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인권위원회
이미지 확대보기혹서기에 교정시설의 실내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헌법재판소는 ‘교정시설의 환경이 수형자가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구에 따른 생활을 하는 것조차 어렵게 할 정도라면, 그것은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어 수형자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즉,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구에 따른 생활조차 어렵게 하는 ‘폭염수용’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라는 헌법의 명령을 어기는 것이다.
2016년 8월 부산교도소에서는 조사수용실에 갇힌 두 명의 수용자가 하루 간격으로 잇따라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폭염으로 인한 수용자들의 건강권 침해에 대해 교정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부산지방법원도 수용자들의 사망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법원은 ‘인간 생존의 기본조건이 박탈된 시설에 사람을 수용하는 것은 금지’된다며, 교정시설의 열약한 환경을 지적했다. 판결에 따르면, 사망한 수용자들은 1인당 면적은 1.72m²에 불과한 조사수용실에 과밀하게 수용돼 있었다. 조사수용실은 환기가 거의 되지 않는 구조였고, 선풍기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 사건은 헌법에 반하는 ‘폭염수용’ 의 대표적인 사례다.
교정당국은 사고 직후에 ‘혹서기 환자, 조사·징벌자 등 수용관리 철저 지시(보안과 -22778, 2016. 8. 22.)’ 공문을 통해 지병이 있는 조사·징벌자에 대해 혹서기가 끝날 때까지 조사·징벌 조치를 보류할 것을 지시했으나, 폭염으로 인한 수용자의 인권침 해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은 수립하지 않았다. 결국 현재까지도 혹서기의 수용환 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들단체는 "폭염수용에 대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먼저 냉방설비가 개선돼야 한다. 수용시설의 크기와 인원을 고려해 선풍기 설치 대수와 위치·성능 등 을 개선해야 하고, 에어컨 설치 등의 냉방설비 개선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해외 의 사례를 보더라도, 교토변호사회는 2018년 교토구치소장에게 수용자의 방실에 에어컨을 설치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리고 행집행 관련 법령으로 실내 적정온도 기준을 정함으로써 수용자에게 적절한 온도가 유지되는 공간에서 생활할 권리가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미국의 여러 주에서도 수용시설의 실내 적정온도를 정하면서, 적정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들을 규정하고 있다. 수용시설의 온도가 이를 벗어날 경우에는 수용자의 작업량을 줄이거나, 이송을 고려하는 등의 조치도 취하도록 하고 있다.
신영복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 여름징역은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라고 쓴 바 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