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최초 시각장애 영어교사 이우호 씨 '박사 학위' 취득.
이미지 확대보기이 씨는 불굴의 의지로 장애를 극복한 과정이 타의 모범이 돼 이날 총장 공로상도 함께 받는다. 대구대는 이 씨를 포함해 시각 장애인 졸업생 3명에게 ‘점자 학위증(글자+점자)’을 전달한다.
2013년 대구지역 최초로 일반교과(영어)에 합격한 그는 경북여고와 대구예담학교에서 현직 영어교사로 일하면서도 틈틈이 졸업 논문을 준비해 왔다. 박사 논문 제목은 ‘시각장애학교 중등학생의 학습동기, 학습태도, 영어 학업성취도 간의 관계’. 전국 12개 시각장애학교 중등학생 236명의 기초자료를 수집해 학습동기와 학습태도, 영어 학업성취도 간의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그는 “임용시험 합격 전 시각장애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던 경험이 이 논문을 준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20대 초반 군입대를 앞두고 신체검사를 받던 중 ‘망막 색소변성증’ 판정을 받았다. 이후 병세는 급속히 악화돼 24세 때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1급 시각장애인이 됐다. 그에게 닥쳐온 시각장애의 시련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고, 이후 좌절과 시련은 계속됐다.
하지만 1999년 재활 훈련을 위해 다니기 시작한 시각장애학교에서 교사의 꿈을 키웠다. 2001년 영어교사의 꿈을 안고 대구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교육과에 입학했다.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으로 두 번의 휴학을 하며 2006년에야 대학을 졸업했다.
임용시험 합격 당시 그는 대구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던 상태였다. 학업을 끝마치고 싶었지만 교사로서 일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수업 준비에는 남들보다 몇 배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기에 박사 논문을 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잠시 미룰 수밖에 없었다. 교사 일이 어느 정도 익숙해질 즈음 마음 한 켠에 항상 남아 있던 못다 한 숙제를 끝 마치기 위해 박사 논문을 준비하기 시작해 결실을 맺었다.
이우호 씨는 “모교인 대구대학교에서 학부와 석·박사 과정을 공부하며 울고 웃었던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면서 “많은 고난과 시련을 겪고 있는 후배 시각장애인들에게 ‘저 같은 사람도 해내니 절대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마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