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경찰이 강제로 끌고 가 음주측정하면 거부해도 처벌 못해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 무죄 기사입력:2016-01-13 21:31:17
[로이슈=신종철 기자] 위법한 강제연행 상태에서 이루어진 경찰서 교통조사계에서의 음주측정요구는 위법하므로, 음주측정요구에 불응했다고 해서 음주측정불응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검찰은 50대 A씨가 2012년 5월 29일 호남고속도로 백양사휴게소 내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을 조사 중 경찰관으로부터 피해 여성의 진술과 A씨에게서 술 냄새가 나고, 횡설수설하며, 웃옷을 벗는 등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경찰서 교통조사계 사무실에서 27분간 3회에 걸쳐 음주측정에 응할 것을 요구받았으면서도 “음주 운전한 사실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며 음주측정 요구에 불응한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인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12년 12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A씨와 변호인은 “당시 경찰관으로부터 폭행사건 조사를 위해 장성경찰서로 임의동행을 요구받아 동행하였는데 경찰서에서 갑자기 음주측정을 위해 교통조사계로 가자고 해 거부했더니 경찰관들이 억지로 교통조사계로 끌고 들어가 음주측정을 요구해 음주측정을 거부하게 됐다”며 “경찰관들의 이러한 조사방법은 위법한 것이어서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김동오 부장판사)는 2013년 7월 음주측정불응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1심 판결을 뒤집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해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퇴거할 수 있었음이 객관적 사정에 의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피고인에 대한 임의동행은 적법하다고 보기 어렵고, 위법한 임의동행 상태에서 한 음주측정요구는 위법한 수사라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그러한 요구에 관련된 주취운전자 정황진술보고서, 주취운전자적발보고서 등의 증거 또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증거로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검사가 상고해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2013도8481)

재판부는 먼저 “수사관이 수사과정에서 당사자의 동의를 받는 형식으로 피의자를 수사관서 등에 동행하는 것은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동행이 이루어졌음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해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 한해 적법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또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음주측정요구가 이루어진 경우 그 음주측정요구 역시 위법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그러한 위법한 음주측정요구에 대해서까지 운전자가 응할 의무가 있다고 봐 이를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그에 불응했다고 도로교통법의 음주측정불응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는 대법원 판례(2004도8404)이기도 하다.

이 사건을 살펴보면 장성경찰서 모 파출소 소속 경찰관 2명은 2012년 5월 29일 폭행 신고를 받고 호남고속도로 백양사휴게소로 출동해, 당시 그곳에 시동과 전조등이 켜져 있는 승용차 앞에서 피해 여성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고 있던 A씨를 발견하고, A씨와 피해 여성에게 파출소까지 동행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언제라도 자유로이 퇴거가 가능하다고 알려줬다.

파출소에서 경찰관 1명은 폭행 사건을 조사하던 중에 피해 여성으로부터 A씨가 음주운전을 했다는 진술을 듣고, 그 사실을 다른 경찰관에게 알려줬다. 이에 다른 경찰관이 A씨를 상대로 음주측정을 요구했는데, A씨는 후배가 운전한 것이라고 하면서 음주측정을 거부했다.

그러자 경찰관들은 더 이상 음주측정요구를 하거나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 등 측정불응에 따른 서류를 작성하지 않은 채로, 피해 여성을 상대로 폭행 사건에 관한 조사만을 마친 다음, A씨에게 폭행 사건의 추가 조사를 위해 장성경찰서까지 임의동행해 줄 것을 요구했고, A씨가 동행했다.

장성경찰서 폭력계 담당 경찰관은 인계받은 서류를 검토한 후 동행한 경찰관들에게 음주운전 부분을 조사하라고 했고, 이에 경찰관들은 장성경찰서 본관 입구에 있던 A씨에게 교통조사계 사무실로 가자고 권유했다.

그러나 A씨는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없다고 하면서 동행을 거절했다. 그런데 경찰관들은 A씨의 팔을 잡아당기며 교통조사계 사무실로 이끌었고, A씨는 교통조사계 사무실에서 27분 동안 3회에 걸쳐 음주측정요구를 받았으나 이를 모두 거부했다.

교통조사계에서의 음주측정불응행위에 대해 재판부는 “당시 경찰관들이 장성경찰서 본관 입구에서 동행하기를 거절하는 피고인의 팔을 잡아끌고 교통조사계로 데리고 간 것은 위법한 강제연행에 해당하므로, 그러한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이루어진 교통조사계에서의 음주측정요구 역시 위법하다”며 “피고인이 그와 같은 음주측정요구에 불응했다고 해서 음주측정불응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파출소에서의 측정불응행위에 대해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은 경찰관들로부터 언제라도 자유로이 퇴거할 수 있음을 고지 받고 파출소까지 자발적으로 동행한 것이므로 파출소에서의 음주측정요구를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나 피고인은 폭행 사건으로 파출소로 동행했다가 피해 여성의 진술로 갑작스럽게 음주측정요구를 받게 된 점, 파출소에서 피고인이 운전을 한 사실이 없다고 다투자 경찰관들은 더 이상 음주측정을 요구하지 않은 채 폭행 사건만을 조사한 점, 당시 경찰관들은 피고인에게 측정불응으로 인한 불이익을 고지해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 등 측정불응에 따른 서류를 작성하지 않았던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이를 종합해 볼 때, 피고인이 파출소에서 음주측정요구에 1회 불응한 사실만으로는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운전자로서 음주측정에 응할 의사가 없음을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명시적이고도 적극적으로 표명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결국 파출소에서의 측정불응행위만으로 음주측정불응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임의동행의 적법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추가된 공소사실인 파출소에서의 측정불응행위에 관한 판단을 유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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