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대법원이 국민보도연맹 희생자 유족들에 대해 잇따라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을 5번이나 거치는 등 총살로 희생된 지 62년만이다.
국민보도연맹은 1949년 정부가 좌익 관련자들을 전향시키고 그들을 관리ㆍ통제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대외적으로는 전향자들로 구성된 좌익전향자 단체임을 표방했으나 국민보도연맹의 총재는 내무부장관이, 고문은 법무부장관과 국방부장관이 맡았다. 또 검찰과 경찰 간부들이 하부 지도위원장 또는 지도위원을 맡아 조직을 관리해 실제로는 관변단체 성격을 띠었다.
당시 국민보도연맹 산하에 대부분의 시ㆍ군연맹이 결성됐는데, 울산군연맹도 그때 조직됐다.
1950년 6월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내무부 치안국장은 전국 각 도의 경찰국장에게 전국 요시찰인과 국민보도연맹원 등을 즉시 구속하고 형무소 경비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울산경찰서와 국군 정보국 대원들은 울산군연맹원들의 자택 혹은 직장을 방문해 직접 연행하는 등으로 울산경찰서 유치장, 연무장 및 창고 등에 구금했다. 연맹원들은 이후 좌익사상 정도에 따라 처형대상자로 분류돼 울산군 온양면 대운산 골짜기와 청량면 반정고개로 이송돼 집단 총살당했다. 이후 1960년 유해 발굴 작업을 통해 이곳에서 두골 825구가 발견됐다.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6년 10월 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개시해 2007년 11월 울산지역 국민보도연맹 사건 관련 희생자 총 407명을 확정했다.
이후 유족 508명은 “단지 국민보도연맹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총살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19민사부(재판장 지영철 부장판사)는 2009년 2월 “국가는 총살 희생자에 대해 각 2000만원, 그 배우자는 각 1000만원, 그 부모와 자식은 각 200만원, 그 형제자매는 각 1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그러자 국가는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이 1950년 8월 발생했는데, 원고들은 적어도 1960년 8월 유해 발굴 당시에는 위 사건으로 인한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할 것이므로, 위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유해 발굴 당시로부터 3년이 경과한 1963년 8월 시효로 소멸됐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위 사건이 발생한 때로부터 5년이 경과한 1955년 8월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항소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은 “이 사건에서 희생자들은 1950년 8월 총살됨으로써 희생자 및 유족인 원고들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했다”며 “그러나 그로부터 5년이 경과한 1955년 8월 시효로 인해 위자료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소가 2008년 6월 제기된 사실은 명백하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은 이유 있다”며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1심을 뒤집었다.
결국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2011년 6월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본질적으로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부담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적법한 절차 없이 국민의 생명을 박탈할 수는 없다 할 것인데, 여태까지 생사확인을 구하는 유족들에게 처형자명부 등을 은폐한데다가, 이제 와서 뒤늦게 원고들이 자신들의 국가인 피고를 불신하고서라도 집단 학살의 전모를 어림잡아 미리 소송을 제기하지 못한 것을 탓하면서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것은 관련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파기환송을 맡은 서울고법 제13민사부(재판장 문용선 부장판사)는 지난 4월 “피고 국가는 희생자들에게 각 8000만원, 그 배우자에게 각 4000만원, 그 부모와 자녀들에게 800만원, 그 형제자매들에게 각 4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국가가 다시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30일 울산 국민보도연맹원 유족 48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이 있었던 2007년 11월 27일까지는 객관적으로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들의 유족들인 원고들이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여태까지 생사확인을 구하는 유족들에게 처형자명부 등을 3급 비밀로 지정함으로써 진상을 은폐한 피고가 이제 와서 뒤늦게 원고들이 집단 학살의 전모를 어림잡아 미리 소를 제기하지 못한 것을 탓하는 취지로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해 (손해배상)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해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원심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국가배상법과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오해ㆍ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 울산보도연맹 총살 희생자 유족에 국가배상
재판을 5번이나 거치는 등 총살로 희생된 지 62년만이다 기사입력:2012-08-30 15: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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