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횡령 혐의, ‘관행’이라는 항변이 통하지 않는 이유

기사입력:2026-02-05 14:58:21
사진=박민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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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진가영 기자]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회사의 공금을 일시적으로 전용했다는 혐의를 받는 피의자들이 수사 기관에서 가장 많이 내뱉는 말은 “전임자 때부터 내려온 관행이었다”는 호소다. 그러나 사법부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조직 내 관행을 범행의 대담성과 재범의 위험성을 방증하는 지표로 해석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어 이러한 대응을 주의해야 한다. 공금횡령 사건은 지출 결의서 한 장, 메신저 대화 한 줄에 따라 업무상 정당한 집행과 불법적인 탈취의 경계가 나뉘기에 감정적 호소는 오히려 자승자박의 결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사법부의 엄중한 잣대는 실제 수치로도 증명된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23 범죄분석’에 따르면, 업무상 횡령죄의 검찰 기소율은 약 60.9%에 달하며, 이는 일반적인 형사 사건의 기소율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사법연수원의 경제범죄 양형 분석 자료에 따르면, 피해 금액이 5억 원 이상으로 책정되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이 적용될 경우,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는 비율이 무려 55%를 상회한다.

그렇다면 공금횡령 사건에서 유죄와 무죄를 가르는 결정적인 분수령은 무엇일까? 첫째, 불법영득의사의 선제적 부정이다. 단순히 공금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넘어, 그 자금이 실질적으로 법인의 이익을 위해 환원되었거나 일시적 전용 후 즉각 보충되었다는 점을 회계 데이터로 소명해야 한다. 둘째, 자금 집행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다. 이사회 결의나 상급자의 포괄적 승인이 있었음을 입증하는 것이 무죄와 유죄를 가르는 핵심적인 판단 기준이 된다. 셋째, 가액 산정의 적정성 검토다. 수사 기관은 종종 실제 횡령액보다 부풀려진 금액으로 기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5억 원 미만으로 낮추어야 실형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재판부에서는 자금이 본래 지정된 용도를 벗어나 피고인의 지배권 하에 들어갔는가를 엄격하게 따진다. 요즘에는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삭제된 회계 장부나 이메일 기록을 복구하여 범행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수사 기법이 보편화되었다. 따라서 공금횡령 혐의가 의심될 때에는 본인의 기억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과거 3~5년 치의 금융 거래 내역을 전수 조사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 자료를 체계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억울함을 호소해도 수사기관을 설득할 수 없으므로 데이터를 활용해 법인의 자금 운용 체계 내에서 해당 지출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설명해야 한다.

인천지방검찰청, 전주지방검찰청,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 등에서 검사로 재직하며 다수의 경제사범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로엘법무법인 박민희 파트너변호사는 “검찰 재직 시절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수사 기관은 장부상의 불일치를 피의자의 유용으로 간주하고 이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한다. 따라서 공금횡령 사건을 방어할 때에는 검찰이 제시하는 유죄의 증거들을 객관적인 회계 자료와 법리적 근거로 반박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남겨야 한다. 자금의 실질적 귀속처를 명확히 규명하고 횡령 가액의 적정성을 재검토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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