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워야 할 명절이 파탄의 불씨로…명절 후 급증하는 이혼, 유책배우자는 누구인가

기사입력:2026-02-10 09:23:56
사진=이정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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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진가영 기자] 매년 명절 연휴가 끝나면 법률사무소와 가정법원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급증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명절 직후 이혼 건수가 평소보다 약 10%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른바 ‘명절 이혼’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명절 자체가 이혼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는, 그동안 누적되었던 부부 간의 갈등이 명절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계기로 폭발하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고 분석한다. 온 가족이 모이는 자리에서 고부(장서) 갈등이 표면화되거나, 평소 참고 넘겼던 배우자의 폭언과 무시, 통제적인 태도가 더 이상 감내하기 힘든 수준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명절을 전후로 드러난 갈등 상황에서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재판상 이혼 사유와 유책배우자의 판단 기준을 짚어봤다.

먼저, “시댁 안 가겠다”는 며느리와 “부모님 막대하는” 사위 중 누구에게 책임이 있을까? 과거에는 며느리가 명절에 시댁을 방문하지 않거나 제사에 불참하는 것만으로도 이혼 사유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법원의 판단 기준도 달라졌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양성평등 의식이 확산됨에 따라, 단지 시댁 방문을 거부한다는 사실만으로는 유책배우자로 단정 짓기 어렵다.

오히려 법원은 갈등의 ‘원인’과 ‘해결 과정’에 주목한다. 민법 제840조 제3호는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를, 반대로 제4호는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를 재판상 이혼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즉, 시부모가 며느리를 부당하게 대우하는 것뿐만 아니라, 며느리가 시부모를 혹은 사위가 장인·장모를 심하게 학대하거나 모욕하는 경우에도 이혼 청구가 가능하다. 핵심은 고부 갈등이나 장서 갈등 그 자체보다 이를 대하는 배우자의 태도다. 법조계 관계자는 “고부 갈등이 심각함에도 남편이 이를 방관하거나, 오히려 아내를 비난하며 갈등을 부추기는 경우 등은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중재 의무를 다하지 않은 배우자’에게 있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또 하나, 신체적 폭행뿐만 아니라 “경제적 통제·폭언도 명백한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도 확장되고 있다. 흔히 가정폭력이라고 하면 신체적인 구타를 떠올리지만, 법원은 정신적·경제적 학대 또한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다. 민법 제840조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는 △지속적인 욕설과 모욕 △배우자를 무시하는 통제적 태도 △생활비를 주지 않으며 경제권을 독점하거나 소비를 과도하게 통제하는 행위 등이 해당할 수 있다.

배우자의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말이나 위협적인 행동이 반복되는 ‘정서적 학대’ 역시 중요한 쟁점이다. 다만 이혼 청구 시 주의할 점은 ‘제척기간’이다. 민법 제840조 제6호를 근거로 할 경우 그 사유를 안 날로부터 6개월,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단순히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사태 해결을 위한 초기 대응과 구체적인 증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많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아이를 봐서 참아야지”라며 고통을 숨기곤 하지만, 폭력은 반복되는 특성이 있어 자녀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상황이 발생했다면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긴급한 경우 경찰 신고를 통해 분리 조치를 요구하거나, 법원에 접근금지 명령 등을 신청해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제주 법률사무소 드림의 이정언 변호사는 “반복적인 폭언, 경제적 압박 등은 법적으로 충분히 혼인 파탄 사유로 인정될 수 있다”며 “특히 명절 이후 갈등이 증폭되었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녹음·녹화 자료 △상해진단서 △112 신고 내역 △메시지 대화 내용 등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해두는 것이 소송에서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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