진술과 객관적 증거를 정합적으로 구성하여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도움말 법무법인 태림 부산 분사무소 정백경 변호사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jky197@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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