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빚 독촉을 받게 되자 채무이행을 연기 받을 생각으로 ‘딱지어음’을 사서 돈을 빌려준 사람에게 교부했더라도 유가증권위조 및 위조유가증권행사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속칭 ‘딱지어음’은 지급일에 정상적으로 결제될 가능성이 낮은 부도가 확실시되는 어음으로, 고의적으로 부도를 낼 계획을 세우고 발행하는 불법어음을 가리키는 속어다. 겉모습은 정상적인 어음과 같지만 지급자가 자취를 감추어 버리기 때문에 결국 최종 소비자가 피해를 입게 된다.
건설업자 A(53)씨는 2009년 2월 L씨에게 “요양원 신축 공사에 자금이 필요한데, 1억 원을 빌려주면 15일 후에 갚겠다”고 말해 1억 원을 받는 등 총 9차례에 걸쳐 1억7700만 원을 빌렸다.
L씨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에게 많은 돈을 빌려 갚을 능력이 없던 A씨는 L씨로부터 채무변제 독촉을 받게 되자 채무이행을 연기 받을 생각으로 일간지 광고를 보며 ‘딱지어음’을 파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액면금액 5000만 원과 9000만 원짜리 약속어음 2장을 주문하고 그 대가로 300만 원을 건넸다. A씨는 이것을 L씨에게 건넸다.
그러나 이 약속어음은 위조어음이었고 결국 A씨는 사기와 유가증권위조, 위조유가증권행사 등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약속어음을 위조하지 않았고, 약속어음이 위조된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1심과 항소심은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성명불상자에게 실제로 지급이 될 수 없는 약속어음을 액면금액을 특정해 주문하고 이를 교부받아 그 사정을 모르는 L씨에게 교부한 것은 유가증권위조 및 위조유가증권행사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A씨의 3가지 혐의 중 유가증권 위조와 위조 유가증권행사 부분에 대해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깨고, 이 부분 무죄 취지로 사건을 강릉지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L씨로부터 채무변제 독촉을 받자 채무이행을 연기 받을 생각으로 L씨에게 약속어음을 주기로 하고, 실제로는 지급기일에 정상적으로 지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이른바 ‘딱지어음’을 300만원에 매수해 이를 L씨에게 교부한 것으로 보일 뿐, 피고인이 약속어음의 위조를 부탁하거나 약속어음의 위조를 공모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이 채무이행 연기를 위해 위조된 약속어음을 교부하려 했다면 굳이 300만원을 지급하고 위조 약속어음을 매수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은 ‘딱지어음’인 것으로 알았을 뿐, 위조어음이라는 점을 알고 이를 행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는데, 원심판결에는 유가증권위조 또는 위조유가증권행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이 부분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대법 “‘딱지어음’ 교부…유가증권위조ㆍ행사 아냐”
‘딱지어음’인 것으로 알았을 뿐, 위조어음이라는 사실 알지 못해 기사입력:2012-09-09 14: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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