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법정관리’ 비리 선재성 부장판사 벌금 300만원

법정 관리인에게 자신의 친구 변호사를 찾아가 보라며 소개…변호사법 위반 기사입력:2013-01-31 12:08:12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파산부 재판장으로서 법정관리 회사의 관리인에게 자신의 절친한 친구인 변호사를 소개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온 선재성(51) 전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에게 대법원이 유죄를 인정해 벌금형을 확정했다.

현직 고위법관이 정식재판절차를 거쳐 유죄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선재성 수석부장이 물의를 일으켜 논란이 되자 2011년 7월 사법연수원으로 전보해 현재 사법연수원 소속이다. 다만 헌법상 법관은 ‘금고 이상 형’이 선고돼야 파면될 수 있기 때문에 선 부장판사는 법관직을 유지할 수 있다.

선재성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 무슨 혐의 받았나?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선재성 부장판사는 지난 2005년 8월 고교동창생으로 절치한 K변호사로부터 비상장 회사인 광섬유 업체가 성장가능성이 높다는 정보를 듣고 부인 명의로 N사에 5000만원을 투자해 1억898만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됐다.

선 부장판사는 특히 광주지법 파산부 재판장이던 2010년 9월 법정관리 업체 2곳의 공동관리인을 불러 “대여금 회수를 위해 K변호사를 찾아가 상담해 보라”며 사실상 채권 회수에 관한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하도록 지시한 혐의(변호사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도 받았다.

◈ 1심, 뇌물수수, 변호사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모두 무죄

1심인 광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태업 부장판사)는 2011년 9월 뇌물수수, 변호사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선재성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설령 피고인이 처로부터 구체적 투자 진행상황을 전해 들었더라도 투자 사실을 알게 된 당시 N사는 재정적으로 매우 심각한 자금난을 겪어 투자금을 회수해 원상회복하는 것조차 사실상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런 상황에서 피고인이 N사에 대해서 방치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할 방법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이 처의 투자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만으로는 직무와 관련해 이익을 공여받는다는 범의를 갖고 용인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친구인 변호사를 소개해 준 변호사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관리인들에게 K변호사를 찾아가 상담해보라고 말한 사실만으로는 K변호사와 관리인들 사이에 사건위임계약 체결을 중개하거나 편의를 도모하는 행위로서 특정한 변호사를 소개ㆍ알선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이 관리인들에게 K변호사를 찾아가 상담해 보라고 말한 행위는 당시 회생절차를 맡고 있던 파산부 재판장으로서 회사들의 회생을 위해 손해배상채권 중 일부라도 회수함으로써 회생을 원활히 하고자 관리인들에게 손해배상청구 업무를 잘 처리할 수 있도록 방법에 관해 조언하거나 권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의 이런 행위가 위법 부당한 행위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관리인들로서도 손해배상청구를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필요한 경우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절차를 진행해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어 관리인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 검찰, 항소하면서 재판관할 이전 신청…대법원, 광주고법 아닌 서울고법으로 변경

이번 사건은 현직 고위법관이 형사법정에 선 자체로 주목을 끌었다. 게다가 광주지역에서 법관생활을 쭉 해온 ‘향토법관’인 선재성 부장판사에 대해 소속 광주지법이 무죄를 선고하자 ‘제식구 감싸기’라고 반발한 검찰은 항소하면서 재판관할 이전 신청을 했다. 이례적으로 대법원은 받아들여 항소심을 광주고법이 아닌 서울고등법원으로 이관해 더욱 관심을 모았다.

서울고법은 이번 사건을 부패사건 전담재판부에 배당할 것을 고려했다가 재판장이 선재성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이거나 같은 법원에 근무한 점 때문에 재판의 공정성 시비를 불식시키기 위해 제외했다. 결국 사법연수원에 함께 다니지 않고 같은 법원에서도 근무한 적이 없는 최재형 고등부장이 이끄는 서울고법 제12형사부에 배당됐다. 최재형 고등부장은 사법연수원 13기로 선재성 부장판사보다 3기수 선배다.

◈ 항소심, 관리인을 친구 변호사에게 소개시켜 준 변호사법 위반 혐의 유죄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12형사부(재판장 최재형 부장판사)는 2012년 2월 무죄 판결을 내린 1심을 깨고, 선재성 부장판사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재판이나 수사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특정 변호사를 소개ㆍ알선하는 것을 금지한 이유는 공무원과 변호사의 유착 관계를 근절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정관리 기업의 소송대리인 선임허가권을 가진 파산부 재판장인 피고인이 관리인에게 특정 변호사를 지목해 찾아가 상담해보라고 말한 것은 법률이 금지하는 소개ㆍ알선에 해당하고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며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절치한 친구인 K변호사로부터 비상장 회사인 광섬유 업체가 성장가능성이 높다는 정보를 듣고 부인 명의로 투자해 1억898만 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혐의(뇌물수수)에 대해서는 1심 판결과 같은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 대법원, 변호사법 위반 혐의만 유죄 인정해 벌금 300만원

사건은 선재성 부장판사와 검찰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31일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선재성 부장판사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관리인들로부터 적합한 변호사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지 않았음에도 먼저 K변호사를 특정해 그를 찾아가도록 말한 행위는 조언이나 권고에 해당할 뿐 아니라 소개ㆍ알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이 동기동창인 K변호사와 특별한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관리인들이 이전에는 K변호사를 잘 알지 못했으나 피고인의 말을 듣고 상당한 부담을 느껴 즉시 K변호사를 찾아가 피고인의 소개로 왔다고 밝힌 사정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의 행위는 관리인들을 K변호사에게 소개ㆍ알선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인의 변호사법 위반 행위는 소송대리인 선임에 관한 회생 법원과 관리인의 권한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대한 검사의 상고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관리인들에게 K변호사를 찾아가 상담해 보라고 말한 행위는 회사들의 회생절차를 맡고 있는 파산부 재판장으로서 회사의 회생을 위해 기존 경영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중 일부라도 회수함으로써 회생을 원활히 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조언하거나 권고한 것으로서 직무 본래의 취지에 반해 권한을 행사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 법관징계위원회, 선재성 부장판사에 정직 5개월 중징계

한편,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위원장 박시환 대법관)는 2011년 10월 징계심의를 열고 “파산부 재판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동을 함으로써 법관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실추시켰다”며 선재성(사법연수원16기) 전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에게 정직 5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정직은 법관 징계 중에서 가장 무거운 것으로 직무집행이 정지될 뿐만 아니라 정직기간 중에는 보수도 지급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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