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성추행 의사, 병원 사직 후 로스쿨 합격 예비법조인

함윤식 판사,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과 40시간의 성폭력치료강의 수강 명령 기사입력:2014-02-05 23:15:02
[로이슈=신종철 기자] 응급실에 찾아온 응급환자에게 진료하는 척하면서 특정 신체부위를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인턴의사에게 법원이 죄질이 중하다며 징역형을 선택하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런데 이 인턴의사는 병원을 그만두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합격해 재학 중이며 예비법조인의 길을 걷고 있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병원 인턴의사로 근무하던 A씨는 2012년 4월 새벽 시간에 응급실에서 응급환자들을 진료하던 중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에서 담요를 덮고 진료를 기다리는 20대 B(여)씨에게 진료하는 척하면서 은밀한 특정 신체 부위를 수차례 만졌다.

퇴원 직후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수치심에 사로잡힌 B씨는 남자친구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고, 병원 CCTV를 확인해 A씨의 추행장면을 확인한 후 고소했다. 몇 개월 뒤 병원을 그만 둔 A씨는 법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해 현재 재학 중이다.

검찰은 A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했고, 울산지법 형사2단독 함윤식 판사는 최근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또 A씨에게 40시간의 성폭력치료강의 수강을 명했다.

A씨는 “신체접촉은 정당한 진료권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진찰행위이므로 추행이 아니거나 정당행위”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및 증인들의 법정진술에 의하면 당시 피고인이 통상적인 의사들의 경우보다 더 자주, 장시간 동안 광범위한 부위에 걸쳐 피해자의 신체를 진찰한 사실, 피해자가 퇴원 직후부터 추행을 당했다는 생각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던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A씨는 “피해자가 진료 직후 자신에게 설명의 기회를 주지 않은 채 남자친구의 도움을 받아 바로 고소한 점에서 다른 의도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가 초면인 피고인을 허위 고소로 음해할 만한 동기가 보이지 않으며, 의료행위나 법률에 대해 전문지식이 없는 환자로서는 진료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이 드는 행위를 당하더라도 의사 면전에서 즉시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법적인 문제제기가 가능한지 등에 관해 망설이다가 지인과 상의한 끝에 고소에 이르는 것은 통상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피해자가 진료 당시 피고인이나 다른 의료진에게 곧바로 이의를 제기하거나 설명을 요구하지 않은 채 남자친구를 통해 CCTV만 확인한 후 곧바로 수사기관에 고소했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가 부당한 이익을 취할 의도에서 허위고소를 한 것으로 의심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A씨는 당시 각종 지침서를 통해 배운 대로 진료한 것뿐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피고인은 청진을 생략하고 과도하게 촉진에 의존한 점만으로도 지침서에 따랐다고 볼 수 없고, 또 젊은 여성인 피해자가 부끄러워 할까봐 담요를 덮게 했다는 피고인이 촉진보다 오해의 소지가 없는 청진을 활용하지 않은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더구나 수련의인 피고인은 당시 1ㆍ2차 촉진을 통해 통증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는데, 그런 경우 전공의 등에게 추가적인 진료기법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는데도 3ㆍ4차 촉진을 거듭했다”며 “피고인은 근무평정을 의식해 전공의 등에게 확인하지 못했다고 변명하나, 어떤 이유에서든 피고인이 취한 진찰방식이 부적절했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피고인은 2차 촉진까지 마치고 나서야 위장약을 투여했는데, 피해자는 이미 병원 방문 당시부터 명치 부위에 통증을 호소했고 2차 촉진은 복부 외 질환에 의한 통증인지를 추가로 확인하기 위한 진찰이었다는 것이 피고인의 주장이므로 복부질환에 관한 처방인 위장약을 2차 촉진 후에야 투여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4차 촉진은 실무관행과도 달리 과잉진료를 피한다는 자신의 소신에 따라 CT촬영 대신 10분에 걸친 전신 촉진과 문진을 시행했다고 주장하는데, 피고인은 이례적인 진찰방식을 활용하는 이유에 관해 피해자에게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며 “이런 점들은 피고인 주장의 합리성을 의심하게 할 뿐 아니라, 피고인에게 추행의 범의가 있었음을 추단하게 하는 정황”이라고 판시했다.

양형과 관련, 재판부는 “범행 시간이 긴 점, 피해자가 사건 직후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뿐 아니라 수사와 재판과정에서도 고통을 당한 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한 번도 사죄의 의사를 밝힌 바 없는 점 등 죄질과 정상이 모두 중하므로 징역형을 선택한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아무런 전과가 없는 초범인 점,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인턴으로 근무한지 2개월 만에 사건이 발생해 수개월 후 사직하게 된 점, 그후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시험에 합격해 현재 재학 중이지만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될 경우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더라도 변호사자격 취득에 일정기간 장애가 생기는 점(변호사시험법 제6조) 등을 참작해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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