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채무조과상태서 처에게 미화 송금 '증여아냐' 원심 파기환송

기사입력:2020-03-02 12:00:00
[로이슈 전용모 기자]
원고회사의 재무관리 담당상무가 회사의 계좌에서 자신의 처인 피고에게 3000만 원을 이체하고, 채무초과상태에서 피고에게 미화 8만7000달러를 송금한 사건에서 1심은 법룰상 원인이 없어 피고가 반환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미화 8만7000달러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이 부분을 증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원심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봤다.

원고는 자동공기조절장치, 열교환기 등의 제조·판매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의 배우자인 O씨는 1992년 1월 31일 원고의 직원으로 입사해 2017년 2월 3일까지 원고의 재무관리 담당 상무로 근무해 왔다.

피고와 O씨는 2000년 1월 4일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로서, 피고는 2004년경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말레이시아로 건너가 생활하다가 2011년 11월경부터는 자녀들과 함께 미국에서 생활했다.

O씨는 이후 2008년 6월 2일 원고의 계좌에서 자신의 처인 피고의 계좌로 3000만 원을 이체했다. 또 채무초과 상태에서 2017년 2월 3일 피고에게 미화 8만7000달러(한화 9683만1000원= 8만7000달러 × 1,113원/달러)를 송금했다(이하 ‘이 사건 증여계약’).

O씨는 2005년 3월 14일부터 2017년 2월 3일까지 원고의 자금 약 1318억 원을 횡령하고 2017년 2월 4일 해외(홍콩)으로 도피했다.

원고는 횡령행위에 관해 서울서부지검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벌률위반(힝령)으로 고소했는데 담당검사는 2018년 9월 28일 O씨의 소재불명을 이유로 기소중지처분을 했다.

원고(회사)는 2018년 3월 22일 피고를 상대로 사해행위(채무자가 고의로 재산을 줄여서 채권자가 충분한 변제를 받지 못하게 하는 행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사해행위 취소소송이란 채무자가 빼돌린 재산을 되찾아오는 소송이다.

1심(2018가단5057106)인 서울중앙지법 심동영 판사는 2019년 1월 14일 피고는 원고에게 3000만원 및 이에 대해 2018. 3. 22.부터 2019. 1. 14.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1심은 "피고가 원고의 계좌로부터 이체받은 3000만 원은 법률상 원인 없이 이루어진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또 피고와 O씨 사이에 2017년 2월 3일 체결된 증여계약을 취소하고, 피고는 O씨에게 9683만1000원 및 이에 대해 이 판결 확정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피고가 부당이득반환채권(3000만원)은 5년의 상사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했다고 주장에 대해 1심은 "이는 O씨의 횡령행위로 발생한 것이므로, 상행위로 인한 채권 또는 이에 준하는 채권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그 소멸시효기간은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으로 보아야 하고, 2008년 6월 2일부터 10년의 소멸시효가 경과하기 전인 2018년 3월 22일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으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피고는 "위 돈(8만7000달러)는 자녀들의 학비와 생활비 명목으로 받은 것이고, 이것이 사해행위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으므로 선의의 수익자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를 선의의 수익자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증예계약 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을 해야 한다"고 봤다.

피고는 항소했다.

2심(원심 2019나7852)인 서울중앙지법 제9-2민사부(재판장 정철민 부장판사)는 2019년 8월 28일 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부당이득제도는 이득자의 재산상 이득이 법률상 원인을 결여하는 경우에 공평·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이득자에게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인데, 채무자가 피해자에게서 횡령한 금전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하는 경우 채권자가 변제를 수령하면서 그 금전이 횡령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채권자의 금전취득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며, 이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횡령한 돈을 제3자에게 증여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1다74246 판결 참조).

재판부는 원고의 '부당이득반환 청구'에 관한 판단에서 "O씨가 원고의 재무관리 담당 상무로 근무하면서 원고 명의 계좌에서 3,000만 원을 횡령하여 피고 명의의 계좌로 이체했더라도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그와 같은 횡령 사실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했다.

또 '사해행위취소청구'에 관한 판단에서 "원고는 O씨에 대하여 1300억 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지고 있는 채권자이고, O씨가 현재 채무초과 상태에 있음은 분명하다. 피고는 말레이시아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인 2011. 12.경부터 2017. 2. 3.까지 Toronto-Dominion Bank에 피고 명의의 계좌를 개설해 주기적으로 O씨로부터 생활비와 교육비 합계 미화 911,488달러를 송금받아 왔는데, 2017. 8. 17.자로 송금된 87,000달러가 위와 같은 생활비와 교육비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점, 실제로 위 87,000달러는 자녀들의 학비와 생활비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의 주장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송금된 8만7000달러가 '증여'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했다.

원고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이기택)는 2020년 2월 6일 원심판결 중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 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했다.

원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3000만원)를 기각한 원심 판단은 수긍했다. 하지만 O씨가 2017년 2월 3일 자신의 처인 피고에게 미화 8만7000달러를 송금한 것이 증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원심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O씨가 피고에게 미화 8만7000달러를 송금한 것은 해외도피가 임박한 시점에 원고의 자금을 빼돌려 무상으로 피고에게 종국적으로 귀속시키기 위함이었으며, 피고도 그와 같은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가 8만7000달러를 자녀들의 학비와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후적인 사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가 선의의 수익자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의 수익자의 악의 추정, 선의 증명 및 그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나머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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