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밀수용·인권 역전 속 번아웃 심각... 경찰·소방엔 전문법 있지만 교정공무원은 없어
교정공무원은 법무부 교정본부 소속으로 지방교정청, 교도소, 구치소(및 그 지소)에서 수용자 관리와 교정행정을 담당한다. 한국의 교정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 적용 대상인 일반직 공무원이며, 2024년 12월 31일 기준 정원은 1만 6,716명(전년 대비 99.6%)이다(출처: 2025교정통계연보).
교정시설이라는 폐쇄된 환경 안에서 범죄 수용자를 상시 접촉하는 특수 직무 특성상 타 부처 공무원 대비 스트레스 노출이 높다. 최근 수용자 인권 강화와 법적 제약 증가로 관리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교정공무원의 정신건강 문제는 개인 문제가 아닌 제도 과제로 떠올랐다.
수용자의 인권은 나날이 강화되고 있지만, 정작 교정공무원의 인권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교정공무원의 정신건강 실태와 개선방안을 짚어본다.
■ 2024년 정신건강 실태조사 "정신건강 적신호"
'2024년 교정공무원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교정공무원들은 우울·불안·분노·단절감·수면장애 등 다양한 정신건강 위험 신호를 보였다. 정신건강 위험군에서는 알코올 중독,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자살생각 등의 지표도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의 19.6%가 한 가지 이상 '정신건강 위험군'에 해당했으며, 자살계획 경험률은 일반 성인보다 2.7배, 자살시도 경험률은 1.6배 높게 나타났다.
주요 직무 스트레스 요인은 "과밀수용에 따른 업무 과중과 인력 부족"이었다. 다음으로 "수용자 인권이 우선되는 분위기", "폐쇄된 근무환경"이 뒤를 이었다. 수용자 인권은 강조되지만, 교정공무원들은 버티기에 내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4년 교정공무원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위: 정신건강 요인별 평균 비교, 아래: 고위험군의 정신건강 요인 비율 비교)/ 그래프 출처: 2025교정통계연보; 원출처: 2024년 교정공무원 정신건강 실태분석
이미지 확대보기■ 경찰·소방에는 '정신건강법'… 교정공무원엔 없다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은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정책의 수립·시행 사항을 규정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소방공무원의 근무환경을 개선해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애를 예방해야 하며, 소방활동 재해로 부상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소방공무원의 치료와 생활안정을 지원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소방청장(또는 시·도지사)은 소방전문치료센터, '국민건강보험법'상 건강진단 기관, '의료법'상 의료기관에서 소방공무원에 대한 특수건강진단을 시행해야 하며, 근무여건 개선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경찰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에는 국가가 경찰공무원에게 업무 특성을 감안한 건강검진 및 정신건강검사와 진료 등의 의료지원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신건강검사 항목은 PTSD 검사 등으로, 경찰청장(또는 해양경찰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범위에서 실시한다. 검사 대상은 PTSD 등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경찰공무원이다. 경찰청장(또는 해양경찰청장)은 필요 시 민간 심리상담 전문기관에 정신건강 상태 진단을 의뢰할 수 있다.
경찰청은 트라우마 등 직무 스트레스 전문치유를 위해 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마음동행센터' 확충으로 적체된 상담 수요를 해소하며 우울·트라우마 등 심리 위험의 회복을 촉진, 자살 예방과 사기 진작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경찰인재개발원의 '감성계발센터'는 극도의 스트레스에 노출된 경찰관을 대상으로 스트레스나 우울증 대응 교육과정을 개발했다. 2013년부터 운영 중인 '공감 힐링' 교육과정을 통해 전문상담 심리치료가 가능하도록 개선했고, '수사경찰 트라우마 해결과정', '부부경찰 행복찾기 프로그램' 등 다양한 치유 과정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반면 교정공무원은 일반 공무원으로 분류되어 별도의 정신건강 관리 체계가 미비하다. 교정공무원이 다루는 대상은 폭력범죄자, 정신질환자, 재범 고위험군임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보호는 전무하다.
■ 교정공무원의 정신건강 개선을 위한 제안
광주대 김경태 교수는 '교정공무원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관리에 관한 연구'(《경찰학논총》)에서 교정공무원의 PTSD 심각성을 알리며 다음과 같은 개선책을 제시했다.
① 심리상담 및 치유 프로그램 확대
현재 교정본부는 '마음나래 상담', '찾아가는 심신케어', '직무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외부 위탁 상담 수준에 그치고, 소방·경찰에 비해 PTSD 관리 프로그램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PTSD 위험군 대상 전문 치유 프로그램과 법무연수원 내 '트라우마 관리 교육과정' 신설이 필요하다. 또한 지방교정청 단위의 자체 교육프로그램 마련도 필요하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② 전문센터 설치
김경태 교수는 경찰의 건강복지 전문센터와 달리 교정공무원은 관할 내 전문센터 부재로 PTSD 신속 치유 지원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마음동행센터'처럼 교정조직에도 '교정공무원 정신건강센터'와 같은 전문기관을 통한 체계적 예방·관리가 필요하다.
지역별로 4개 권역(서울, 대전, 대구, 광주)에 시범 운영을 도입하고, 점차 전국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역적 한계로 지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거점 지역 중심으로 센터 추가 설치 및 운영이 필요하다. 상담, 심리검사, 긴급치유, 외상후 스트레스 관리 등 통합적 지원이 가능해야 한다.
③ 법적 근거 마련
이창수 등(2021. 영남대) '교정공무원과 경찰공무원의 정신건강 및 건강복지제도 비교'(《교정상담학연구》)에 따르면, 교정공무원과 경찰공무원의 간이정신진단검사 결과, 교정공무원의 스트레스 지수가 모든 하위영역에서 경찰공무원보다 높았다. 그러나 경찰은 '경찰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에 따라 특수건강검진 등의 혜택을 받는 반면, 교정공무원은 여전히 일반공무원과 동일한 일반건강검진만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TSD나 정신건강 진단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김경태 교수는 「교정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가칭)」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신건강검사, 의료지원, 복지시설 설치, 재원 조달 등 구체적 계획을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고로 2020년 7월 정성호 의원 등이 유사한 '교정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 10월 28일은 교정의 날… 인권의 불균형을 직시해야
2000년대 이후 수용자에 대한 인권친화적 조치로 인해 수용자의 인권보호는 눈에 띄게 강화됐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 교정공무원의 인권은 후퇴했다. 수용자가 제기한 청원, 행정심판, 행정소송, 고소·고발 등이 폭증하면서 교정공무원의 업무 리스크는 크게 확대됐다.
2020년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교정시설 내 사고 중 '폭행치사상'과 '직원 폭행'이 수년째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24년 교정공무원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은 과밀수용에서 비롯된 업무 부담이었다. 여기에 '수용자 인권이 우선되는 분위기'가 더해지며 교정공무원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용자의 인권이 중요하듯, 교정공무원의 인권도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
■ 교정공무원의 인권이 곧 공공의 안전이다
법무부는 교정공무원의 정신건강 실태를 기반으로 향후 긴급심리지원, 찾아가는 심신케어,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기 처방으로는 한계가 있다. 교정공무원의 이직의도와 이직률이 다른 직군에 비
해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예방적 제도 설계와 법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교정공무원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수용자의 인권도 지켜진다. 결국 교정공무원의 정신건강은 공공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이제는 교정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다.
▶연구논문 및 기타자료
- 법무부 교정본부(2025). 2025 교정통계연보.
- 법무부 교정본부(2020). 2020 교정통계연보.
-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2025). 과밀수용으로 인한 교정공무원 직무스트레스 가장 높아: 2024년 교정공무원 정신건강 실태분석 결과, 수면문제, 번아웃, 우울 등 취약. 보도자료, 2025-02-11.
- 김경태(2019). 교정공무원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관리에 관한 연구. 경찰학논총, 14(3), 61-80.
- 이창수·이용주·홍상욱(2021). 교정공무원과 경찰공무원의 정신건강 및 건강복지제도 비교, 교정상담학연구, 6(2), 5-20.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