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진가영 기자] 대중교통이라는 밀집 공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위반, 이른바 ‘지하철몰카’를 바라보는 사법부의 시선은 더 이상 '신체의 노출'이라는 물리적 범주에 머물지 않는다. 피해자가 직접적으로 살결을 드러내지 않았더라도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면 유죄라는 확립된 기조는 이제 에스컬레이터 등 특정 장소에서 발생하는 하체 위주의 촬영 행위를 실형 선고가 가능한 중대 범죄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피의자의 주관적 의도보다는 객관적으로 드러난 촬영의 구도와 맥락이 처벌의 수위를 결정짓는 시대다.
피의자들이 조사 과정에서 가장 흔히 내세우는 방어 기제는 "직접적인 신체 노출이 없는 옷 위를 촬영했으므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최신 대법원 판례의 확립된 기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위험한 접근이다. 판례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핵심은 촬영된 부위의 직접적인 노출 여부가 아니라, 촬영자의 의도와 촬영 경위, 피해자가 느낄 수 있는 성적 굴욕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짧은 치마나 달라붙는 바지를 입은 하체 부위를 부각하여 촬영한 경우, 설령 피부가 직접 드러나지 않았더라도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특히 에스컬레이터에서 뒷모습을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각도로 촬영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촬영의 의도가 성적 목적이 있다고 간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옷이라는 물리적 장벽은 더 이상 성범죄 성립을 막아주는 방패가 되지 못한다.
현장에서 적발될 경우, 많은 이들이 "저장하지 않았으니 무죄" 혹은 "삭제했으니 증거가 없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기계적 장치에 의해 피사체가 디지털 정보로 변환되어 저장장치에 입력되는 시점에 기수에 이른다고 본다. 실무상 유죄 판결의 관건은 최종 저장 여부가 아니라, 카메라 렌즈를 통해 대상이 포착되고 셔터를 누른 행위 그 자체에 달려 있다.
나아가 디지털 포렌식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이러한 피의자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삭제된 데이터는 물론, 임시 파일(Thumbnail)이나 RAM에 일시적으로 잔류했던 데이터까지 복구되어 증거로 채택되는 것이 현재의 수사 수준이다. 오히려 현장에서 증거 인멸을 시도하는 행위는 구속 사유인 증거 인멸의 염려로 해석되어, 수사 단계에서부터 인신 구속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성폭력처벌법에 따르면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실질적인 양형 단계에서 법원이 가장 무겁게 다루는 지점은 '범행의 반복성'과 '유포 위험성'이다. 지하철몰카의 경우 포렌식을 통해 과거의 촬영 이력이 무더기로 발견되는 사례가 빈번한데, 이는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제시하는 '상습 범행' 가중 사유에 해당하여 초범일지라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실형 선고를 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또한 촬영물이 성인 사이트나 단톡방 등 외부로 유출되지 않았더라도 촬영의 집요함이나 피해자의 수, 피해 정도에 따라 가중 처벌이 이뤄진다.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고지, 취업 제한과 같은 보안처분은 벌금형만 선고받아도 뒤따를 수 있는 강력한 제재다. 사법부는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를 중요하게 고려하면서도 공공장소에서의 무분별한 촬영 행위 자체를 사회적 신뢰를 저해하는 중대 죄질로 판단하여 엄벌주의 기조를 명확히 하고 있다.
로엘 법무법인의 김명희 대표변호사는 "지하철몰카 혐의로 입건된 사건에서 많은 이들이 '호기심'이나 '오해'를 주장하지만, 수사기관은 촬영 각도와 줌 설정, 연사 횟수 등 지극히 기계적인 데이터를 통해 피의자의 성적 의도를 재구성한다. 설령 노출이 없는 의복 차림이라 할지라도 특정 부위를 부각한 촬영은 그 자체로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지하철몰카 사건에서는 촬영 당시의 상황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만한 수준이었는지에 대한 엄밀한 법리적 다툼, 포렌식 결과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서울동부지검, 의정부지검 등에서 부장검사 재직 시절 경험한 바로는, 수사 초기 단계에서 본인의 행위를 축소하려다 모순된 진술을 하는 피의자가 적지 않았다. 이러한 유형의 범죄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취업 제한 등 사회적 사망 선고에 준하는 보안처분이 수반되는 중대 사안이므로, 법리적 경계선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기보다 변화된 사법부의 잣대에 맞춘 정교한 대응이 요구된다”라고 덧붙였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jky1977@lawissue.co.kr
'지하철몰카', 실형과 무죄를 가르는 하체 촬영의 법적 분수령
기사입력:2026-05-12 10:5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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