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 보험금 못 받아”

“화재 발생 위험 큰 잔여공사에 대해 보험사에 고지하지 않아” 기사입력:2012-12-05 15:57:44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2008년 1월 작업 중이던 근로자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와 관련해 대법원이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건물 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계속 공사가 진행 중에 있어 화재위험이 높음에도 이런 중요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LIG손해보험은 2007년 11월 코리아냉장 대표 A씨와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에 있는 냉동 창고건물에 대해 보험금 150억원의 화재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계약 당시까지 건물공사가 계속 되고 있었고, 완공은 2008년 2월말로 미뤄졌다.

그렇게 공사가 진행되던 2008년 1월 냉동창고 지하1층 냉동실 부근에서 발생한 화재가 천정과 공기 중에 산재해 있던 우레탄 등에 옮겨 붙어 순식간에 냉동 창고건물 전체에 번져 작업 중이던 근로자 40명이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으로 숨지고, 10명이 화상 등을 입은 참사가 발생했다.

이에 A씨가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LIG손해보험사는 “공사가 계속 중인 중요 사항을 고지하지 않았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며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냈고, 그러자 A씨도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반소를 냈다.

1, 2심 재판부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LIG손해보험이 창고 공사가 완료됐는지 실사하지 않았고, 공사완료 여부에 관한 질문을 하거나 이 같은 내용의 고지의무를 피고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며 A씨의 보험금 청구를 받아들여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LIG손해보험사가 “계약 체결 당시 창고 내부에서 위험한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아 계약상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주)코리아냉장 대표 A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상고심(2010다38633)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보험계약에 있어 고지의무 위반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고지의무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어야 하고, 중대한 과실이란 고지해야 할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현저한 부주의로 그 사실의 중요성의 판단을 잘못하거나 그 사실이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험계약 체결 당시 형식적인 사용승인에도 불구하고 냉동 창고건물의 신축공사는 아직 완료되지 않아 그 후 2개월 이상 전기공사나 우레탄 방열공사 및 냉동설비공사가 계속됐고, 이러한 잔여공사의 계속은 화재 발생의 위험을 현저히 증가시키는 사정으로서 보험자인 원고에게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가 냉동 창고건물을 담보로 제공해 자금을 조달할 필요 때문에 신축공사가 실질적으로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허위의 공사완료 감리보고서에 기해 부당하게 사용승인을 받은 후, 이러한 사정을 감춘 채 원고에게 마치 냉동 창고건물의 신축공사가 완료된 것처럼 사용승인서와 일반건축물대장, 감정평가법인의 감정평가서를 제시했다”며 “이는 피고에게 고지의무 위반에 관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결국 냉동 창고건물이 형식적 사용승인에도 불구하고 주요 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잔여공사를 계속해야 할 상황이었고, 이런 공사로 인해 완성된 냉동 창고건물에 비해 증가된 화재위험에 노출돼 있었다”며 “그 화재위험의 정도나 중요성에 비춰 피고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이런 사정을 고지해야 함을 충분히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현저한 부주의로 인해 이를 알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원심이 보험계약 체결 과정에서 고지의무 위반에 관한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었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니, 이런 원심판단에는 고지의무위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따라서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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