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합의체]대법원, 분묘기지권 시효 취득경우에도 토지소유자가 지료청구 때부터 지급의무

기사입력:2021-05-03 09:39:37
(사진=대법원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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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2021년 4월 29일 지료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해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 경우에도 토지 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한 때부터는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인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1.4.29. 선고 2017다228007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에는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이흥구의 별개의견,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이 있고, 그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원심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이와 달리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는 경우 분묘기지권자의 지료 지급의무가 분묘기지권이 성립됨과 동시에 발생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1992. 6. 26. 선고 92다13936 판결 및 분묘기지권자가 지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37912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고 했다.

이 사건 임야 중 400㎡ 지상에는 1940년 7월경 사망한 피고의 조부(祖父)와 1961년 4월경 사망한 피고의 부(父)의 각 분묘(이하 ‘이 사건 분묘’라 한다)가 설치되어 있고, 피고는 현재까지 이 사건 분묘를 수호·관리해 왔다.

원고들은 2014년경 이 사건 임야의 지분 일부를 경매로 취득한 다음,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분묘의 기지(基地) 점유에 따른 원고들의 소유권 취득일 이후의 지료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피고는 20년 이상 평온·공연하게 이 사건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여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했으므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원심(2심, 수원지방법원 2017. 4. 20. 선고 2016나58055 판결)은 장사법 시행일 이전에 타인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다음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함으로써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했더라도, 분묘기지권자는 토지 소유자가 분묘기지에 관한 지료를 청구하면 그 청구한 날부터의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피고가 상고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 경우 분묘기지권자가 토지 소유자에게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와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 경우 지료 지급의무의 존부다.

분묘기지권은 타인의 토지 위에 있는 분묘의 기지(基地)에 대하여 관습법상 인정되는 지상권에 유사한 일종의 물권.
분묘기지권은 타인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을 받아 분묘를 설치한 경우 성립할 수 있고(대법원 2000. 9. 26. 선고 99다14006 판결 등 참조), 자기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사람이 그 토지를 양도하면서 분묘를 이장하겠다는 특약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성립한다(대법원 1967. 10. 12. 선고 67다1920 판결 등 참조).

장사 등에 관한법률(장사법) 시행일(2001.1.13.) 후에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한 분묘에 대해서는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대법원은 장사법 시행일 이전에 설치한 분묘에 관하여는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이 오랜 기간 지속되어온 관행 또는 관습으로서 여전히 법적 규범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하 위 판결을 ‘2017년 전원합의체 판결’).

◇ 지료 발생시점에 관한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이흥구의 별개의견=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경우 분묘기지권자는 토지 소유자에게 분묘를 설치하여 토지를 점유하는 기간 동안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토지 소유자의 지료 청구가 있어야만 그때부터 지료 지급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피고는 원고들이 청구하는 바에 따라 원고들의 소유권 취득일 이후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원심이 피고는 원고들이 지료를 청구한 때부터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일부만 인용한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피고만이 상고한 이 사건에서는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따라 원심판결을 피고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 없으므로, 피고의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데 그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과는 상고를 기각한다는 점에서 결론이 같지만, 지료의 발생시점에 관하여 다수의견과 이유가 다르므로 별개의견을 개진한다.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분묘기지권의 지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므로, 원심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

장사법 시행일인 2001. 1. 13. 이전에 분묘를 설치하여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여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묘기지권자는 토지 소유자에게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하에서 ‘분묘기지권’이라고 함은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을 말한다)에 관하여 분묘기지권자의 지료 지급의무를 원칙적으로 부정해온 종전 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37912 판결은 타당하여 유지되어야 하고, 이를 변경하려는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별개의견은 헌법상 재산권보장의 원칙, 민법상 소유권의 내용과 효력, 통상적인 거래 관념을 기초로 우리 법질서에서 타인 토지의 사용관계를 원칙적으로 유상의 사용관계로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나아가 이러한 해석을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의 유상성에 대한 근거로 삼고 있는바, 별개의견이 들고 있는 위와 같은 근거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반대의견은, 분묘기지권은 관습법상 물권이므로 관습에 대한 조사나 확인을 통하여 관습법의 내용을 선언하여야 하고 법원이 해석을 통해 그 내용을 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반대의견의 견해는 대법원이 관습법상 인정된 권리의 내용에 관하여 기존의 견해를 변경하려면 관습법의 조사와 발견을 통하여만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분묘기지권자가 지료를 부담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경우에도 지료를 청구받은 때부터 적어도 2년 동안은 시간을 두고 계획을 세워 이장 등을 준비할 수 있고, 단기간에 조상의 분묘가 강제로 개장되는 상황은 면할 수 있다. 한편 토지 소유자가 과거에 지료를 청구하였던 경우 분묘기지권자는 그 청구 시점부터의 지료를 지급해야 하고, 판결로 정해진 2년분 이상의 지료를 연체하면 분묘기지권 소멸 청구에 따라 결국 분묘기지권이 소멸할 수 있다. 그러나 토지 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한 때부터는 토지의 무상 사용에 관한 분묘기지권자의 신뢰가 크다고 보기 어려워 이러한 결과가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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