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시사저널 ‘삼성 기사 삭제’ 반발 기자 징계 무효

대기발령 상태서 경쟁매체 ‘시사IN’ 창간 주도 및 관여는 해고사유 기사입력:2012-09-27 17:37:51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사장의 ‘삼성그룹 인사’ 관련 기사 삭제에 항의표시로 업무지시를 거부한 시사저널 기자들에 대한 무기정직과 대기발령 징계처분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다만 대기발령 상태에서 경쟁매체의 창간을 주도하고 관여한 것은 ‘해고사유’라고 판단했다.

법원에 따르면 시사저널 금창태 사장은 2006년 6월 편집국장에게 시사저널 870호에 실릴 예정이던 <2인자 이학수의 힘 너무 세졌다>라는 제목의 삼성그룹 인사 관련 기사에 대해 보류를 요청했다. 이에 편집국장은 팀장들과 논의한 끝에 기사를 싣기로 결정하고 금 사장에게 기사요건을 잘 갖추었기 때문에 빼기 어렵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금 사장은 편집국장과의 사전 협의나 통보 없이 시사저널 회장과 광고국장 등 경영진만이 참석한 가운데 간부회의를 열어 기사를 삭제하기로 결정하고, 인쇄소에 “삼성그룹 관련 기사를 삭제하고 대신 광고를 넣으라”고 지시해 기사가 삭제됐다.

편집국장은 항의의 표시로 사직서를 제출해 수리됐다. 이에 시사저널 기자들은 금 사장의 기사 무단 삭제행위와 편집국장 사표 수리에 대해 항의했다. 이후 시사저널 기자들은 노조를 결성하고 2007년 1월 전면파업을 선언했으며, 회사는 직장 폐쇄로 맞섰다.

그 과정에서 편집국 취재총괄팀장이던 장OO씨와 사진팀장이던 백OO씨는 사장이 주재하는 편집회의 참석을 거부하고 결재권자의 승인 없이 휴가를 떠나는 등으로 반발하다 무기정직과 대기발령 처분을 받자 징계무효 등을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27일 기사 삭제에 반발했다가 징계를 받은 시사저널 전 팀장 장OO씨와 백OO씨가 시사저널을 상대로 낸 징계무효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무기정직과 대기발령 징계처분은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에 시사저널 파업기간 및 경업(競業)금지의무 위반기간에 대한 원고들의 임금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은 잘못이라고 판단, 이 부분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다만 원고들이 대기발령 상태에서 경쟁매체인 ‘시사IN’의 창간을 주도하고 관여한 것은 ‘해고사유’라고 판단한 원심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피고 회사의 일방적 기사 삭제행위에 대한 항의 표시로서 피고의 업무지시를 거부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가 이런 원고들에 대해 무기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은 사회통념상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이 남용된 경우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또 “피고가 원고들에 대한 무기정직처분을 해제하면서 내린 대기발령처분은 피고의 인사규정에도 맞지 않는 비정상적인 것인 점 등에 비춰 볼 때 원고들에 대한 대기발령처분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이 남용된 경우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고, 재량권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해고처분은 정당하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대기발령처분을 받은 상태에서 2007년 8월부터 피고 퇴직자들과 함께 경쟁업체인 (주)참언론의 설립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고, 원고 백씨는 참언론의 대표이사 겸 경쟁매체인 ‘사시IN’의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장씨는 참언론의 주주 겸 시사IN의 경제전문기자로 활동하면서 시사IN을 발간한 행위는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로 인해 피고가 사회통념상 원고들과의 근로관계를 계속하기 어려운 것으로 봐 해고 처분한 것은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파업기간 및 경업금지의무 위반기간에 대한 원고들의 임금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원고들이 무기정직 및 대기발령이 없었어도 파업에 참가해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을 것임이 명백하다고 볼 충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 및 피고의 귀책사유 등을 심리한 다음 피고에게 임금지급 의무가 있는지를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함에도, 원심은 파업기간에 대한 원고들의 임금청구를 배척한 조치는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또 경업금지의무 위반기간에 대한 임금청구에 대해서도 “부당해고 등으로 정상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지급받을 수 없게 된 근로자가 그 기간 중 다른 직장에 취업을 하거나 창업을 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부당해고라는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해 초래된 것이지, 취업이나 창업 등이 있었으니 해고가 없었더라도 원래의 직장에서 근무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볼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이 이와 달리 원고들의 경업금지의무 위반을 들어 피고에 대한 근로의 제공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부당징계에 따른 소급임금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어 이 부분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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