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신종철 기자]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가 파출소에 자진출석해 경찰의 호흡측정에 응했으나 폐기능에 장애가 있어 호흡측정이 여의치 않았다. 이에 운전자가 혈액채취에 의한 측정을 요구했으나 경찰관이 혈액을 채취하지 않은 채 곧바로 음주측정거부죄로 기소한 사안에서 항소심은 음주측정을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4월 24일 새벽 3시 30분께 음주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해 가다가 우측 길가에 정차된 차량의 후사경을 충격하는 사고를 냈다.
사고 발생 후 A씨는 파출소에 자진출석했고, 담당경찰관은 A씨에게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A씨는 음주측정기에 입김을 불어넣었으나 센서는 입김을 인식하지 못했다.
이에 검찰은 “A씨가 음주측정기에 입김을 불어넣는 시늉만하고 20분 동안 3회에 걸쳐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를 회피해 정당한 사유 없이 음주측정 요구에 불응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1심은 지난 1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폐 기능에 장애가 있어 호흡측정기에 의한 측정에 응할 수 없었기 때문에 혈액채취에 의한 음주측정을 요구했으나, 경찰이 묵살한 것이므로 음주측정을 거부한 사실이 없다”고 결백을 주장하며 항소했다.
항소심인 의정부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성지호 부장판사)는 A씨에 대한 음주측정거부 유죄 원심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고 발생 후 파출소에 자진출석하고 경찰관의 호흡측정기에 의한 측정에 응한 점, 피고인은 호흡측정기에 입김을 불어넣었으나 센서는 입김을 인식하지 못했고, 이에 피고인은 혈액채취에 의한 측정을 요구했던 점, 경찰관은 피고인이 고의적으로 측정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나머지 혈액채취에 의한 측정으로 나아가지 않은 채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죄로 입건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그 후 병원에서 폐기능 검사를 받았는데, 폐쇄성 폐기능 장애를 앓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 점, 피고인은 종전에 음주운전을 한 전력이 없는 것은 물론 아무런 전과가 없는 초범인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에게는 호흡측정기에 의한 측정이 불가능하거나 심히 곤란한 객관적인 상황이 존재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이 혈액채취에 의한 측정을 요구했으나 담당경찰관이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이상 피고인의 행위를 음주측정 요구에 불응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며 무죄로 판정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법원, 폐기능 장애로 혈액채취 요구하면 음주측정거부 안 돼
기사입력:2016-06-06 16:3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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