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진가영 기자] 성범죄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가해자 처벌 이후에도 장기간 이어지는 피해자의 심리적 후유증이 또 다른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수사와 재판이 마무리된 뒤에도 불안, 공포, 대인관계 단절 등으로 일상 복귀에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성범죄 피해를 단순한 법적 사건이 아닌, 지속적인 심리 회복이 필요한 외상 경험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장에서 피해자들을 지원해온 이엘 성범죄 피해자 케어센터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차재승 대표변호사는 성범죄 피해자 지원이 수사와 재판에 집중된 나머지, 사건 종결 이후의 심리적 공백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 대표변호사는 “형사 절차가 끝났다고 해서 피해자의 고통이 함께 끝나는 것은 아니다”며 “재판 이후에 찾아오는 불안감, 무력감, 사회적 고립은 법률적 판단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회복은 처벌의 결과가 아니라, 법률 지원과 심리치료가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성범죄 피해자 상당수는 사건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수면 장애, 자기 비난, 타인에 대한 불신 등을 경험한다. 이러한 증상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사라지기보다는, 적절한 개입이 없을 경우 장기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센터 소속 임상심리사는 상담 현장에서 마주하는 피해자들의 상태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많은 분들이 ‘이제 끝났으니 괜찮아져야 한다’는 압박을 스스로에게 주지만, 실제로는 그때부터 증상이 본격화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공황 반응이나 감정 둔마, 관계 회피는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외상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신호입니다.”
이 임상심리사는 또 “심리치료의 핵심은 사건을 잊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억이 삶을 지배하지 않도록 돕는 과정”이라며 “초기부터 안정화 작업과 정서 조절 훈련이 병행될수록 회복 속도와 삶의 질이 분명히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이엘 성범죄 피해자 케어센터는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법률 대응과 심리치료를 분리하지 않는 통합 지원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사건 초기부터 변호사와 임상심리사가 함께 개입해, 수사 과정에서의 2차 심리 손상을 최소화하고 재판 이후의 회복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차재승 대표변호사는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것은 판결문 한 장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며 “피해자가 다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상태에 도달했는지를 회복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
이엘 성범죄 피해자 케어센터, “심리치료는 피해자 회복의 핵심”
기사입력:2026-01-2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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