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기무사 ‘민간인 불법사찰’…국가 배상책임”

“기무사 사찰행위는 직무범위 일탈한 위법…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기사입력:2012-09-13 11:55:02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로부터 불법 민간인 사찰을 당한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 당원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국가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국군기무사령부 수사관 S대위는 지난 2009년 8월5일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의 점거농성과 관련해 평택시 평택역 앞 광장에서 열린 시위현장을 캠코더로 촬영하던 중 집회참여자 등 일부 시위대 10여명에게 구타를 당하고 수첩, 캠코더 테이프, 메모리칩 등을 빼앗겼다.

이 캠코더 자료에는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운영위원회 일정이 기재된 주간일정표, 민주노동당 당직자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거주지와 사무실 부근의 전경과 집회참여, 기자회견 및 일상생활 장면을 촬영한 사진자료와 영상자료 등이 담겨있었다. 또 수첩 자료에는 이들의 주소, 차량, 시간대별 행적 등이 기록돼 있었다.

이에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2009년 8월12일 국회 정론관에서 자료 중 일부를 공개하고 국군기무사령부의 민간인 사찰에 대해 항의하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개최했고, 민주노동당 당원 및 시민단체 관계자 14명은 “기무사가 조직적으로 불법사찰을 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김인겸 부장판사)는 2011년 1월 “원고 최OO, 황OO씨에게 각 1500만원, 나머지 원고 12명에게 각 8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생활에 관련한 정보들이 S대위의 수첩에 날짜별로 비교적 상세히 기록돼 있는 점, 거주지와 사무실의 전경과 집회에 참여하거나 기자회견하는 장면, 일을 하거나 담배를 피우는 등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장면 등 사생활을 직접 촬영한 내용이 캠코더에 저장돼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기무사 수사관들은 미행, 캠코더 촬영 등의 방법으로 원고들의 사적 활동에 대한 동향을 감시 추적하고 사적 정보를 수집하는 등 사찰행위를 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기무사의 사찰행위가 군사보안, 군수사 등 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민간인 신분의 민주노동당 당직자, 시민단체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미행, 캠코더 촬영 등 여러 방법을 사용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점에 비춰 볼 때, 기무사의 사찰행위는 직무범위를 일탈한 것으로서 위법한 행위”라며 “따라서 피고는 국군기무사령부 수사관들이 고의 또는 과실로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을 침해해 원고들에게 가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위자료 액수에 대해 “사찰행위에 의한 사생활 침해의 성격, 방법 및 정도, 정보수집의 수단 및 기간 등을 고려하면, 원고 최씨와 황씨에게 지급할 위자료는 각 15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고 나머지 원고들은 800만원 정도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국가는 “수첩과 캠코더 자료는 경찰청과 국군기무사령부가 공안사건을 공조 수사하는 과정에서 혐의자인 일부 원고들을 촬영한 것이거나 집회장소 등지에서 우연히 촬영된 것에 불과해, 모두 적법한 절차에 따른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자료이고 기무사의 사찰행위의 결과물이 아니므로 위법하지 않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서울고법 제21민사부(재판장 황적하 부장판사)는 지난 5월 “기무사의 불법 민간인 사찰로 인한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을 침해당했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며 국가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먼저 “국군기무사령부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군사보안이나 군방첩과 관련해 민간인의 신상자료가 필요한 경우나 민간인에 대해서도 수사권을 갖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이외에는 민간인에 대한 첩보의 수집이나 수사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 사법경찰과 공조수사를 하는 경우에도 정보의 교류나 공유 등 정보 및 보안업무의 통합기능수행을 위한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 국군기무사령부 수사관이 직접 민간인에 대한 첩보의 수집이나 수사를 할 수는 없다”며 “이는 공조수사라는 명목 아래 민간인 사찰이 행해질 위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수첩에 기재된 내용이나 캠코더에 촬영된 영상에 비춰 보면, 국군기무사령부 수사관들이 직접 민간인에 대한 첩보의 수집이나 수사를 한 것에 다름 아니다”며 “경찰청과 국군기무사령부의 공조수사 과정에서 적법하게 확보된 자료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13일 민주노동당 당원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 14명이 “기무사로부터 불법사찰을 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2다45528)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국가가 원고 14명에게 총 배상해야 할 위자료는 1억2600만원이다.

재판부는 “군 정보기관이 군과 관련된 첩보 수집, 특정한 군사법원 관할 범죄의 수사 등 법령상의 직무범위를 벗어나 민간을 대상으로 평소의 동향을 감시ㆍ파악할 목적으로 개인의 집회ㆍ결사의 자유에 관한 활동이나 사생활에 관한 정보를 미행, 망원 활동, 탐문 채집 등의 방법으로 비밀리에 수집ㆍ관리한 경우 이는 헌법으로 보장된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국군기무사령부 수사관들이 미행, 캠코더 촬영 등의 방법으로 원고들의 사적 활동에 대한 동향을 감시ㆍ추적하고 거주지, 출입시각 등 사적 정보를 수집하는 등의 사찰행위는 직무범위를 일탈한 것으로서 위법하고, 이로써 원고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했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고, 기무사 수사관들의 수집한 원고들의 사적 정보가 경찰청과 공조수사 과정에서 적법하게 확보된 자료라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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