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다양한 상황에서 성립… 정서적 학대와 경제적 통제도 주의해야

기사입력:2026-01-07 09:00:00
사진=조아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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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진가영 기자] 가정폭력을 떠올릴 때 흔히 신체적인 구타나 상해를 수반한 물리적 폭력만을 생각한다. 그러나 현대 사법 체계가 정의하는 가정폭력의 범주는 훨씬 광범위하다. 직접적인 타격이 없더라도 배우자나 가족 구성원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고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 행위 역시 엄연한 범죄로 규정된다. 가해자가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고 항변하더라도, 그 이면에 숨겨진 지배와 통제의 기제가 입증된다면 일반 폭행죄보다 무거운 사법적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가정폭력이란 가족 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여기서 '정신적 피해'는 폭언, 무시, 협박, 그리고 공포 분위기 조성 등을 포괄하며, '재산상 피해'는 생활비를 주지 않거나 상대방의 경제 활동을 강제로 중단시키는 행위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요건에 따르면 화가 난다는 이유로 피해자 근처의 벽을 치거나 물건을 집어 던지는 행위, 자녀 앞에서 배우자를 지속적으로 비하하는 행위 등은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으로 인정될 수 있다.

실제로 비물리적 가정폭력에 적용되는 처벌은 가해자의 예상보다 훨씬 강력하다. 폭언이나 협박이 수반될 경우 형법상 협박죄나 모욕죄가 적용될 수 있으며, 특례법에 따라 형사 처벌 외에도 강력한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보호처분에는 주거지로부터의 격리,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뿐만 아니라 친권 행사의 제한이나 정지까지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법원의 결정이나 임시조치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가해자가 아동에게 정서적 학대를 가한 사실이 인정되면 아동복지법 위반 등 별도의 중범죄 혐의가 경합되어 처벌 수위가 대폭 상향된다.

경제적 통제 또한 간과할 수 없는 가정폭력의 한 형태다. 배우자의 수입을 일방적으로 관리하며 지출 내역을 분 단위로 감시하거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경제적 지원을 끊어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는 피해자를 무력하게 만들어 가해자에게 종속시키려는 고도의 심리 전술이다. 법원은 이러한 경제적 학대를 피해자의 자존감을 꺾고 사회적 관계를 단절시키는 중대한 유해 행위로 판단한다. 실제로 물리적 폭력은 없었으나 수년간 경제적으로 배우자를 고립시킨 가해자에게 법원이 주거지 퇴거 명령이나 접근 금지 등을 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회성 시비로 끝나는 일반 폭행과 달리, 정서적·경제적 학대는 매일 마주하는 일상 속에서 서서히 피해자의 정신을 갉아먹는다. 피해자는 자신이 겪는 고통이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범죄'인지조차 확신하지 못해 신고를 늦추게 되고, 그 사이 폭력의 강도는 점차 높아진다. 이러한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피해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증거 수집’이다. 멍이나 상처가 남지 않는 비물리적 가정폭력의 특성상, 가해자의 폭언이 담긴 녹취 파일, 경제적 통제를 입증할 수 있는 문자 메시지나 통장 내역,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었을 때의 상황을 기록한 일기 등이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가해자가 물건을 파손한 사진이나 위협적인 태도를 보였을 때의 정황을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면 유용하다.

법무법인 YK 천안 분사무소 조아라 변호사는 “가정폭력은 눈에 보이는 상처가 없더라도 피해자의 영혼을 파괴하는 중대 범죄로, 경제적 통제나 정서적 학대는 가해자와의 분리 없이는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법은 이러한 비물리적 폭력에 대해서도 형사 처벌과 더불어 접근 금지나 친권 제한 같은 강력한 보호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으므로 이 문제를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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