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사.(사진제공=대법원)
이미지 확대보기피고인(45)은 2011년 2월 8일경 환자로 알게된 사람의 부탁을 받아 전화 통화만으로 B에게 직접 진찰을 하지 않고 플루틴캡슐 등 전문의약품을 처방한 처방전을 작성해 교부했다.
피고인은 전화 통화 이전에 B를 대면해 진찰한 적이 단 한번도 없고, 전화 통화 당시 B의 특성 등에 대해 알고 있지도 않았다.
1심(2012고정745)인 서울서부지법 전경훈 판사는 2013년 9월 26일 의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은 "피고인이 2011년 2월 5일 B를 대면해 진료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믿기 어렵고,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B를 대면함이 없이 환자로 알게된 사람에게 그 처방전을 작성해 교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원심(2심 2013노1180)인 서울서부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오성우 부장판사)는 2014년 7월 11일 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 등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의사가 스스로 진찰을 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일 뿐 대면진찰을 하지 않았거나 충분한 진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 일반을 금지하는 조항이 아니다. 따라서 죄형법정주의 원칙, 특히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상 전화 진찰을 했다는 사정만으로 ‘자신이 진찰’하거나 ‘직접 진찰’을 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0도1388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인이 B를 대면해 진찰하지 앟은 점은 인정하나 통화를 하면서 B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기존질환 여부, 건강상태, 증상을 상세히 전해 듣고, 나이가 어려 향정의약품을 뺀 약한 성분의 식욕억제제를 처방한 처방전을 작성, 교부했다고 진술했던 점 등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이 B와 직접 전화해 진찰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처방전을 작성, 교부했음을 인정하기는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검사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진찰’이란 환자의 용태를 듣고 관찰하여 병상 및 병명을 규명하고 판단하는 것으로서, 진단방법으로는 문진, 시진, 청진, 타진, 촉진 기타 각종의 과학적 방법을 써서 검사하는 등 여러 가지가 있다(대법원 1993. 8. 27. 선고 93도153 판결 등).
이러한 진찰의 개념 및 진찰이 치료에 선행하는 행위인 점, 진단서와 처방전 등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담보하고자 하는 이 사건 조항의 목적 등을 고려하면, 현대 의학 측면에서 보아 신뢰할만한 환자의 상태를 토대로 특정 진단이나 처방 등을 내릴 수 있을 정도의 행위가 있어야 ‘진찰’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고, 그러한 행위가 전화 통화만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최소한 그 이전에 의사가 환자를 대면하고 진찰하여 환자의 특성이나 상태 등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는 사정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신뢰할만한 B의 상태를 토대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B에 대해 진찰을 했다고 할 수 없다.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B를 직접 진찰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직접 진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