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회사가 근로자와 연봉계약을 하면서 퇴직금 분할 약정을 체결했더라도, 퇴직금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월급에 포함해 지급했다면 이는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으로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회사가 지급했다고 주장하는 퇴직금은 임금에 해당하므로, 실질적인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J사에서 6년을 근무한 A(32)씨와 B(39)씨는 회사에 퇴직금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했다. 연봉에 퇴직금이 포함된다는 연봉계약서(이른바 퇴직금 분할 약정)에 서명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이들은 매년 회사가 제시한 연봉계약서에 서명했는데, 내용에는 “퇴직금은 연봉금액에 포함된다”는 것을 담고 있었다. 이에 A씨와 B씨는 “회사가 연봉을 정한 뒤 1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했는데, 이는 유효한 퇴직금이 아니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A사가 매월 급여에 포함해 지급한 퇴직금은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퇴직금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며 "근로자에게 정기적·계속적으로 지급된 통상임금의 일부인 '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 퇴직금 청구 부분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1심인 인천지법 부천지원 민사6단독 이제식 판사는 2008년 7월 A씨와 B씨가 퇴직한 J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등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들에게 일방적으로 작성한 연봉계약서에 서명하게 했고, 연봉금액을 정하고 그에 따른 월급여액을 정한 다음, 그 금액에서 피고가 임의로 연봉금액 중 13분의 12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본급으로, 1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퇴직금으로 항목을 분류해 지급한 것에 불과해 보이는 점 등에 비춰 이는 퇴직금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통상임금의 일부로서 임금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가 원고들에게 매월 지급하는 임금 속에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포함시켜 지급하는 것으로 처리했더라도 근로기준법이 상정하고 있는 유효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J사는 “원고들과 사이에 명시적인 퇴직금 중간 정산 약정에 따라 퇴직금을 분할해 매월 임금에 포함해 전액 지급했다”며 항소했고, 인천지법 제3민사부는 2010년 10월 “원고들과 피고는 근로계약에 있어 임금과 구별해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퇴직금 분할 약정을 체결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J사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사건은 A씨와 B씨의 상고(2010다95147)로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퇴직금 청구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인천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사용자와 근로자가 월급이나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퇴직금 분할 약정을 했다면, 그 약정은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돼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했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말했다.
또 “퇴직금 분할 약정이 위와 같은 이유로 무효여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약정에 의해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도 해당한다고 할 수 없어,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그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매월 원고에게 지급할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산정함에 있어서 원고의 연봉금액 및 월급여액을 정한 다음 역산해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일률적으로 정한 점, 월급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는 처지에서 퇴직금으로 지급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명확히 구별해 지급받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 볼 때, 위 약정은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가 퇴직금 분할 약정에 기해 원고들에게 임금과 실질적으로 구별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추가로 지급했다고 봐 원고들이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피고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퇴직금 분할 약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 “월급에 포함시킨 ‘퇴직금’ 분할 약정 무효”
“퇴직금 지급 회피하기 위해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 기사입력:2012-10-17 12:5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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