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법/울산가정법원.(사진=로이슈DB)
이미지 확대보기울산 남구에 있는 전통시장 내 주거복합 상가주택 1층에는 피해자 3명이 각 운영하는 가게가 입점해 있고 상가주택 2층, 3층에는 다른 피해자들(2명) 등이 거주하고 있다.
피고인은 2022년 7월 18일 오전 2시 6분경 위 상가주택 앞 철제기둥에 묶여 있던 비닐봉지 등 부근에 있는 물건에 미리 가지고 있던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여 피해자 등이 현존하는 상가주택을 수리비 6549만 원 상당이 들도록 태워 소훼함과 동시에 피해자 K가 관리하는 위 가게 건물을 수리비 267만 원 상당이 들도록 태웠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이 사건 화재의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는데 피고인이 방화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또 피고인은 이 사건 건물이 주거로 사용하거나 사람이 현존하는 건조물이라는 인식이 없었고 방화의 고의가 인정되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방화의 고의를 가지고 방화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배척했다.
관련 현장감식결과보고서 내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감정서는 인적 요인에 의한 발화가능성을 우선적으로 상정하고 있고, 그에 앞서 냉장고의 전기적 결함 등 환경적 원인을 의심해 볼 만한 객관적인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사건 화재와 관련하여 피고인이 용의자로 특정된 것은, 울산소방본부 광역화재조사팀에서 화재 현장 CCTV 분석 결과 방화 의심자를 발견하여 이를 경찰에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후 경찰은 재차 CCTV를 분석해 피고인이 라이터를 꺼낸 채 골목으로 들어가고, 피고인이 골목에서 나올 때 피고인이 입은 옷에 불빛이 비치는 장면을 확인한 후 피고인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화재가 발생한 시간에 지나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들은 야간의 비슷한 시간대에 화재가 발생한 철제기둥에 비닐봉지 뭉치를 메달아 피고인이 구입한 라이터와 동종의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실험을 했는데, 그 결과 라이터의 불꽃을 비닐봉지에 5~6초가량 갖다 대고 있어야 불꽃이 비닐봉지에 옮겨 붙고, 불꽃이 옮겨 붙은 비닐봉지가 독립하여 연소하기까지는 20초가량이 소요됐다.
피고인이 편의점에서 물품을 구입하는 모습 및 피고인의 걸음걸이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행동에 제약이 있을 정도로 술에 취했다고 할 수 없음에도, 피고인은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식한 뒤 이를 진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놀라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와 같은 여러 사정을 감안한다면 피고인이 비닐봉지 뭉치에 불을 붙인다면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건물에까지 불이 옮겨 붙을 가능성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면서도 그 위험을 용인한 채 비닐봉지에 불을 붙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람이 거주하는 건물에 대한 방화는 자칫하면 무고한 다수의 생명과 재산에 중대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범죄로서 사회적 위험성이 매우 크다. 피고인이 불을 지른 장소는 여러 건물들이 붙어 있는 전통시장 내로, 만일 이 사건 화재가 조기에 진화되지 않았다면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초래할 위험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사건 화재로 인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점, 피해자들에게 각 금원을 지급하고 원만히 합의한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 양형조건들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