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법원홈페이지)
이미지 확대보기피고인은 1974. 11. 18. F 등 14명’(공동피고인들)과 함께 국가보안법위반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됐다(서울형사지방법원 74고합746/원심판결). 원심인 서울형사지방법원은 1975. 4. 1.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사형 및 몰수, 추징 판결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원심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서울고등법원 75노704). 서울고법은 피고인의 항소를 일부 인용했으며 또한 검사의 신청으로 공소사실 및 적용법조를 변경함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했으나 나머지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된다고 하면서 피고인에 대해 사형 및 몰수, 추징 판결을 선고했다(이하 '재심대상판결').
피고인과 검사는 이에 불복해 각 상고했고(대법원 75도3013), 대법원은 1976. 2. 10. 피고인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함으로써 재심대상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피고인은 1976. 10. 15.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420조(재심이유), 제307조(증거재판주의), 제309조(강제등 자백의 증거능력), 제310조(불이익한 자백의 증거능력), 제317조(진술의 임의성)에 의한 재심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재심을 청구했다(서울형사지방법원 76소21). 이후 항고, 재항고 등의 절차를 거쳐 파기 환송된 서울고등법원에서 1983. 2. 23. 피고인의 재심청구를 기각했으며(서울고등법원 80로33), 대법원에서 1983. 4. 7. 위 재심청구 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를 기각했다(대법원 83모11).
(재심개시결정) 피고인은 2012. 1. 13. 사망했고, 피고인의 배우자 B와 피고인의 직계친족(자녀)인 C, D, E는 2018. 12. 12. 형사소송법 제424조 제4호에 따라 이 법원(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 법원은 2020. 5. 6. 재심대상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유죄판결 부분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및 제422조 규정의 재심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재심개시결정을 했고, 위 결정은 즉시항고기간 내에 적법한 항고의 제기가 없어 그대로 확정됐다.
피고인은 일반인을 수사할 권한이 없는 육군보안사령부(이하 ‘보안사’) 수사관들로부터 적법한 영장 없이 연행되어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하여 허위로 자백하게 됐고, 검찰 및 법정에서도 이러한 불법구금과 고문에 의한 공포심과 억압된 심리상태에서 진술했다.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공동피고인들의 진술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피고인과 공동피고인들로부터 압수한 물건도 불법구금상태에서 수집된 증거이거나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하여 수집된 증거로서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 또한 74보군 형공 제146호 G의 국가보안법위반 등 피고 사건 기록 중 공판조서 및 판결문에 대한 검증조서의 기재는 피고인 및 변호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않아 그 증거능력이나 진술 내용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판결은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양형부당 주장과 함께 항소했다.
당심에서 정리된 총 69개 항을 기준으로 하되, 재심개시 전 무죄판결이 확정된 반국가단체구성, (반국가단체)가입권유, 간첩미수 부분은 제외한다.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피고인 등에 대한 각 경찰 및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와 피고인 등이 작성한 각 진술서, 자술서는 형사소송법 제309조 및 제317조에 따라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피고인이 공소사실에 일부 부합하는 취지로 진술한 부분((북한에 다녀온 사실, 수차례 에이쓰리 방송으로 지령을 받은 사실, F으로부터 결정적인 시기에 대비한 조직이나 거점을 확보하라는 지령을 받은 사실 등)은 피고인이 불법구금, 고문 등 가혹행위로 말미암아 보안사에서 임의성 없는 진술을 한 후 그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원심 및 재심개시 전 당심 법정에서도 계속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검사가 이를 해소할 증명을 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일부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피고인의 법정진술 역시 임의성 없는 자백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09조, 제317조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서울고법 제12-1형사부(재판장 김길량 부장판사)는 2022년 9월 27일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2018재노141).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에는 직권파기사유가 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어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판결을 선고했다.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에도 불구하고 그 수집된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구체적이고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는 점은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763 판결 참조). 나아가 영장주의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영장주의에 관한 절차를 위반하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관하여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영장이 발부되었다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고 하여 그 위법성이 치유되는 것도 아니다(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5도364 판결 참조).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