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낙태죄’ 합헌…재판관 4(합헌) 대 4(위헌) 팽팽

“인간생명 경시풍조 확산 우려” vs “임부 자기결정권 존중해 낙태 허용” 기사입력:2012-08-23 19:20:40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태아도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므로 ‘낙태’를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의 위헌 여부에 대해 판단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헌법재판관 4명은 합헌, 4명은 위헌 의견을 내 팽팽했다.

2009년 2월부터 부산에서 조산원을 운영하는 S씨는 2010년 1월 조산원에서 임신 6주된 태아를 낙태시켜 달라는 촉탁을 받고, 진공기를 임부의 자궁 안에 넣어 태아를 모체 밖으로 인위적으로 배출하는 방법으로 낙태시킨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 처벌 근거가 된 형법 제270조 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냈다가 기각되자, 이 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형법은 제269조 제1항(자기낙태죄)에서 임부가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제270조 제1항(업무상 동의낙태죄)에서 의사나 조산사 등이 임부의 동의를 얻어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3일 “형법 제270조 제1항은 임부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등을 침해하고 과잉처벌에 해당해 위헌”이라며 조산원 운영자 S씨가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합헌) 대 4(위헌)의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위헌결정이 나려면 재판관 6명이 위헌의견을 내야 한다.

헌재는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며, 이러한 생명에 대한 권리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며 “태아가 비록 그 생명의 유지를 위해 모(母)에게 의존해야 하지만, 그 자체로 모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태아에게도 생명권이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그것이 인간으로 될 예정인 생명체라는 이유 때문이지, 그것이 독립해 생존할 능력이 있다거나 사고능력, 자아인식 등 정신적 능력이 있는 생명체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다”며 “그러므로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그에 대한 낙태 허용의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벌보다 가벼운 제재를 가하게 된다면 현재보다도 훨씬 더 낙태가 만연하게 돼 자기낙태죄 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성교육과 피임법의 보편적 상용, 임부에 대한 지원 등은 원하지 않는 임신을 미연에 방지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나 불법적인 낙태를 방지할 효과적인 수단이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나아가 입법자는 일정한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는 임신 24주 이내의 낙태를 허용해(모자보건법),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태아의 생명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이것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ㆍ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로까지 그 허용 사유를 넓힌다면, 자칫 자기낙태죄 조항은 거의 사문화되고 낙태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져 인간생명에 대한 경시풍조가 확산될 우려마저 없지 않다”고 말했다.

헌재는 “나아가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제한되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위 조항을 통해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해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 초기의 낙태나 사회적ㆍ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 않은 것이 임부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조산사가 임부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를 하게 한 경우를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그 법정형의 상한이 2년 이하의 징역으로 돼 있어 법정형의 상한 자체가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교적 죄질이 가벼운 낙태에 대하여는 작량감경이나 법률상 감경을 하지 않아도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 선고의 길이 열려 있으므로, 행위의 개별성에 맞추어 책임에 알맞은 형벌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하는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낙태는 행위태양에 관계없이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높고, 일반인에 의해서 행해지기는 어려워 대부분 낙태에 관한 지식이 있는 의료업무종사자를 통해 이루어지며, 태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시술을 한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 또한 큰 점들을 고려해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형법상 동의낙태죄와 달리 벌금형을 규정하지 않은 것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에 반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강국이동흡목영준송두환 재판관은 위헌 반대의견

반면 이강국이동흡목영준송두환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임신 중기(임신 13주-24주)의 낙태는 임신 초기(임신 1주~12주)의 낙태에 비해 합병증의 우려가 크고, 모성사망률의 위험도 급격히 커져 임부의 생명이나 건강에 위해가 생길 우려가 증가한다는 점에서 국가는 모성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낙태의 절차를 규제하는 등으로 임신중기의 낙태에 관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임신 초기(임신 1주~12주)의 태아는 사고나 자아인식, 정신적 능력과 같은 의식적 경험에 필요한 신경생리학적 구조나 기능들은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바, 임신 초기의 태아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반면, 임신 초기의 낙태는 시술방법이 간단해 낙태로 인한 합병증 및 모성사망률이 현저히 낮아지므로, 임신 초기에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낙태를 허용해 줄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들 재판관들은 “불법낙태로 임부의 건강이나 생명에 위험이 초래되는 사태가 빈발하고 있어 그 대책이 시급한 현실에 비춰 보면, 적어도 임신 초기에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낙태를 허용해 줄 필요성이 있다”며 “따라서 자기낙태죄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또 “형법상 낙태죄 규정이 현재는 거의 사문화돼 낙태의 근절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은 더 이상 자기낙태죄 조항을 통해 달성될 것으로 보기 어려운 반면,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임부의 임신 유지 여부에 대한 자기결정의 영역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서,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제한되는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어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들 재판관들은 그러면서 “그러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은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적,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고 있다는 점에서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위헌정족수 6명에 모자랐다.

아울러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부의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일률적으로 처벌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헌이므로,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임신 초기의 임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시술을 한 조산사를 형사처벌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도 위 범위 내에서 위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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