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김경준 변호인들, BBK 수사팀 명예훼손 아냐”

BBK 수사팀 검사들 9명, 김경준 변호인 2명 상대 손해배상소송 패소 기사입력:2012-08-23 17:07:32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2007년 대선 당시 최대 이슈였던 ‘BBK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 검사들이 ‘검찰이 김경준을 회유ㆍ협박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김경준씨의 변호인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시사IN>은 2007년 12월4일 “김경준씨가 검찰수사를 받던 과정인 11월23일 검찰청 조사실에서 장모에게 써준 메모지를 단독으로 긴급 입수했다. 여기에는 검찰이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해주면 김씨의 형량을 낮춰주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서툰 한글로 쓰여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 한국 검찰청이 이명박을 많이 무서워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내가 제출한 서류 가지고는 이명박을 소환 안 하려고 해요. 그런데 저에게 이명박 쪽이 풀리게 하면 3년으로 맞춰주겠대요. 그렇지 않으면 7~10년. 그리고 지금 누나랑 보라(아내)에게 계속 고소가 들어와요. 그런데 그것도 다 없애고. 저 다스와는 무혐의로 처리해준대. 그리고 아무 추가 혐의는 안 받는대. 미국 민사소송에 문제없게 해주겠대.” - 사시IN이 공개한 김씨의 자필 메모 일부

<시사IN>은 또 “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은 ‘(검찰은) 이명박이 빠져나가도록 진술을 번복하지 않으면 검찰이 중형을 구형하겠다고 (경준이를) 협박해 왔다’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검찰은 2007년 12월4일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을 음해한 것”이라며 “지금까지 수사를 하는 입장이라 제약이 있었지만 명예가 훼손된 검사들은 이후 이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내용의 발표를 하며 김경준에 대한 회유ㆍ협박 및 형량거래에 대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다음날 ‘BBK사건’을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BBK는 김경준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지주회사이고, 이명박 후보자가 김경준과 공모해 BBK와 관련된 주가조작 및 횡령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명박 후보에 대한 무혐의 처분 내용의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자 김경준씨의 변호인인 김정술 변호사는 2007년 12월5일 김씨를 접견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시사IN에 보도된 메모지와 관련해 김경준은 자신이 작성한 것이고, 메모지에 적힌 바와 같이 수사과정에서 검찰로부터 회유와 협박을 받은 것도 사실이라고 진술했다. 검사가 김경준에게 ‘검사 도움을 받지 않으면 언론도 사기꾼으로 몰고 가고, 판사도 그걸 보고 많은 형을 판결할 것이다. 협조를 하면 검찰에서 최소 3년으로 구형해 집행유예를 받을 수가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김씨의 변호인인 김정술 변호사와 홍선식 변호사는 12월9일에도 기자회견을 열어 “김경준의 말은 검찰이 김경준에게 ‘협조를 하면 3년형으로 맞춰주고, 3년형을 구형하면 집행유예를 받을 자격이 있다. 재판이 항소심까지 10개월 걸리니까 항소가 끝나면 미국으로 돌려보내 주겠다’고 약속했다. 검사가 김경준에게 ‘이명박 후보자는 BBK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 진술을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는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

당시 홍선식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수사 검사가 김경준을 강압적 분위기로 추궁하는 등 인권침해 사실이 발생했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김경준과의 접견 대화록을 공개했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국민의 상당수가 검찰의 수사결과를 신뢰하지 않는 가운데 2007년 12월16일 이명박 후보자가 2000년 10월17일 광운대에서 강연을 하면서 자신이 직접 BBK를 설립했다는 취지로 발언하는 내용의 동영상이 공개되자, 국회는 곧바로 이명박 후보자의 BBK 관련 의혹, 검사의 회유ㆍ협박 의혹 등을 수사하도록 하는 특검을 도입했다.

2008년 2월 특검은 수사결과에서 “검찰수사와 관련해 수사검사의 회유ㆍ협박에 의해 허위진술을 했다는 김경준의 주장은 그 자체로 믿기 어렵고, 관련 증거를 종합하면 수사검사의 회유ㆍ협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 1심 “김경준 변호인들이 검사들 명예훼손한 사실 인정된다”

그러자 ‘BBK사건’ 특별수사팀 검사 9명은 “수사과정에서 17대 대통령선거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자의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김경준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하고, 그 방법으로 검찰의 구형량을 무기로 삼아 김경준을 협박하거나 회유한 것으로 인식되도록 했다”며 “이는 김경준 측의 일방적 진술만을 근거로 한 것으로 명백한 허위일 뿐만 아니라, 검사들이 공직자로서 갖는 자긍심과 사회적 명예, 인격권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BBK사건’ 특별수사팀을 이끌었던 최재경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과 김기동 부부장검사(현 대구지검 2차장검사)가 각각 1억 원씩, 나머지 7명의 검사들이 각각 500만 원씩 총 5억5000만원이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18민사부(재판장 신일수 부장판사)는 2010년 7월 검사들이 김정술 변호사와 홍선식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최재경 부장검사와 김기동 부부장검사에게 각각 1000만원, 나머지 7명 검사에게는 각각 150만원씩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언론보도 내용을 접한 일반인들로서는 원고들이 유력한 대선후보에 대한 유리한 처분을 이끌어 내기 위해 법원에 대한 구형량을 수단으로 피의자 김경준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하는 등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방법으로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인식했을 것이므로, 피고들의 기자회견 및 문건 등의 공개로 인해 원고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저하돼 그들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변호사들은 “김경준이나 가족들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꼬, 검사들에 대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을 한 바 없으며, 김경준의 변호인으로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변론권 또는 반론권을 행사했으므로, 발언 및 공개는 위법성이 조각돼 손해배상 의무가 없다”며 항소했다.

◈ 항소심 “검사들 사회적 평가 저하될 수 있다고 해서 바로 명예훼손 아냐”

서울고법 제19민사부(재판장 고의명 부장판사 고의영)는 2011년 4월 검사들의 명예훼손에 따른 일부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1심 판결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BBK수사는 대통령선거 후보자의 공직담당 적격을 검증하는 의미가 있던 상황이었고, 피고들은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되는 김경준의 변호인이었으므로, 김경준의 말과 같이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가 이명박 후보자에게 유리한 수사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김경준에게 회유 등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면 피고들이 그 의혹사항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촉구하는 등의 감시와 비판 행위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들은 기자회견 등에서 김경준으로부터 들은 말을 공표하는 형식으로 발언했고, 김경준의 누나 에리카 김이 제공한 문서들을 공개했는데, 이는 사실관계 자체에 중점을 두고 발언자의 의견이나 판단을 보류하는 비교적 중립적인 태도라고 할 것이고, 구체적인 정황의 뒷받침 없이 오로지 타격을 가하려는 악의적인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피고들의 발언 및 공개는 공공적ㆍ사회적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것으로서 이에 관하여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돼야 할 것이고, 이 사건 발언 및 공개는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검사의 직무수행에 관한 것으로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감시와 비판 기능이 쉽게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표현행위 시점에서는 그 진실 여부가 불확실하지만 토론과정이나 법원에 의한 심리의 결과 비로소 진위 여부가 판명되는 경우가 있고, 만일 사후에 허위라고 판명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이를 제재한다면 번복할 수 없는 진실만 표현될 수 있는 것으로 되기 때문에 그러한 위험을 우려하는 자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라고 하는 기본권의 행사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들의 발언 및 공개 당시 그 내용이 객관적 자료에 의해 최종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고, 발언 및 공개로 검사들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될 수 있다고 해서 바로 명예훼손이 된다고 할 수 없다”며 “따라서 피고들의 발언 및 공개가 공직자 또는 공직사회에 대한 감시ㆍ비판ㆍ견제라는 정당한 활동의 범위를 벗어나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지 않아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 등 당시 BBK 특별수사팀 검사 9명이 김경준씨의 변호인 김정술 변호사와 홍선식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과 같이 검찰의 수사내용이 국민적 관심 대상이면 그 수사과정의 적법성과 공정성도 엄정하고 철저하게 검증돼야 하므로 수사과정에 대한 의혹제기가 공적 존재의 명예보호라는 이름으로 쉽게 봉쇄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당시 무죄로 추정되는 김경준의 변호인이었으므로, 김경준과 접견 내용에 따라 검찰의 수사절차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조사를 촉구하는 등의 감시와 비판 행위도 필요했던 점, 또 피고들은 김경준에게서 들은 말을 공표하거나 확보한 문서들을 공개하는 중립적 태도를 취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들의 발언과 공개가 공직자에 대한 감시ㆍ비판ㆍ견제라는 정당한 활동의 범위를 벗어나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었다고 평가할 수 없어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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