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전원합의체] ‘친족이라는 사실만으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 변경

기사입력:2020-06-18 18:52:57
(사진=대법원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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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민법 제77조에서 정한 친족이라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는 변경돼야한다는 대법원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주심 대법관 박정화)은 2020년 6월 18일 구 인사소송법 등의 폐지와 가사소송법의 제정·시행, 호주제 폐지 등 가족제도의 변화, 신분관계 소송의 특수성, 가족관계 구성의 다양화와 그에 대한 당사자 의사의 존중, 법적 친생자관계의 성립이나 해소를 목적으

로 하는 다른 소송절차와의 균형 등을 고려할 때, ‘민법 제77조에서 정한 친족이라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는 변경되어야 하고,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는 민법 제865조 제1항에서 정한 제소권자로 한정되는데, 원고는 위 조항에서 정한 당연 제소권자가 아니고, ‘이해관계인’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와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에 대한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다(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5므8351 전원합의체 판결).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해서 2명(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민유숙)의 별개의견과 3명(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노정희)의 다수의견

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다.

A는 1909년 8월 10일 사망했고, 2010년 8월 15일 건국훈장 4등급 애국장 포상대상자로 결정됐다.

A의 자녀로는 장남 B, 장녀 C, 차녀 D가 있었는데, 장남인 B와 그 배우자 및 자녀들, 장녀인 C와 그 배우자, 차녀인 D와 그 배우자는 위 포상대상

자 결정일 이전에 모두 사망했다.

A의 장녀 C의 자녀인 E(1933. 8. 21.생, 여, A의 손자녀)는 구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2012. 2. 17. 법률 제1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독립유공자예우법’)에 따른 독립유공자 유족등록 신청을 했으나, 2011년 11월 30일 광주지방보훈청장이 이를 거부하자 위 유족등록 거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해 제1심 및 원심에서 모두 승소했고 대법원에서 2014년 10월 16일 최종 확정됐다.

A의 장남 B의 손자인 원고(A의 증손자)는 위와 같은 행정소송을 통해 독립유공자 유족으로 인정된 E의 어머니인 C가 A의 친생자가 아니라는 사

실이 확인되면, 원고가 독립유공자 유족의 지위를 얻게 된다는 이유로 검사를 상대로 A와 C 사이, F(A의 처)와 C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각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원심인 광주가정법원 제5가사부(재판장 김익환 부장판사, 판사 황진희, 이미주)는 2015년 5월 26일 은 원고가 위와 같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판결을 받더라도 구 독립유공자예우법이 정한 기준에 따른 독립유공자 유족으로 등록될 수 없고달리 위와 같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구할 이해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적격을 부정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했다. 1심인 광주가정법원 정영하 판사는 2015년 2월 11일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구 독립유공자예우법 제5조 제1항, 제12조 제2항,제4항 제1호에 따르면,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 중 선순위자 1명에게만 보상금을 지급하는데 보상을 받는 유족의 범위는 독립유공자의 배우자, 자녀, 손자녀 및 며느리 순으로 한정되어 있고 그 중 같은 순위자가 2명 이상이면 나이가 많은

자를 우선하게 되어 있다.

원심은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독립유공자의 선순위 유족으로 등록하려면 나이가 가장 많은 손자녀여야 하는데, 독립유공자의 손녀와 다른 손자도 생존해 있어 증손자에 불과한 원고는 위와 같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판결로 독립유공자 유족의 지위를 취득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는 망인들 사이의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으로 특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 등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부적법 각하했다(원고적격 흠결).

이에 대해 원고는 자신이 A와 민법 제77조의 친족관계에 있으므로 종전 대법원 판례에 따라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이익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상고를 제기했다.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가 독립유공자인 A와 친족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위와 같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다.

쟁점 판단을 위해 먼저 민법 제865조에 의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 범위를 살펴보고, 민법 제77조에서 정한 친족은 그와 같은 신분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검토가 필요하다.

◇대법원의 판단

다수의견(11명)

민법 제77조의 친족이라는 신분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고,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민법 제865조 제1항이 정한 제소권자만 제기할 수 있는데, 이 사건의 원고는 이에 해당하지 않아 상고기각했다.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제기권자를 구체적으로 보면, 친생자관계의 당사자인 ‘부, 모, 자녀’는 물론 ‘자녀의 직계비속과 그 법정대리인’은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당연히 제기할 수 있음(민법 제845조, 제846조, 제862조, 제863조 참조)

‘성년후견인, 유언집행자, 부(夫) 또는 처(妻)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 은 민법 제848조, 제850조, 제851조가 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원고적격이 당연히 있는 것은 아니다.

이해관계인은 민법 제865조 제1항 및 제862조에 따라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해관계인은 다른 사람들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일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 등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로서 상속이나 부양 등에 관한 자신의 권리나 의무, 법적 지위에 구체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경우라야 함.

가족관계등록부에 아무런 친족관계가 나타나지 않지만 스스로 생부나 생모라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이해관계인에 해당한다 ╺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원고의 주장과 변론에 나타난제반사정을 토대로 원고의 권리나 의무, 법적 지위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이 무엇인지 등을 개별적으로 심리하여 판단해야 함

◇민법 제77조에서 정한 친족이라는 신분관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는 변경되어야 한다.

친생자관계의 존부를 다툴 수 있는 제3자의 범위를 넓게 보는 것은 신분질서의 안정을 해치고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당사자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제소요건이 엄격한 다른 소송절차를 대신하여 활용되는 경우가 많고, 당사자 일방 또는 쌍방이 사망한 경우가 아니라면 제소기간의 제한도 없으므로, 여기에 더하여 원고적격 범위까지 넓히는 것은 다른 소송절차와 비교하여 균형이 맞지 않고 법령의 제한 등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민법 제865조 제1항은 제3자가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 경우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민법 제77조의 친족에게 일률적으로 원고적격을 부여하지 않더라도, 제3자의 권리나 재판청구권을 부당하게 제약하지 않는다.

◇별개의견(2명)

종전 대법원 판례의 변경에 관한 다수의견에 찬성하나,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제기권자 범위 및 이 사건 원고가 제소권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한다. 다만 이 사건에서 원고적격을 인정하더라도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고, 원고만 상고한 이 사건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상 상고를 기각해야 한다.

구 인사소송법 등이 폐지와 가사소송법의 시행에 따른 법령의 변화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제기권자는 오로지 민법 제865조 제1항에 의해서만 규율되게 되었는데, 이를 반영하지 못한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함이 타당하다.

종전 대법원 판례변경의 필요성과 관련하여 다수의견이 제시한 논거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진실한 혈연관계 유무를 확인하는 재판절차로, 친생자관계의 존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로 결정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다수의견과 같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제기권자 범위를 제한하더라도 이들이 다른 소송절차에서 선결문제로 친생자관계의 부존재를 다투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으므로, 제3자가 다른 사람의 가정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에 실효성이 없다. 오히려 친생자관계존부 확인의 소를 허용하여 신분관계를 둘러싼 분쟁을 종국적으로 해결하고 가족관계등록부의 정확성과 진실성도 확보할 수 있다.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 여부는 직권조사사항인데, 판단기준을 복잡하게 정할수록 당사자 사이에 실질적 다툼이 없는데도 법원이 직권으로 각하하는 사건이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수의견이 민법 제851조의 ‘부(夫) 또는 처(妻)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 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 친생부인의 소와 마찬가지로 위 조항이 정하는 별도의 요건을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친생자관계의 당사자뿐만 아니라 제3자에 의한 소제기를 명시적으로 예정하고 있으므로(가사소송법 제24조 제2항, 제28조), 보충적 친생부인의 소제기권자에 관한 민법 제851조는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와 어울리지 않는다.

자녀의 직계비속이 다른 제한 없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것과의 균형상, 부모(부 또는 처)의 직계비속도 다른 제한 없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언해석이다.

이해관계인의 범위를 정하는 1차적 기준은 현재 가족관계등록부에 진실한 혈연과 다른 친생자관계의 등록으로 인하여 자신의 신분관계를 기초로 한 법적 지위에 불이익을 받는지 여부가 되어야 하고, 친생자관계존부확인판결을 통해 잘못된 가족관계등록부의 기록을 바로잡아야 할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 있어야 한다.

다수의견이 제시한 기준은 신분관계에는 영향이 없으면서 재산적 이해관계만을 갖는 경우(보험금 수익자나 상속인의 채권자 등)까지 확장될 우려가 있어 타당하지 않다.

이해관계인 해당 여부를 엄격하게 보면 가정법원의 심리와 판단의 초점이 ‘혈연관계의 존부’가 아니라, ‘권리의무나 법적 지위에 미치는 영향’으로 옮겨가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공법상 법률관계에 관한 이해관계인의 경우 가정법원이 자신의 전문영역이 아닌 각종 행정법령에 규정된 보상기준이나 유족의 범위 등을 심리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되어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A의 증손자로서 직계비속인 원고는 민법 제865조 제1항 및 제851조에 따른 당연 제소권자인 ‘부 또는 처의 직계비속’에 해당하고, 민법 제865조 제1항 및 제862조에서 정한 ‘이해관계인’에도 포함될 수 있으므로, 원고적격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원심은 원고적격이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A, F와 C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한다는 판단도 하였으므로, 원고만 상고한 이 사건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상 상고를 기각해야 한다.

◇판결의 의의

대법원 1981년 10월 13일 선고 80므60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약 40년간 대법원은 민법 제77조의 친족(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이라는 신분관계만 있어도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이 인정된다고 해왔다.

그러나 종전 대법원 판례의 핵심적 근거가 되었던 구 인사소송법이 1990년 12월 31일 폐지되었고, 2005년에는 호주제가 폐지되고 208년에는 가족관계등록법이 시행되는 등 가족제도에 관한 법률적, 사회적 상황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했다. 나아가 다양화된 가족관계 형성에 관한 당사자 의사를 존중할 필요나 법적 친생자관계의 성립이나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다른 소송절차와의 균형 등을 고려할 때 민법 제77조의 친족에게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을 일률적으로 인정하였던 종전 대법원 판례는 더 이상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러한 여러 사정을 반영하여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고,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 범위를 합리적으로 재조종하여 이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하급심 실무의 지침이 되도록 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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