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대법원이 세계적 추세와 인터넷의 발달을 감안한 의료광고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해 주는 판단을 내려줌으로써 의료업계가 환영할만한 판결이 나왔다.
의료인이 회원 수가 많은 인터넷사이트 운영자와 광고계약을 맺고 그 회원들에게 이벤트성 의료상품 이메일을 발송했더라도, 이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의료광고’에 해당할 뿐, 환자유인이나 병원 소개ㆍ알선에 해당되지 않아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서울 강남에서 안과병원을 운영하는 K(48)원장은 2008년 3월 수 십만 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인터넷게임 사이트업체 대표 S(41)씨와 라식ㆍ라섹 수술에 대한 이벤트 광고를 내기로 광고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S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게임사이트에 2주 동안 ‘라식/라섹 90만원 체험단 모집’이라는 제목으로 “응모만 해도 강남 유명 안과에서 라식/라섹 수술이 양안 90만원”이라는 내용의 이벤트 광고를 올렸다. 또한 2회에 걸쳐 회원 30만 명에게 이 같은 이벤트 광고 이메일을 보냈다.
K원장은 이벤트 광고에 응모한 신청자 중 20명에게 광고 내용대로 90만원에 라식ㆍ라섹 수술을 받도록 해줬다.
이에 검찰은 K원장의 행위는 ‘환자 유인’ 행위에 해당하고, S씨와 게임사이트의 행위는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인에게 소개ㆍ알선해 준 것에 해당한다며 의료법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2009년 7월 이들의 의료법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안과병원 K원장에게 벌금 300만원, S씨와 그가 운영하는 게임사이트에 각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2010년 1월 광고 계약대로 게임사이트에 이벤트 광고를 게재한 것은 환자를 유인ㆍ알선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회원들에게 이벤트 이메일을 발송한 부분은 환자를 유인ㆍ알선한 것으로 유죄를 인정해 K원장에게 벌금 200만원, S씨와 게임사이트에 각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K씨가 S씨가 운영하는 게임사이트를 통해 회원 30만 명에게 이메일을 발송해 이벤트 광고를 한 것은 의료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할 위험과 우려가 있는 것이므로 구 의료법이 정하는 ‘유인’에 해당하고, S씨와 게임사이트도 이메일을 회원들에게 발송함으로써 K씨 병원을 소개ㆍ알선해 준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2010도1763)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의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과병원 K원장과 게임사이트 대표 S씨와 게임사이트에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라”며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의료광고는 기본적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성격을 지지는데, 이를 구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환자유인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면, 이는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는 물론이고 의료소비자의 ‘알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하고, 나아가 새로운 의료인이 의료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제한함으로써 의료인 사이의 경쟁을 통한 건전한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적지 않으므로, 의료광고에 대한 관계에서 금지하는 환자유인행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 의료법의 입법취지가 병고에 지쳐 있는 환자의 어려운 처지를 악용해 영리를 추구할 목적으로 환자 유치를 둘러싸고 금품수수 등의 비리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 또한 의료인 사이의 불필요한 과당경쟁에 의한 각종의 폐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데 있다”며 “그러나 환자의 유치를 위해 광고를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환자도 광고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것인지 여부 등을 생각할 기회를 가진다는 점에서도 입법취지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세계 각국에서도 의료광고를 일정 범위 내에서 금지하고 있는 입법례가 대부분이지만 점차 허용하는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이며, 금지되지 않는 광고에 대해 별도로 유인행위 등의 명목으로 처벌하는 입법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도 이번 판결에 반영했다.
재판부는 또 “환자유인행위에 관한 조항의 입법취지와 관련 법익, 의료광고 조항의 내용 및 취지 등을 고려하면, 의료광고행위는 구 의료법에서 명문으로 금지하는 개별적 행위유형에 준하는 것이거나 또는 의료시장의 질서를 현저하게 해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환자의 ‘유인’에 해당하지 않고, 그러한 광고행위가 의료인의 부탁을 받은 제3자를 통해 행해졌다고 하더라도 이를 환자의 ‘소개ㆍ알선’ 또는 ‘사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K씨가 게임사이트를 통해 이메일을 발송한 행위는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한 의료광고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의료법의 환자의 ‘유인’이라고 볼 수 없고, 위와 같은 광고행위가 K씨의 부탁을 받은 피고인 게임사이트 등을 통해 이루어졌더라도 환자의 ‘소개ㆍ알선’ 또는 ‘사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 K씨가 이메일을 발송해 광고한 행위는 구 의료법이 정하는 환자유인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인 S씨와 게임사이트는 환자들에게 병원을 소개ㆍ알선해 줬다고 단정했으니, 이런 원심판결에는 구 의료법상 금지되는 환자유인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형벌법규의 해석을 그르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 이벤트 의료상품 이메일 발송은 ‘의료광고’
이메일은 병원 소개ㆍ알선 아니고, 병원은 환자유인 아니어서 처벌 안 돼 기사입력:2012-09-19 14: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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