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사고사 56년 만에 진실 밝혀져 유족 국가배상 판결

서울중앙지법 “유족은 군대 내 불법행위가 존재했는지 알기 원칙적 불가능” 기사입력:2012-09-29 11:18:02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군으로부터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통보받은 군인의 유족이 56년 만에 죽음의 진상이 밝혀지면서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A씨는 1956년 6월 육군에 입대해 근무하던 중 그해 12월 동료 군인들과 함께 소속 중대 미화작업을 하기 위해 인근 야산에서 흙을 파는 작업을 하던 중 흙을 파면서 생긴 동굴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매몰돼 사망했다.

그런데 소속 부대는 사고 다음날 A씨의 시신을 연대 화장장에서 화장했다. 또한 육군은 사고 발생 11개월 후인 1957년 11월 A씨의 유족들에게 사망 원인에 대한 설명 없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내용의 통지만을 했다.

A씨가 숨진 해 태어난 딸인 B(56)씨는 2008년 8월 국민신문고에 아버지의 사망원인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재조사를 요구하는 민원을 접수했고, 국방부조사본부 사망사고민원조사단은 2009년 12월 미화작업 중 매몰 사고로 숨졌다는 조사 결과를 알려줬다.

이에 유족들은 작년 4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서울중앙지법 제17민사부(재판장 염원섭 부장판사)는 최근 A씨의 처와 딸이 낸 소송에서 “국가는 이들에게 1억18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군 관계자들은 A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원고들에게 알리지 않고 곧바로 시신을 화장했고 그로부터 11개월 후에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사실만을 원고들에게 통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국가배상법에 의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 국가는 “1997년 육군 전사망심의위원회에서 A씨에 대해 순직으로 결정했고, 2005년 12월 유족에게 순직 처리 결과를 통보했으며, A씨가 국가유공자로 등록됐으므로 원고들은 국가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가는 또 “A씨가 사망한 지 50년이 경과해 손해배상청구권은 이미 시효로 소멸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군이 A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원고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원고들은 재조사 요구를 통해 2009년 12월에야 비로소 사망 경위 및 원인 등을 알게 됐던 점에 비춰 보면, 비록 군이 원고들의 국가배상청구권 행사를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한 적은 없다하더라도 2009년 12월 전까지는 원고들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고 권리남용에 해당해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 이유로 “군은 민간과 격리돼 있는 엄격한 상명하복의 조직체일 뿐만 아니라 군사보안 등을 이유로 내부정보의 공개ㆍ유출 및 그에 대한 접근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군의 특성상 군 내부에서 이루어진 불법행위에 있어서는 그와 관련해 군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관련 자료와 정보 모두를 투명하게 외부에 공개하거나 군 스스로 철저한 조사를 벌여 어떠한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내지 못하는 이상 군 외부에 있는 민간인이 그러한 불법행위가 존재했는지 인식하기는 원칙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할 것이고 이는 불법행위로 인한 군 내부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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