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교조 시국선언 교사 해임 위법”…복직

시국선언 해임 교사 대법원 첫 판결, 서권석씨 2년9개월 만에 교단으로 기사입력:2012-09-04 19:06:56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시국선언에 참여하고 동료교사들에게 독려했다는 사실만으로 교사 신분을 박탈하는 ‘해임’ 징계처분을 한 것은 너무 가혹한 징계로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서권석(50)씨는 2009년 3월 전교조 부산지부장(노조전임 휴직)을 맡으면서 같은 해 6월과 7월 전교조가 발표한 1ㆍ2차 시국선언에 서명ㆍ참여하고, 동료교사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부산시교육감은 서권석 지부장이 국가공무원법 56조(성실의무), 57조(품위 유지의 의무), 66조(집단행위의 금지) 및 교원노조법 3조(정치활동의 금지)를 위반했고, 이는 국가공무원법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해임처분을 내렸다.

서 지부장은 이에 불복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당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서권석 지부장은 “시국선언에 참여하는 것이 공익에 반하는 것이라 볼 수 없고,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의 권리로서 최대한 보호돼야 하며, 과거 정권에서 이루어진 시국선언으로 징계 처벌받은 자가 한 명도 없는 점 등을 감안하면, 시국선언에 참여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전념의무를 태만히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1심인 부산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고규정 부장판사)는 2011년 11월 서권석 전교조 부산지부장이 부산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 소송에서 “피고가 2009년 12월 원고에 대해 한 해임처분을 취소한다”며 서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먼저 “1ㆍ2차 시국선언은 현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면서 이를 비판하고 나아가 그 정책을 반대하는 정당 등의 정치세력과 연계해 정부를 압박하면서 정책 결정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행위로서 집단적 정치활동임과 동시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하여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행위’에 해당한다”며 국가공무원법 및 교원노조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시국선언 자체가 위헌적이거나 반사회적인 것은 아닌 점 ▲시국선언 추진 과정에서 학생들에 대한 수업 결손이나 제3자에 대한 피해가 없었고 ▲공무원이 국민으로서 누리는 표현의 자유가 국민전체 봉사자로서 갖춰야 할 정치적 중립성과 충돌할 때 어떤 범위에서 허용될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있는 점 등을 더해보면, 시국선언 참여 내지 주도 등의 사유만으로 교사의 신분을 박탈하는 해임처분을 한 것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부산시교육감이 항소했으나, 부산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최인석 부장판사)는 지난 4월 “원고 서권석씨에 대한 해임 징계처분은 교사의 신분을 박탈하는 점에서 너무 가혹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부산시교육감의 항소를 기각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서권석 전 전교조 부산지부장이 부산시교육감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취소 소송 상고심(2012두10734)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이는 전교조 시국선언과 관련해 해임된 교사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다. 이번 판결로 서씨는 2009년 12월 해임된 이후 2년9개월 만에 다시 교단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피고가 제출한 상고장에 상고이유가 적혀 있지 않고, 법정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아 민사소송법과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 상고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같은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은 전교조 부산지부 남OO 전 사무처장(고등학교 교사)과 강OO 전 정책실장(고교 교사)에 대해서는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했거나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했다.

◈ 전교조 “이주호 교과부장관은 사죄하고 응분의 책임져라”

앞서 지난 2009년 6월과 7월 두 차례 진행된 전교조의 시국선언으로 16명의 교사가 해임되고 45명이 정직처분을 받았으며, 20여명이 기타 징계를 받았다. 해임교사 16명 중 14명은 소송을 진행해 1심과 2심에서 모두 해임 무효처분 판결을 받았다.

전교조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환영한다”며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에 해임과 관련한 다른 재판도 신속히 마무리돼 당사자들이 조속히 학교에 복귀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대법원 판결을 보면서 이주호 교과부장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교과부가 법을 위반하고 월권을 자행해 교육감들에게 중징계를 강요했고, 소청심사위원회도 교과부의 하수인으로 전락시켰다”며 “16명의 교사들이 3년여 동안 당한 어려움과 분노, 피맺힌 고통을 어찌 글로 다할 수 있겠느냐. 이주호 장관은 당사자들에게 즉각 사죄하고 응분의 책임을 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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