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법 “학대받은 딸, 아버지 부양료 줄 의무 없어”

이창섭 판사, 학대한 딸에게 부양료 청구는 권리남용…부양료 청구 기각 기사입력:2012-10-06 17:02:46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어릴 때 아버지의 지속적인 폭력 등 학대를 못 견뎌 집을 나오자, 학비를 대주지 않는 것은 물론 연락도 하지 않고 지내왔다면, 자수성가한 딸에게 자신을 학대한 아버지에 대한 부양의무가 없어 부양료를 줄 필요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부녀관계. 그런데 B(딸)씨가 1985년 아버지 A씨의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리다가 집을 나갔다 돌아온 후로 폭행은 더욱 잦았다. 심지어 맞아 앞니가 부러지는 상해를 입기도 했고, 발가벗겨진 채 집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A씨는 딸을 중학교에 진학시키지 않았다. 이에 B씨는 15세에 엄마와 연락이 돼 집을 나와 엄마와 함께 살게 됐다. B씨는 중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한 후 고등학교와 대학에 진학해 초등학교 교사가 됐다.

하지만 A씨는 딸의 학비 등을 전혀 대주지 않았고, 연락도 거의 하지 않고 지냈다.

한편, B씨는 현재 공무원인 남편과 두 자녀(7세, 5세) 그리고 병원치료를 받고 있는 모친과 함께 살며 부양하고 있다. 또한 B씨는 요양원에 있는 시부모의 요양비용도 부담하고 있다. 게다가 B씨 부부는 금융기관에서 8200만원을 대출받았고, 그로 인한 이자도 부담하고 있다.

A씨는 최근 위암 수술을 받아 현재 아무런 수입이 없음에도 딸이 소득이 있어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는 차상위계층으로 선정되지 못하자, “딸이 교사로 재직하고 있고 그 배우자도 공무원으로서 자신을 부양할 수 있다”며 소송을 냈다.

청주지법 심판부 이창섭 판사는 최근 A씨가 딸인 B씨를 상대로 “사망할 때까지 매월 부양료로 6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낸 부양료 청구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먼저 “성년인 자녀와 부모 사이의 부양은 생활부조의 부양의무에 속하고, 생활부조의 부양의무의 발생은, 부양권리자가 자기의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해 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것과 부양의무자가 현재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을 것을 요건으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정사실에 나타난 B씨와 그 배우자의 부양 및 양육관계, 대출금채무의 액수, 월수입 등을 종합해 보면, B씨가 현재의 생활을 유지하면서 A씨를 부양할 수 있을 만큼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특히 “설령, B씨가 현재의 생활을 유지하면서 A씨를 부양할 수 있을 만큼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B씨는 과거에 자신을 학대했고, 미성년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으며, 서로 연락하지 않고 살아왔으므로 A씨의 청구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는데, A씨의 학대 내용, 부양의무 이행 정도 등에 비춰 보면, A씨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A씨의 부양료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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