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문예지 ‘미네르바’겨울호 심사평에 따르면 당선작 ‘우먼 하우스’ 외 2편은 젊음의 패기로 무장돼 있고, 시적 발상이 뛰어나고 유머러스한 장점이 있다.
미네르바 신인상 시상식.(사진왼쪽부터) 강희근시인, 이종근시인 수상자, 문효치 한국문인협회이사장.(사진제공=이종근)
이미지 확대보기이종근 수상자는“저잣거리에 내놓여 표를 구걸하는 일만이 나의 천직인 줄만 알았다. 스무 살쩍 청년기에 문학을 갈구하던 꿈은 일순, 시대에 요절한 듯 그저 침잠하듯 아찔하게 벼랑의 어지러움 처럼 잊히고, 세월의 수는 바쁘게 흘러가고 말았었다”고 푸념해 왔다.
하지만 “이번 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새롭게 의지를 다지듯 호흡 가빠질 때까지 투혼으로 시를 쓰겠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다음은 수상작인 시 <우먼하우스>.
우먼 하우스¹ 이종근
조신하게 앉아야지
가부장이라고 서 있다가 눈에 띄면 무슨 망신을 당할지 몰라, 바짝 긴장하고 졸아 있어야지
리모컨 들고 소파에 누워 있다간 더 큰 일이 생기고 말…
나의 원형은 단수이기에 그의 무력 앞에 종속으로 있어야지
독립을 향한 저항은 걸맞지 않아, 덕만의 일을 흠모한 먼발치의 지귀처럼
페인팅보다는 노동의 메시지를
여성의 금기를 들어내 놓기로
생리 같은
수박의 속살 같은
생수를 뚝뚝… 흘리는 해체적 실험
가사(家事)의 앞치마를 거둬라
앞치마를 두르는 일은 가사만은 아니라
아버지의 성도
남편의 성도
권투 복장의 잽으로 한 방에 날려버린
전시의 오프닝은 퍼포먼스가 아니라
법이고 정치 같은
삼종지례(三從之禮)와의 전면적 충돌이라
조신하게 앉아야지
가부장이라고 서 있다가 눈에 띄면 무슨 망신을 당할지 몰라, 바짝 긴장하고 졸아 있어야지
알아서 쓰레기 분리수거하고 이불의 먼지라도 틀어내는 평등한 이가 되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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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주디 시카고의 <우먼 하우스>, 페미니즘 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과 최초의 페미니스트 아트 프로젝트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