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흡연자와 유족 15년 ‘담배소송’ 패소…판결문 보니?

대한민국이 흡연조장 행위 했다는 주장 등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기사입력:2014-04-10 12:17:50
[로이슈=신종철 기자] 담배를 피워 폐암 등의 질환에 걸렸다며 흡연자와 폐암으로 사망한 유족들이 담배제조회사인 케이티앤지(KT&G)와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요구한 국내 첫 ‘담배 소송’에서 대법원이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른바 ‘담배 소송’과 관련해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999년 소송이 제기된 지 무려 15년 만에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 제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10일 흡연자와 폐암으로 사망한 유족 등 30명이 국가와 KT&G(옛 담배인삼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2건(2011다22092, 2011다23422)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피고들이 제조한 담배에 설계상, 표시상의 결함이나 그 밖에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된 결함이 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들이 담배의 위해성에 관한 정보를 은폐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봤다.

아울러 흡연과 비소세포암, 세기관지 폐포세포암 사이에 역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 특정 흡연자가 흡연을 했다는 사실과 위와 같은 비특이성 질환에 걸렸다는 사실만으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을 구체적으로 본다.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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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에 설계상의 결함이 있는지 여부

원심 법원뿐만 아니라 대법원 재판부는 “담뱃잎을 태워 연기를 흡입하는 것은 담배의 본질적 특성인 점, 담배 연기 중에 포함돼 있는 니코틴과 타르의 양에 따라 담배의 맛이 달라지고 담배소비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맛이나 향을 가진 담배를 선택해 흡연하는 점”에 주목했다.

또 “담배소비자는 안정감 등 니코틴의 약리효과를 의도해 흡연을 하는데 니코틴을 제거하면 이러한 효과를 얻을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설령 니코틴이나 타르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채용하지 않은 것 자체를 설계상의 결함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들이 흡연으로 인한 담배소비자의 피해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채용하지 않았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따라서 원심이, 피고들이 제조한 담배에 제조물의 설계상 결함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 담배에 표시상의 결함이 있는지 여부

대법원 재판부는 먼저 “제조상 내지 설계상의 결함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 할지라도, 제조업자 등이 합리적인 설명, 지시, 경고 기타의 표시를 했더라면 당해 제조물에 의해 발생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않은 때에는 그와 같은 표시상의 결함(지시ㆍ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언론 보도와 법적 규제 등을 통해 흡연이 폐를 포함한 호흡기에 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담배소비자들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널리 인식됐다고 보이는 점, 흡연으로 니코틴에 대한 의존증이 어느 정도 생길 수 있다고 하더라도, 흡연을 시작하는 것은 물론이고 흡연을 계속할 것인지 여부는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의 문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담배제조자인 피고들이 법률의 규정에 따라 담뱃갑에 경고 문구를 기재하는 외에 추가적인 설명이나 경고 기타의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 피고들이 제조ㆍ판매한 담배에 표시상의 결함이 인정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에서는 담배를 기호품의 일종으로 봐 품질이나 수준에 관해 아무런 제한을 정하지 않은 채 그 제조ㆍ판매와 흡연을 법률적ㆍ사회적으로 허용해 왔다는 점도 참작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담배 및 연기 속에 발암물질이 존재한다거나 이로 인해 흡연자들에게 건강상 위해가 발생할 수 있고 의존증이 유발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기호품인 담배 자체에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고들이 니코틴의 체내 흡수율 내지 중독성을 높일 수 있도록 담배연기의 PH농도를 조작하기 위해 암모늄 화합물을 비롯한 유해한 첨가제를 사용해 왔다거나, 담배흡연자의 의존증을 유발하거나 유지시킬 수 있는 니코틴, 타르의 함량의 알면서 의존증이 높은 담배를 제조하기 위해 유해한 첨가제를 넣어 니코틴 함량을 조작해 왔다는 원고들이 주장에 대해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 KT&G와 국가가 담배의 위해성에 관한 정보를 은폐했는지 여부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들이 제조한 담배에 소비자들이 이전부터 피우던 담배나 다른 제조자들이 만든 담배와는 다른 특별한 위해성이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됐다거나 위해성을 높일 수 있는 행위를 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피고들이 성분분석이나 동물실험 또는 외국의 문헌을 통해 알게 된 정보를 모두 공개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발암물질의 종류나 함량, 니코틴 중독성 등의 측면에서 피고들이 제조한 담배에 이전부터 국내에서 소비돼 온 담배와는 다른 특별한 위해성이 있다거나 피고들이 이런 위해성을 증대시키는 행위를 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한 피고들이 담배의 위해성에 관해 사회 일반의 인식을 월등히 넘어선 지식이나 정보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음에도 이를 은폐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며 “따라서 피고들이 담배의 위해성에 관한 정보를 은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은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대한민국이 흡연조장행위

눈길을 끄는 대목도 있다. KT&G에게 담배를 제조ㆍ판매하게 허가한 대한민국에게 흡연조장행위가 있느냐는 것이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이 흡연자들에게 흡연을 강요 또는 권장했다거나 이로 인해 흡연자들의 폐암 등이 발병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피고들이 국산담배의 소비를 장려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비흡연자들에게 흡연을 권장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잎담배 경작농민들을 위해 외국산 담배보다는 국산 담배를 애용해 달라는 취지에 불과하므로, 이로 인해 흡연자들의 흡연이 유발되거나 촉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 흡연과 폐암의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

흡연으로 폐암에 걸렸다는 1명은 비소세포암에 걸렸으나 세부적으로 어떤 유형의 폐암에 해당하는지는 밝혀져 있지 않고, 또 다른 1명은 세기관지 폐포세포암에 걸렸다.

재판부는 “흡연과 비특이성 질환인 세기관지 폐포세포암, 비소세포암의 발병 사이에 역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어느 개인이 흡연을 했다는 사실과 비특이성 질환에 걸렸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하여 그 자체로서 양자 사이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개연성이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 폐암은 흡연으로만 생기는 특이성 질환이 아니라 물리적ㆍ생물학적ㆍ화학적 인자 등 외적 환경인자와 생체의 내적 인자의 복합적 작용에 의해 발병될 수 있는 비특이성 질환이고, 폐암은 조직형에 따라 크게 소세포암과 비소세포암으로 나뉘는데, 흡연과 관련성이 높은 것부터 흡연과 관련성에 대한 근거가 없는 것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비소세포암은 특정한 유형의 암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소세포암이 아닌 모든 유형의 암을 통틀어 지칭하는 것으로서 여기에는 흡연과 전혀 관계없거나 관련성이 현저하게 낮은 폐암의 유형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의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흡연과 관련성이 있는 폐암은 소세포암과 비소세포암 중 편평세포암, 선암이고, 그중 소세포암과 편평세포암은 관련성이 매우 크지만 선암은 위 두 조직형의 폐암과 비교해서 관련성이 현저히 낮다고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기관지 폐포세포암은 선암의 일종인바 결핵, 폐렴, 바이러스 등에 의해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고, 편평세포암이나 소세포암에 비해 흡연과의 연관성이 현저하게 낮으며 비흡연자에게서 발병률이 높게 나타나 흡연보다는 환경오염물질과 같은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주목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흡연자들 중30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K씨는 비소세포암 진단을 받았고, 40년 이상 흡연력을 가진 J씨는 선암의 일종인 세기관지 폐포세포암 진단을 받았다”며 “비록 비소세포암의 일종인 선암은 흡연과 관련성이 있고, 저타르ㆍ저니코틴 담배로 인해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으나, 두 사람은 1950년대 후반 담배인 풍년초를 피우기 시작했고, 그 무렵부터 거의 대부분의 흡연기간 동안 저타르나 저니코틴 담배라고 인정할 만한 담배는 거의 피우지 않았다”며 “따라서 두 사람에 발병한 암은 흡연으로 유발됐을 개연성이 증명됐다고 보기 오렵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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