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가혹행위로 정신질환 발병해 투신…유공자”

“군 복무와 정신질환 및 부상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기사입력:2012-10-05 11:51:06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군 복무 중 받은 스트레스와 선임병에 의한 가혹행위 등으로 정신질환이 발병했고, 이로 인해 투신해 부상을 입었다면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학생이던 A(25)씨는 2005년 10월 해병대에 입대해 훈련을 마치고 국방부 의장대에 배치됐다. 그런데 A씨는 취침시간에 코를 곤다는 이유로 내무반 선임병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에 A씨는 소대장에게 이런 상황을 호소해 2006년 1월 의무대에서 코뼈 연골 확대 수술을 받았으나, 이후로도 내무반원들과 어울리지 못해 A씨는 소대장에게 정신과 검사를 받고 싶다고 호소했고, 상급자들에게도 의장대 생활에 자신이 없어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는 호소를 했다.

2006년 3월 국군수도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A씨는 ‘군복무에 적응곤란 상태인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과 함께 ‘(의증)적응장애’로 진단됐다.

이에 국방부 의장대는 A씨를 의장병으로서 부적격 처리하고 2006년 4월 A씨의 희망에 따라 강화도에 있는 부대로 전출시켰다. 하지만 A씨는 전입 부대에서도 적극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상사들로부터 수시로 욕설을 포함한 질책을 받았고, 선임병들로부터 자주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07년 8월 중대 소초 2층(5.5m 높이) 계단에서 뛰어내렸고, 건물 현관 앞에 쓰러져 통증을 호소하던 A씨는 병사들에 발견돼 국군수도병원으로 후송됐다.

허리뼈가 부러진 A씨는 수술을 받았으나 눈에 초점이 흐려지면서 부모를 잘 알아보지 못하는 등 정신과적 증세가 악화돼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전원돼 또 수술을 받았다. A씨는 그 과정에서 난폭해져 모친에게 욕설을 하고 뺨을 때리는 등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고, 이후 치료를 받다가 2007년 10월 전역했으나,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다.

결국 A씨는 “상급자의 가혹행위에 의해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고, 그 후 전방부대에 배치돼서도 업무미숙을 이유로 상관들의 가혹행위로 인한 정신적 고통으로 2층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었다”며 2008년 1월 국가유공자등록신청을 했다.

그러나 수원보훈지청은 “병상일지 상 ‘장난치다가 2층에서 떨어짐’이라는 기록이 있고, 이는 장난 등 직무수행으로 볼 수 없는 사적인 행위가 원인이 된 경우이므로 부상 및 정신질환은 군 복무와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에 A씨는 “국방부 의장대에서의 엄격한 군기가 요구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상급자들로부터 구타 및 가혹행위로 인해 정신질환이 발병했고, 이후 새로 전입한 해병대에서도 상급자로부터의 구타와 폭언 등으로 정신질환이 악화됐으며, 이런 상태에서 의문의 추락사고로 인해 부상을 입게 됐음에도 이를 공상으로 인정하지 않는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1심인 수원지법은 2010년 10월 A씨가 수원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등록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 스스로의 의지에 따른 현실도피의 수단으로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자해를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는 점, 추락 당시의 원고의 행동 등 여러 사정들에 비춰 볼 때 정신질환으로 자유로운 의지가 완전히 배제된 상황에서 건물에서 뛰어내리게 된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행동은 자해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따라서 추락사고로 인해 발생한 상이는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7행정부(재판장 곽종훈 부장판사)는 20011년 6월 “피고가 2008년 3월 원고에 대해 한 국가유공자등록거부처분을 취소한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A씨에 대해 국가유공자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병영생활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동료들의 구박 및 상급자들의 질책과 구타행위로 인해 감내하지 못할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아왔으며, 투신 전이나 부상 직후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정신분열병 증세를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의 투신행위는 군 복무 중 직무수행과 관련해 발병한 정신분열병의 발현으로 인해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의지의 범위를 벗어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국가유공자법에 정한 ‘자해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군복무 중 받은 스트레스로 정신질환이 발병해 투신하고 부상을 입은 A(25)씨가 수원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등록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2011두18335)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군 복무 중 받은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및 선임병에 의한 폭행과 가혹행위 등에 의해 정신질환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2층에서 투신하게 돼 부상을 입은 것이어서 원고의 군 복무와 정신질환 및 부상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원고의 상이가 ‘자해행위로 인한 상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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