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초등생에 “가슴살 빼야겠다”ㆍ안마ㆍ뽀뽀 요구 ‘아동학대’

기사입력:2016-09-18 20:13:29
[로이슈 신종철 기자] 초등학교 여학생에게 “가슴살 좀 빼야겠다”는 성희롱 발언을 하거나, 안마를 시키거나, 껴안으며 뽀뽀해 달라고 요구한 행위는 ‘아동학대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초등학교 야구부 코치인 20대 A씨는 자신이 근무하던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B(여) 학생과 안면이 있었다.

그런데 2014년 7월 A씨는 B학생에게 곧 야구부 코치를 그만두게 된다고 말하던 중 B학생이 눈물을 흘리자, 체육관 뒤로 데려간 다음 위로해 주는 척하며 끌어안고, 또 갑자기 B학생에게 입을 맞추면서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인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2014년 10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 6월의 실형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초등학교 내에서 만 11세의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해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으로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으며, 피해자 및 부모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며 “따라서 피고인에 대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C학생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A씨는 B여학생에게 범행을 저지른 뒤 야구부 숙소 옆 체육관 계단에 혼자 있는 C(12, 여) 학생을 숙소로 데려가 “가슴살 좀 빼야겠다”고 말하고 “안마 할 줄 알아”라고 물으며, 매트 위에 누워있는 자신의 어깨를 2분간 주무르게 했다. 또 C학생이 숙소 후문을 통해 계단으로 가자 A씨는 갑자기 끌어안은 다음 뽀뽀를 해달라는 취지로 얼굴을 들이미는 등 강제로 추행한 혐의도 받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는 야구부를 오가면서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점, 안마 부위가 어깨였고 피고인이 강제로 안마를 시킨 것도 아니었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안았던 장소는 야구부 숙소 후문 계단으로 개방된 장소였고, 유형력 행사 업ㅎ이 가볍게 1회 안은 것으로 보이며, 뽀뽀를 해달라는 요구한 사실은 인정되나 신체접촉은 없었던 점” 등을 짚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불쾌감을 넘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까지 느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나이가 만 12세로 어리다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를 ‘추행’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이 C학생에게 안마를 하게 하고, 안고 뽀뽀를 해달라고 한 행위들은 추행행위에 인정됨에도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에는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검찰은 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가슴살 좀 빼야겠다’고 하면서 안마를 해달라고 해 어깨를 주무르게 하고, 피해자를 끌어안은 다음 뽀뽀를 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얼굴을 들이미는 등 아동인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을 했다”며 아동학대 혐의를 추가했다.

반면 A씨는 “1심 형량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2015년 2월 A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명했다. 또 C학생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C)를 안은 행동이 비록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주었다고 하더라도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설령 피고인의 행동이 추행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가했다고 볼 수 없으며, 피고인의 행동이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C)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피해자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성적 폭력이나 그 행위의 수단이나 결과가 가혹한 행위, 즉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양형 부당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초등학교 내에서 만 11세의 피해자 B를 강제로 추행한 것으로 죄질이 불량한 점,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범행이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라 다소 우발적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 측과 합의한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라며 “제반 양형조건 등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된다”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하지만 피해자 C학생에게 저지른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초등학교 여학생을 강제추행하고 학대한 혐의(성폭력특별법상 13세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및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로 재판에 넘겨진 초등학교 야구부 코치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아동학대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의 피해자(C)에 대한 강제추행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죄에서의 추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아동학대라는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야구부 숙소에 데리고 간 다음 출입문을 잠근 상태에서 안마를 하게 했고, 피해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가슴살 좀 빼야겠다’라고 말했는데, 피고인이 다른 사람이 없는 폐쇄된 공간에서 피해자에게 안마를 시키고 피해자의 신체 부위를 평가하는 말을 한 것은, 초등학교 야구부 코치가 여학생을 상대로 흔히 할 수 있는 통상적인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은 야구부 숙소 후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는 피해자를 따라 나와 계단에서 피해자를 안은 뒤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면서 뽀뽀를 해달라고 요구했는데, 그 과정에서 피해자와 상당한 정도의 신체 접촉이 있었고, 주위에 다른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3회에 걸쳐 뽀뽀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행위는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끼기에 충분한 행위”라고 봤다.

이어 “피해자는 경찰 조사 당시 피고인의 ‘가슴살을 빼야겠다’는 말에 대해 불쾌감을 느꼈다고 진술했고, 피고인은 검찰에서 피해자의 외모가 성숙해 보이고 여자로 느껴져서 순간적으로 그와 같은 행위를 했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사정이 이러하다면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으로서 피해 아동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가혹행위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의 행위가 학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예비적 공소사실ㅇ르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아동복지법의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ㆍ성폭력 등의 학대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해자 C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의 점과 아동복지법 위반의 점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밝혔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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