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인권위, 1년이상 실형선고 수형자의 선거권박탈 헌법소원 각하 결정에 논평

선거권 박탈은 이른바 ‘범죄자’를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낡은 시대의 유물일 뿐 기사입력:2023-03-31 13:01:06
천주교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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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은 지난 23일 헌법재판소가 1년 이상 실형 선고를 받은 수형자의 선거권을 박탈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헌법소원 각하결정(2022헌마210, 수용자 선거권 제한 위헌확인,2020헌마958에 병합-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위헌확인)에 대해 31일자 논평을 냈다.
논평 발표에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사단법인 두루, 전쟁없는세상이 함께 했다.

헌법재판소는 3월 23일 “선거권 박탈은 범죄자에 대해 가해지는 형사적 제재의 연장으로서 범죄에 대한 응보적 기능을 갖는다”는 선례(2016헌마292등 결정)를 변경할 만한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재판관 7(각하):2(위헌)의 의견으로 이같이 판단했다.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사람”의 선거권을 박탈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경우는 실형 1년 이상을 선고 받고 교정시설에 수용된 수형자와 가석방자 등이다. 과거에는 집행유예자와 수형자가 모두 선거권을 박탈당했다. 2014년 1월 헌법재판소가 선거권 제한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이유로 집행유예자 부분에 대해서는 위헌 결정을, 수형자 부분에 대해서는 2015년 말 시한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함으로써 집행유예자는 곧바로 선거권을 갖게 됐다[2012헌마409·510, 2013헌마167(병합)]. 그러나 국회는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 받은 수형자에 대해 여전히 선거권을 박탈하도록 2015년 8월 공직선거법을 개정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병역법 위반)로 1년 6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E씨와 O씨(청구인들)는 각각 2020년 4월 국회의원 선거와 2021년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선거권을 박탈당하자 헌법재판소에 법소원을 낸 바 있다.이 소송은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와 천주교인권위원회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논평에서 "헌법재판소는 선거권 제한의 입법목적으로 범죄 예방과 준법의식의 함양을 거론하지만, 선거권 박탈이 마치 범죄 억지력이 있다는 식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수형자를 재사회화하고 사회에 복귀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선거권을 부여함으로써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동질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거권 박탈은 이른바 ‘범죄자’를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낡은 시대의 유물일 뿐이다. 우리는 모든 국민에게 선거권을 보장하는 보통선거 원칙을 망각한 헌법재판소를 규탄한다"고 했다.

위헌 의견을 낸 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의 “선거권 제한은 수형자가 건전한 시민으로 사회에 복귀하는 것을 방해하고 수형자에게 사회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주게 될 우려가 있어, 시민으로서의 책임성 함양이나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의식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없다”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공직선거법은 또한 △청구인들처럼 양심을 거스를 수 없어 현행법상 처벌대상이 되는 양심범 △중죄가 아닌 경죄를 저지른 자 △실수로 범죄를 저지른 과실범 등을 가리지 않고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선거권을 제한함으로써 기본권 침해의 최소성 원칙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결정에서 유지한 선례에서 헌법재판소는 “법원의 양형관행을 고려할 때 1년 이상의 징역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공동체에 상당한 위해를 가했다는 점이 재판 과정에서 인정된 자이므로, 이들에 한해서는 사회적·형사적 제재를 가하고 준법의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죄질 △전과 유무 △누범 여부 △집행유예 기간 중인지 여부 등에 따라 구체적 양형이 다르다. 심지어 담당 판사의 성향에 따라서도 선고형이 다를 수 있다. 공직선거법은 죄명이나 범죄사실, 범죄의 정도 등을 구체적으로 살피지 않고 단지 1년 이상의 모든 실형 피선고자들을 일률적으로 동일하게 취급하여 선거권을 박탈하고 있어 그 위헌성이 명백하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해외의 경우 과거에는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을 ‘시민법상 사망한 자’(civil death)로 간주하고 재판청구권, 계약권, 연금수혜권, 혼인할 권리 등과 함께 선거권을 박탈하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시민권 박탈의 범위는 축소되었고 현재는 수형자도 선거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캐나다 최고재판소는 1992년 모든 수감자에 대해 선거권을 박탈하는 법 규정을 만장일치로 위헌이라고 선언한데 이어, 징역 2년 이상의 수감자에 대해서만 선거권을 제한한 개정 법률에 대해서도 2002년 거듭 위헌 결정을 함으로써 모든 수형자에게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이츠하크 라빈(Yitzak Rabin) 총리가 1995년 유대 극우파 이스라엘인 이갈 아미르(Yigal Amir)에게 사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라빈 총리의 후임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아미르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시민권을 취소해야 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그의 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은 아미르가 아니라 이스라엘 민주주의에 해가 될 것이며, 그의 형벌은 징역형이고, 선거권 박탈은 모든 기본권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고 판시하여 아미르는 선거에 참여했다(한국형사정책연구원, 수형자에 대한 합리적인 선거권 부여 방안, 2014. 5.).

애초 선거권 박탈 여부에 관해 국회가 선택한 ‘실형 1년’이라는 기준에는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 일부 수형자의 선거권은 어떻게든 제한해야 한다는 비합리적인 편견에 근거한 것으로 순전히 입법편의적 사고의 산물이다. 2022년 『법무연감』의 2021년 <수형자 형명, 형기별 인원>에 따르면 선거권이 보장되는 실형 1년 미만 수형자는 4,005명으로 전체 수형자 34,087명의 11.7%에 불과하다. 대다수 수형자는 여전히 선거권을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이번 각하 결정에도 불구하고 공직선거법을 개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고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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